신입사원 이강호
박천웅 지음 / 21세기북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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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읽어야 할 책에 치이다 보니 책을 읽으면 독후감은 늘 뒷전이다.

그리고 요즘 나의 독서는 상당히 권수에 치중되고 있어 너무나 빠른 속도며 똑같은 말만 내뱉는 말로만 끝나는 독후감들도 허다하다.

괜찮은 책을 읽어도 열정이 도무지 오래 가지 않는다.

지금 내 기분도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우선 내뱉어 보고 싶다.

나의 답답했던 마음을...

 

요즘 자기계발서는 넘쳐난다. 인생이든 일이든 사랑이든 너무 넘쳐나서 식상해지기가 쉬운게 자기계발서이다. 이 책도 그럴꺼라 생각하고 후딱 읽어버릴 생각이였다. 나의 다짐대로 후딱 읽어버리긴 했지만 과정은 그렇게 대충이 아니였다. 대충으로 접했던 책이 이런 식으로 다가오면 나는 할말이 많아지고 다짐할 것이 많아진다.

한자리에서 이 책을 다 읽어버렸다. 그리고 다 읽고 나서 수첩을 꺼내(산지는 꽤 오래 되었는데 늘 깨끗한 수첩...) 정말 고치고 싶은걸 내일 날짜 칸에 쓴 후 내일 할일을 후다닥 갈겼다.

여러가지 메세지가 나를 관통했다. 다 내게 말하고 있는 듯한 느낌..

그리고 그게 내게 제대로 들어온 느낌.. 그걸 놓치고 싶지 않았다.

 

요즘 나의 소일거리는 독서뿐이다. 일보다 취미생활이 주류인 나..

퇴근하면 집에 와서 홈피관리와 독서 밖에 하는게 없다.

중독이라 할만큼 늘 책을 붙들고 있는 나의 모습은 무엇을 담는 다기 보단 그 순간을 느낄 뿐이고 도피한다는 느낌이 짙었다.

일상과 독서의 시간은 늘 그렇게 다른 이면을 달리고 있었다.

그런 생활이 싫었다. 늘.. 늘.. 늘.. 입으로만 나불대고 있다.

교회에서 돌아오는 길.. 언니에게 싫은 소리를 들었다.

나의 문제점을 직설적으로 말해주더라도 그런 말들은 누가 듣기 좋겠는가. 걱정들이 나의 마음을 메꿔버렸다. 그래서 도피처로 책을 펴든 것이였는데 주인공이 느꼈던 '별을 보면 겸손해진다'라는 것을 지금 내가 느끼고 있었다. 우주에 대비해 보면 나는 먼지나 다름 없고 나의 걱정들은 하찮은 것일뿐.. 무언지 모를 자신감이 솟는 기분이다.

깊은 밤 별을 바라보지 않았던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 가운데 이런 느낌을 가져보지 않은이가 어디 있겠는가..

청명한 하늘.. 나의 존재감을 잊게 해주는 고요.. 지금 내가 그 별을 바라보고 있는 듯 차분해진다.

 

현재 내가 가장 자신없는 부분은 회사생활이다. 시간만 떼우고.. 할일 미루고.. 불평불만 가득에 흉보기는 일상.. 한마디로 기본이 되어 있지 않다. 거기다 나의 현실에 불만족해 남의 탓.. 과거 탓까지 하고 있었다. 분명 꿈 많던 시절이 있었는데 나의 모습은 오간데 없고 그 안정을 잡지 못했던 나를 후회만 하고 있다.

신입사원도 아니고 남들처럼 좀 제대로 된 회사도 아니다.

그러나 나는 5년째 다니고 있다. 무엇때문에?

현실 안주하기 딱 좋아서.. 희망이 없어서.. 그리고 용기가 없어서...

시간이 흐를 수록 사라지는건 자신감이다. 해외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꿈도 세계를 누비겠다는 소망도.. 그 외에 나를 스쳐간 수많은 꿈들 중 나는 잡은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으로 나를 비하시킨다.

