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퐁스 도데 단편선 - 마지막수업 외
알퐁스 도데 지음, 김진욱 옮김 / 창작시대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교회에 친하게 지내는 동생이 있다.

어느날 장난을 치다 보니 너무 수준(?)맞아 '너 무슨띠야?'라고 물었더니 닭띠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오옷.. 역시 띠의 끌림이 있었던 것이다. 그 뒤로 더 심하게 장난을 치며 놀았는데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찌 그리 둘이 수준이 잘 맞느냐는 것이다.

여튼 책 얘기가 나와서 얘기하다 보니 역시 독서는 잘 안하고 있었다.

그래서 책을 추천해 달래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동생이 알퐁스도데 단편집을 추천해서 구입하게 되었다. 처음엔 뒷돈을 받으려다 어찌 14살 먹은 동생한테 책값을 받겠는가..

그냥 선물로 줬다.. 당연히 선물로 주기 전에 내가 먼저 쓰윽 읽었다. 책을 깨끗이 읽는 편이라 아주 아주 새책인냥 선물했다.

겉표지에 잔소리 잔뜩 써놓고...

 

알퐁스 도데 하면 별과 마지막 수업이 유명하지만.. 훨씬 더 낭만적이라는 이유로 별을 더 좋아했다. 그나마 순수했던 중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읽었던 별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때의 감정을 기대하고 잔뜩 기대하던 나는 너무 짧은 페이지와 '~습니다'로 끝나는 문체에(번역의 문제인지도 모르겠지만)조금은 실망을 하고 말았다. 마지막 수업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렇게 짧은 단편이 참 많이 실려 있었다. 이렇게 단편이 많은지도 몰랐지만 길이에(너무 짧아서)당황하던 나는 어느새 익숙해져서 재미나게 읽어갔다. 서정적이지만 사실적인면과 추상적인 면이 적절히 섞인.. 말 그대로 10대 초반에 읽으면 더더욱 좋을 그런 소설들이였다.

마음속에 무한한 상상력을 드리워 준다고나 할까..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은 주무시는데 나는 잠이 안와 슬며시 빠져나와 마당을 서성이며 쏟아지는 별들을 보던 일이며 그런 하늘을 보며 나만의 고민을 중얼 중얼 털어놓던 일이며 어릴적 추척과 낭만이 자연스레 삐져나오는 책이였다. 그러나 이 모든걸 순수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나는 너무 커버렸고 약아버렸다. 그런 것들이 추억으로만 떠오르며 씁쓸한 미소가 지어지는 꿈을 잃어버린 영혼을 지닌채 살아가고 있다.

분명 알퐁스도데 단편집 같은 책을 읽고 떨며, 설레이며, 공상하며 책이 나의 전부가 되어 생각만 해도 베시시 웃음이 나오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런 순수함은 이제 회복되지 않았다.

마치 외국의 할아버지에게나 들을 법한 이야기들처럼.. 꿈속에서나 만날 법한 이야기들 속에서 나는 많은 것을 잃어버렸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인정속에서 나의 순수한 시절을 떠올리며 공상과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어서 읽는 순간들은 참 평온했다.

책을 덮는 순간 현실로 돌아왔을 뿐...

한바탕 꿈을 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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