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마음 - 아름다움에 대한 스물여섯 편의 에세이
이남호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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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책을 펼쳤다. 책에서 느껴지는 편안함 보다는 의자의 불편함, 주변 사람들의 소란 때문에 책을 읽는 나의 마음은 시간 떼우기에 급급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다 읽을때쯤 목적지에 도착해 있겠구나 라는 계산으로 펼친 책이였는데, 그 모든 계산과 소란함을 뒤로한 채 책 속으로 스며들어 버렸다. 그야말로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드는 에세이를 만난 즐거움 때문이었다. 일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 현재 내가 바라보는 풍경이 행복인 것, 나의 존재 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르는 것, 그것이 에세이에서 느껴지는 힘이 아닌가 싶다. 평범한 일상을 그려낸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미 특별해지고 있었으니 그 특별함에 나의 일상을 대입시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저자의 글도 글이지만 나의 마음에 쏙 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저자가 펼쳐놓는 글의 소재였다. 나의 동경이 되기에 충분한 요소들을 두루두루 갖추고 있으면서 자연스레 드러내놓고 있었기 때문에 저자의 매력에 푹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갖추고 싶은 것들을 자신의 일상에서 모두 담고 있었으니 내가 빠져드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최근에 내가 관심있어 읽은 호퍼의 그림으로부터 시작해서 문학, 음악, 영화 자연의 싱그러움까지 모두 이 한 권의 책에 담겨 있었다. 문학과 예술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펼쳐내는 그의 글이 어렵지도 않았지만 그 자유스러움에 나는 그만 홀딱 반해 버렸다. 내가 갖추고 싶었던 마음의 양식, 감성을 아낌없이 펼쳐내는 저자야말로 나의 이상형이자 이상향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누가 채어가도 채어 갔겠지만 자꾸 생각하면 할수록 아쉬워지는 것은 부재의 목마름이었다. 왜 내 주변에는 이런 사람이 없는가 하고 겻길로 새는 마음을 품게 되는 것은 이 책에 담겨있는 저자의 사고 속에 깊은 공감을 했기 때문이라고 억지를 부려보게 된다.

 

  저자는 문학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헤아리는데 나름대로의 밝은 눈을 가졌다 자부한다고 했다. 자칫하면 젠체한다고 색안경을 끼고 볼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소개글과 함께 실린 저자의 사진을 보는 순간 마음속에 넉넉함이 퍼졌다. 저자는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웃음은 보는 이로 하여금 밝은 눈의 실체(?)를 편견없이 보겠다는 다짐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그런 다짐이 아니었더라도 내가 걱정했던 젠체의 분위기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가치와 헤아림을 추구하는 밝은 눈을더 자주 만났기 때문이다. 그것이 문학 교수라고 해서 문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기에 더 반가웠는지도 모른다.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이었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차분하면서도 정갈한 고견들은 저자의 이끌림에 충분히 빠질 수 있었다. 글로만 만났다면 내면에 퍼지는 감격이 줄어들었을 법도 한대,  한편한편의 에세이에 실려있는 자료들은 저자의 세계를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글을 읽다 한편의 그림을 보며 사색에 빠지고, 한장의 사진으로 공간이동을 하며 내 상상력은 풍부해져 갈수 밖에 없었다.

 

  책을 통해 느끼는 상상력이라 하면 나 또한 경험이 많기에 할말이 많아진다. 그러나 저자가 깔끔하게 정리해 주고 있기에 잠시 빌려 적음으로써 이 책에서 느낀 공감을 말하고자 한다. '독자들이 지닌 사상력의 수준에 따라서 독서과정에서 재구성 되는 상황과 감정의 구체성, 폭, 깊이 등은 크게 달라진다. 어떤 문학작품을 깊이 이해한다는 것은, 상상력의 작용을 그만큼 확대했다는 것과 상통한다'(p.125) 이 책을 통해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독자의 상상력의 작용을 확실히 확대시켜 주고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반면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굳이 상상력을 확대시킬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글이 어렵지 않다는 것과 시각적인 효과, 또한 자연스레 열리는 감성의 폭이 충분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상상력을 더 펼쳐 보기를 권고하는 것은 내게 생경하거나 무관심적인 것들과 얕은 지식을 드러냈던 것들에 날개를 달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 맞지 않더라도 나의 관심사가 아니더라도 자연스레 흡수되는 글의 소재는 어느 순간 나의 이야기가 되고 있었다.