그게 5년째이다. 늘 통째로 무얼 바꾸어 보려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남들의 조언에 크게 휩쓸리는게 아닌 자신과의 대화를 많이 하고 자신을 독려해 나간다. 그게 많이 와 닿았던 부분이였다. 나의 기준에서 보는 관점... 그 안에서 나를 일궈가는 모습이 나에게 새로운 용기를 주었다.

 

분명 식상한 얘기 임에도 관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라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한번에 무얼 바꾸려는 게으름에서 늘 제자리였다. 작은 변화부터 선도해 나가보고 싶다. 나는 기본이 안되었다고 질책하기 보다 그 기본을 만들어 가고 싶고 시간이 없다라고 말하기 전에 나의 하루 시간을 짜보고 싶다. 분명 남는 시간이 많을 것이다. 그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

이강호처럼 하나 하나 다시 배우며 진짜 내 삶을 다시 꺼내보고 싶다.

형부가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는 말..

꼭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이젠 현실에 만족해 보고 싶다.

멀리에서가 아닌 가까이에서.. 지금부터..

그 작은 다짐 하나만으로도 행복한 저녁이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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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퐁스 도데 단편선 - 마지막수업 외
알퐁스 도데 지음, 김진욱 옮김 / 창작시대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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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친하게 지내는 동생이 있다.

어느날 장난을 치다 보니 너무 수준(?)맞아 '너 무슨띠야?'라고 물었더니 닭띠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오옷.. 역시 띠의 끌림이 있었던 것이다. 그 뒤로 더 심하게 장난을 치며 놀았는데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찌 그리 둘이 수준이 잘 맞느냐는 것이다.

여튼 책 얘기가 나와서 얘기하다 보니 역시 독서는 잘 안하고 있었다.

그래서 책을 추천해 달래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동생이 알퐁스도데 단편집을 추천해서 구입하게 되었다. 처음엔 뒷돈을 받으려다 어찌 14살 먹은 동생한테 책값을 받겠는가..

그냥 선물로 줬다.. 당연히 선물로 주기 전에 내가 먼저 쓰윽 읽었다. 책을 깨끗이 읽는 편이라 아주 아주 새책인냥 선물했다.

겉표지에 잔소리 잔뜩 써놓고...

 

알퐁스 도데 하면 별과 마지막 수업이 유명하지만.. 훨씬 더 낭만적이라는 이유로 별을 더 좋아했다. 그나마 순수했던 중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읽었던 별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때의 감정을 기대하고 잔뜩 기대하던 나는 너무 짧은 페이지와 '~습니다'로 끝나는 문체에(번역의 문제인지도 모르겠지만)조금은 실망을 하고 말았다. 마지막 수업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렇게 짧은 단편이 참 많이 실려 있었다. 이렇게 단편이 많은지도 몰랐지만 길이에(너무 짧아서)당황하던 나는 어느새 익숙해져서 재미나게 읽어갔다. 서정적이지만 사실적인면과 추상적인 면이 적절히 섞인.. 말 그대로 10대 초반에 읽으면 더더욱 좋을 그런 소설들이였다.

마음속에 무한한 상상력을 드리워 준다고나 할까..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은 주무시는데 나는 잠이 안와 슬며시 빠져나와 마당을 서성이며 쏟아지는 별들을 보던 일이며 그런 하늘을 보며 나만의 고민을 중얼 중얼 털어놓던 일이며 어릴적 추척과 낭만이 자연스레 삐져나오는 책이였다. 그러나 이 모든걸 순수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나는 너무 커버렸고 약아버렸다. 그런 것들이 추억으로만 떠오르며 씁쓸한 미소가 지어지는 꿈을 잃어버린 영혼을 지닌채 살아가고 있다.

분명 알퐁스도데 단편집 같은 책을 읽고 떨며, 설레이며, 공상하며 책이 나의 전부가 되어 생각만 해도 베시시 웃음이 나오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런 순수함은 이제 회복되지 않았다.

마치 외국의 할아버지에게나 들을 법한 이야기들처럼.. 꿈속에서나 만날 법한 이야기들 속에서 나는 많은 것을 잃어버렸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인정속에서 나의 순수한 시절을 떠올리며 공상과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어서 읽는 순간들은 참 평온했다.

책을 덮는 순간 현실로 돌아왔을 뿐...

한바탕 꿈을 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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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빛의 살인
줄리오 레오니 지음, 이현경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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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 살인' 을 읽어서인지 이제 조금은 단테가 익숙했다.

신경질적인 성격이며 사건을 풀어가는 스타일이며 그리고 사건의 전개방식 등장인물의 특징 및 모자이크 살인과 비슷했다.

인간의 욕망 혹은 그걸 절제하기 위해서 자행되는 살인..

그 살인의 뒤에는 과연 무엇이 남는단 말인가..

그러나 이상하게도 벌어지는 살인들이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다.

결론이 드러나 오히려 나의 이런 무관심을 깨어주길 바랬으나 책을 다 읽고 난 후 살인의 배경을 알고 난 후는 허무 그 자체였다.

더 큰 사태를 막기 위함일수도 있겠으나 늘 근본적인 원인인 자신의 욕구충족 즉 자신의 뜻대로 만들기 위함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필요한 살인이 어디 있겠냐만은 살인의 필요성 조차도 느끼지 못한 나는 도대체 이 책을 어떻게 읽었단 말인가...

 

전작 모자이크 살인에서도 밝혔듯이 이런 역사 추리물은 나의 취향이 아니다. 내가 역사를 그다지 싫어하는 것도 아니오 추리는 금방 잊혀져 버린다는 이유로 자주 읽지 않을 뿐이지 분명 따분해 하지 않는데 단테 시리즈는 그 형식자체가 나를 지루하게 만드는 것 같다.

책을 통해 배경을 알아가는게 있는가 하면 배경을 모르고서는 읽기가 힘든 책이 있는데 역사 추리물이라는 흥미로운 장르에서 안타깝게도 단테 시리즈는 후자다. 빛의 살인 머릿말 앞에 이 책의 핵심 인물인 프리드리히 2세 황제의 설명이 나오지만 그다지 큰 도움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추리라함은 그 장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읽으면서 내가 모르는게 태반인데 그걸 무마시켜 주는게 재미와 스피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스피드는 전혀 느낄 수 없고 재미 또한 쉽게 말할 거리가 못된다. 나의 무관심하고 뒤틀린 시각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으나 역사 추리물이라는 것에 무게를 주고 싶었는지 어쨌는지 거기다 많은 지식을 내포하고 싶어 한다.

나와는 거리가 먼 그 지식들 속의 그들의 자유로운 대화..

사건보다는 앎의 경쟁이 스피드를 낮추고 흥미까지 떨어뜨려 버렸다.

무엇으로든 무마가 되지 않는 따분한 책이였다. 내게는 무척이나...

 

아이러니하게 읽어버린 시간은 짧았고 단테의 다혈질인 성질의 드러남이 전작보다 조금 차분해 졌으나(누가 항의라도 한껄까.. 단테 너무 괴팍하다고..?) 익숙함과 친근감(?)으로 덮어 버리기엔 내겐 아직도 낯선 책이였다.

어쩜 인간의 너무나 솔직한 악의 모습만 보여서인지도 모르겠다. 어디에서나 쉽게 만나고 쉽게 정이 가는 소위 착한 사람은 여기서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 사람 하나 만으로도 악의 모습은 차라리 철저히 인정해 버릴 수 있을 터인데 등장인물들의 이미지는 다들 음침하고 비밀을 숨기고 있고 정이 느껴지지 않는 인물들이다.

단테를 조금 걱정해 주던 피아트라 정도의 인물 밖에는 생각이 나질 않는다.(위험하다라고 단 한마디 던졌던...)

가식을 좋아하는 건지 어쩐건지 너무 솔직해서 정이 가지 않았던 인물들과 계속 푸념거리를 나열하고 있는 나를 보자니 참 재미없게 읽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수가 없다.

사건의 중심과 배경은 훌러덩 넘기고 포기해 버린채 트집만 잡고 있는 내가 잠시 가여워 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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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읽은 책

 

1. 단 하루만 더 - 미치 앨봄 

2. 아더와 미니모이 1 - 뤽 베송

3. 고도를 기다리며 - 사뮈엘 베케트

4. 아더와 미니모이 2 - 뤽 베송

5. 빨간 자전거 - 크리스틴 슈나이더

6. 브레이브 스토리 3 - 미야베 미유키

7. 브레이브 스토리 4 - 미야베 미유키

8. 개를 위한 스테이크 - 에프라임 키숀

9. 악기로 본 삼국시대 음악 문화 - 한흥섭

10. 두고온 시 - 고은

11. 아버지와 아들 - 박목월,박동규

12. 행복한 식탁 - 세오 마이코

13. 새로운 인생 - 오르한 파묵

14. 이것이 인간인가 - 프리모 레비

15. 반 고흐 - 정문규

 

                                                 - 15권

 

2월에 읽은 책....
 
16. 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 - 정승희

17. 여신이여, 가장 큰 소리로 웃어라 - 슈테파니 슈뢰더

18. 현명하게 세속적인 삶 - 복거일

19. 책만 보는 바보 - 안소영

20. 고추장 작은 단지를 보내니 - 박지원

21. 칙센트 미하이 몰입의 경영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22. 호미 - 박완서

23. 게르마니아 - 타키투스

24. 네 연애는 왜 그 모양이니? - 케빈 블레이어, 로리 고틀립

25. 모습찾기 - 마리네야 테르시

26. 두부 - 박완서

27. 로미오와 줄리엣 - 윌리엄 셰익스피어

28.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 이시다 이라

 

                                                       - 13권

3월에 읽은 책

 

29. 율리시스 무어 5 - 피에르도메니코 바칼라리오

30. 고양이 철학자 요 미우 마 - 조안나 센즈마크

31. 르노와르 - 전규태

32. 인생의 베일 - 서모싯 몸

33. 설국 - 가와바타 야스나리

34. 참말로 좋은 날 - 성석제

35. 별똥별 머신 - 하시모토 쓰무구

36. 꽃들에게 길을 묻다 - 김판용

37. 300 - 프랭크 밀러

38. 미스터 문라이트 - 이재익

39. 서른의 당신에게 - 강금실

40. 리셋 - 가타무라 가오루

41. 맥스와 커피 한 잔을 - 맥스 루케이도

42. 대화 - 박완서 외

43. 문학 속의 서울 - 김재관, 장두식

44. 슬픈 예감 - 요시모토 바나나

 

                                                    - 16권

 4월에 읽은 책

 

45. 초이스 선택이 기회다 - 왕창

46.  선비답게 산다는 것 - 안대회

47. 건축에게 시대를 묻다 - 민현식

48. 내 말에 상처 받았니? - 상생화용연구소

49. ~50. 한국 철학 스케치 1,2 - 한국철학사상연구회

51. 지식을 경영하는 전략적 책 읽기 - 스티브 레빈

52.~53. 해월 1,2 - 허수정

54. ~55. 과부마을 이야기 1,2 - 제임스 캐넌

 

 

 

 

 

- 3월에 생긴 책은 29권입니다.

율리시스만 6000원들여(나머지는 쿠폰으로...) 제가 사고...

나머지는 선물 받거나 이벤트로 받은 책들입니다.

한달에 읽는 책은 겨우 이정도 인데 읽을 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언제쯤 책도 리뷰도 후딱 후딱 읽고 쓸까요....

정말 그런 날이 지금 몹시도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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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쉬낀
알렉산드르 푸시킨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3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시절 어려워 했던 도스또예프스끼 작품을 진집을 통해 새로이 탐독하고 있을 때이다.

책을 펼칠때마다 나오는 수많은 러시아 작가와 작품들.. 그 가운데 가장 많이 나오고 궁금했던게 고골의 외투 폰비진의 미성년 그리고 뿌쉬낀의 작품들이였다. 그 가운데 뿌쉬낀을 가장 궁금해했던 이유는 다른 작가들은 한 작품들이 집중적으로 나온 반면 뿌쉬낀은 정말 여러가지 작품이 나왔다. 그래서 정말 궁금해서 인터넷 서점을 검색해 봤는데 한권으로 된 전집은 절판이 된 후였고 단행본으로 나온 책들 중에서 몇권이 있었다. 그래서 그 중에서 소설집을 사서 읽고 다른 단행본을 사려고 하는 중에 우연히 광주의 한 서점에서 뿌쉬낀의 한권으로 된 전집을 보게 되었다. 손때가 타고 너널 너덜 하고 굉장히 두껍고 3만 9천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었지만 이미 내게는 그런 악조건 보다 갖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 그때는 그 책을 살 여건이 안되어서 그냥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는데 자꾸 눈에 밟혀 정말 참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틀후에 광주에 사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그 책을 구해 달라고 했다. 아.... 그 말을 하고 나니 왜 그렇게 가슴이 뛰던지..

정말 정말 설레였다. 그러나 친구에게서 날아온 소식은 절망적이였다.

서점은 가보았으나 그 책을 누가 사가버렸고 주문을 하려해도 절판된 책이라 구할수가 없다는 것이였다.

병이 나버렸다.

갑자기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니 갖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그러다 불연듯 출판사에 문의를 해보자란 생각이 들어 출판사 홈피에지에 글을 올렸더니 재고 문의를 해보라며 전화번호 하나를 알려 주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재고가 있었다.

책이 약간 더럽다며 9천원이나 깍아준 책은 생각보다 깨끗했고 책이 내게 왔을때의 기쁨은 말할 수가 없었다.

책을 보는 사람들마다 이거 책 맞냐는 핀잔도 집으로 들고 가는 길에 마주친 사람들의 힐끔거림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마냥 기뻤다.

그렇게 내 생애 가장 두꺼웠던 책....

무려 1793페이지짜리의 뿌쉬낀 전집을 손에 쥐게(너무 두꺼워서 다 못 쥐었다. ㅋ..)되었다.

2005년 1월 21일 금요일의 일이였다.

 

1999년 뿌쉬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책들에서 발행된 책이였다. 1999년이면 나는 고3.. 그때 러시아 작품에는 관심도 없었고 뿌쉬낀을 알지도 못했을 뿐더러 알았다고 해도 이렇게 두꺼운 책을 살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 뿌쉬낀 200주년 탄생 기념이라는 이름앞에 전집을 발행해준 열린책들이 얼마나 고맙던지...

그 유명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라는 시가 뿌쉬낀이 썼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러시아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가라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의 작품외에도 알게 된 것이 너무나 너무나 많아져 갔다.

 

 

이 책을 받고 가장 놀랐던건 엄청난 양의 작품수였다.

이 전집에서 크게 서정시,장편 서사시,희곡,민담,운문 소설, 소설로 나뉘어져 있다. 서정지가 약 400페이지 장편 서사시가 360여 페이지 희곡은 190여페이지 민담은 46페이지 운문소설 270여 페이지 소설은 370페이지 해설 및 연보가 146페이지로 된 엄청나고 방대한 전집이다. 페이지 수로만 따져 보더라도 시인이라는 뿌쉬낀의 명성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인데 거기다 다양한 장르와 운문소설이라는 새로운 시도까지 한 뿌쉬낀의 역량이 느껴져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해설의 제목을 번역자 석영중 씨가 '아, 뿌쉬낀' 이라고 한 것처럼... 나도 '아, 뿌쉬낀'이라는 감탄사 에 많은 것들을 내포시킬 수 밖에 없었다.

단순한 생각으로 이렇게 많은 작품을 썼다면 굉장히 오래 살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네델란드 화가 요하네스 얀 베르메르를 떠올리며(그의 작품은 40여점 정도 밖에 안된다고 알려져 있다.) 38세의 짧은 생을 살다간 뿌쉬낀의 삶에 작품수에 생의 기간을 따지는 단순함은 깨트려 버렸다. 그러나 그 짧은 생을 살면서 문학적 가치까지 지니고 있는 이렇게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는 데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 국민 시인, 천재 작가, 민족의 혼등 뿌수낀을 따라다니는 수많은 수식어가 뿌쉬낀의 위대함도 그리고 러시아 국민들의 뿌쉬낀에 대한 열정을 다 채워주지 못한다는 사실 또한 어쩜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일테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뿌쉬낀을 어떻게 나의 짧은 소견으로 정리할 수 있을까.. 13살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결투로 인한 사망에 이르기까지 창작에 대한 그의 열정은 짧은 나의 어휘력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것조차도 무의미 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뿌쉬낀에 대해서 자꾸 할말이 많아진다.

 

수많은 작품들을 읽으면서 드는 느낌은 어느 것 하나 허접하지 않다는 것이였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남겼음에도 대단하다라는 감탄사가 나올 수 밖에 없었던건 창작이라는 전제를 갖고 있는 분야라도 분명 그 하나 하나는 다르다는 걸 알기에 그를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다 잘 쓸 수 있단 말인가..

질투심.. 짜릿함.. 뿌듯함.. 안타까움 그렇게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국민시인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모두다 느낄 수 잇는 시들...

그리고 시대적 배경과 황제를 찬양하는 시들.. 정치적이고 헌사가 깃든 시들.. 그의 시안에서도 그 세계는 무궁무진했다.

또한 유렵과 아시아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의 지리적 특성을 살린 다양하고 풍부한 그의 시들과 작품들은 한 작가의 작품을 읽고 있음에도 내가 갖는 세계는 광활했다.

그 가운데 운문소설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만날 수 있었는데 장르의 구분이 무색할 정도의 뿌쉬낀의 문학세게에서 운문소설은 장르를 들먹이며 운운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분명 시의 형식을 빌고 있으면서 소설을 가미하고 있으며 잠시라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흡인력은 뿌쉬낀이 아니면 할 수 없다라는 과감한 표현도 던져 보게 된다.

실로 너무나 흥미있고 재미 있었던 운문소설 '예브게닌 오네긴'의 스토리는 평범하지만 이 작품이 러시아 문학사에서 불고 온 파장이 컸던만큼 많은 자유스러움을 보여 주었던 만큼 '우리보다 200년을 앞서갔던 작가' 라는 지적을 한 고골처럼 오랜 시간이 흐른뒤 읽어도 변함없는 이 놀라움은 고골의 표현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뿌쉬낀의 작품을 내가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뿌쉬낀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만 풀어도 넘쳐나는데 어떻게 그의 작품을 논할수가 있겠는가..

그 일은 다행히 도스또예프스끼가 정의해 주었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보편성...'

고전주의적인 엄격함.. 낭만주의적인 열정과 사실주의가 어우러진 뿌쉬낀의 세계... '균형'이라는 한마디의 표현을 나도 인정해야 겠다.

전통의 수용과 파괴, 진지함과 유머, 현실과 이상등 조화를 이루는 뿌쉬낀의 작품들.. 누군가 왜 뿌쉬낀의 시에 맞는 음악을 작곡하지 않냐는 질문에 차이꼬프스끼는 <그의 시는 그 자체가 음악> 이라고 대답해 뿌쉬낀의 위대함을 나타냈던 것처럼 여러사람들의 찬사속에 그는 균형을 갖추었다고 그들의 표현을 인정하지 않고는 나로써는 도저히 뿌쉬낀을 표현할 길이 없다.

 

그렇게 1년이 넘는 뿌쉬낀과의 긴 여행을 마쳤다.

뿌쉬낀의 작품을 읽는 동안 그의 삶....

창작에 대한 열정을 모두다 이해했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뿌쉬낀의 세계로 들어 갔던 그 시간들은 뿌쉬낀이 느꼈을 희열에 가까웠노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행복한 시간들이였다.

 

아, 뿌쉬낀...

당신의 작품은 영원하리라...

 

과연 뿌쉬낀은 나의 말을 들을 수 있을까...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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