 

  그랬기에 순식간에 읽어버린 글들 가운데서도 만나게 되는 편안함이 나를 지배 했는지도 모른다. 미당 서정주의 시를 빌어 일요일의 마음을 나타내고 있듯이 우리들이 아직 못찾은 마지막 골목들을 찾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한편한편 읽어 나가면서 골목 하나하나를 섭렵해 가는 흥분과 설레는 발걸음이 늘어만 갔다. 얼마의 골목이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골목의 찾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속에 녹아 있는 마음을 찾길 바랬던 것은 아니었을까. 잠시 발품을 더 팔더라도 구석구석을 누비는 만족감. 그 만족감으로 나의 마음은 뿌듯함으로 넘치고 있다. 그 골목을 찾아 나서는 것. 저자를 통해 상상력의 세계를 구석구석 누비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오타일까?

p. 50 나 자신이 내게 결핍되어 있을 대, -> 있을 때

 

- 슈나이더가 쓴 글렌 굴드의 전기 중에서 발췌한 것이라고 했는데, 원본이 이런지 옮기다 이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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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읽은 책

 

 

 

1. 단 하루만 더 - 미치 앨봄 

2. 아더와 미니모이 1 - 뤽 베송

3. 고도를 기다리며 - 사뮈엘 베케트

4. 아더와 미니모이 2 - 뤽 베송

5. 빨간 자전거 - 크리스틴 슈나이더

6. 브레이브 스토리 3 - 미야베 미유키

7. 브레이브 스토리 4 - 미야베 미유키

8. 개를 위한 스테이크 - 에프라임 키숀

9. 악기로 본 삼국시대 음악 문화 - 한흥섭

10. 두고온 시 - 고은

11. 아버지와 아들 - 박목월,박동규

12. 행복한 식탁 - 세오 마이코

13. 새로운 인생 - 오르한 파묵

14. 이것이 인간인가 - 프리모 레비

15. 반 고흐 - 정문규

 

                                                 - 15권

 



2월에 읽은 책
 
 16. 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 - 정승희

17. 여신이여, 가장 큰 소리로 웃어라 - 슈테파니 슈뢰더

18. 현명하게 세속적인 삶 - 복거일

19. 책만 보는 바보 - 안소영

20. 고추장 작은 단지를 보내니 - 박지원

21. 칙센트 미하이 몰입의 경영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22. 호미 - 박완서

23. 게르마니아 - 타키투스

24. 네 연애는 왜 그 모양이니? - 케빈 블레이어, 로리 고틀립

25. 모습찾기 - 마리네야 테르시

26. 두부 - 박완서

27. 로미오와 줄리엣 - 윌리엄 셰익스피어

28.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 이시다 이라

 

                                                       - 13권

 

3월에 읽은 책

 

 

 

29. 율리시스 무어 5 - 피에르도메니코 바칼라리오

30. 고양이 철학자 요 미우 마 - 조안나 센즈마크

31. 르노와르 - 전규태

32. 인생의 베일 - 서모싯 몸

33. 설국 - 가와바타 야스나리

34. 참말로 좋은 날 - 성석제

35. 별똥별 머신 - 하시모토 쓰무구

36. 꽃들에게 길을 묻다 - 김판용

37. 300 - 프랭크 밀러

38. 미스터 문라이트 - 이재익

39. 서른의 당신에게 - 강금실

40. 리셋 - 가타무라 가오루

41. 맥스와 커피 한 잔을 - 맥스 루케이도

42. 대화 - 박완서 외

43. 문학 속의 서울 - 김재관, 장두식

44. 슬픈 예감 - 요시모토 바나나

 

                                                    - 16권

 4월에 읽은 책

 

 

45. 초이스 선택이 기회다 - 왕창

46.  선비답게 산다는 것 - 안대회

47. 건축에게 시대를 묻다 - 민현식

48. 내 말에 상처 받았니? - 상생화용연구소

49. ~50. 한국 철학 스케치 1,2 - 한국철학사상연구회

51. 지식을 경영하는 전략적 책 읽기 - 스티브 레빈

52.~53. 해월 1,2 - 허수정

54.~55. 과부마을 이야기 1,2 - 제임스 캐넌

56. 다이앤 아버스 - 파트리샤 보스워스

57. 래리크랩의 파파기도 - 래리 크랩

58. 내 무덤위에서 춤을 추어라 - 에이단 체임버스

59. 체 게바라 시집 - 체 게바라

60. 아르헨티나 할머니 - 요시모토 바나나

61. 슬롯 - 신경진

62. 위대한 영성 - 앤드류 머레이

63. 홀로 앉아 금을 타고 - 이지양

64. 행복한 차세대 크리스천을 위한 7가지 습관 - 칼만 카플란, 매튜 슈워츠

 

                                                             - 20권

 

 

5월에 읽은 책

 

 

65.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 아지즈 네신

66. 홍루몽 1 - 조설근, 고악

67. 홍루몽 2 - 조설근, 고악

68. 모레 폭풍이 지날 때 - 캐런 헤스

69.~70. 비가 오지 않는 도시 1,2 - 티에닝

71. 홍루몽 3 - 조설근, 고악

72. 동물원에 가기 - 알랭 드 보통

73.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코끼리 모독 - 랠프 핼퍼

74. 가시도치의 회고록 - 알랭 마방쿠

75. 전쟁을 위한 기도 - 마크 트웨인

76. 반 고흐 미술관 - 파올라 라펠리

77. 돌과의 문답 - 이규보

 

                                                         - 12권

 

 

6월에 읽은 책

 

 

78. 불행한 재테크 행복한 가계부 - 제윤경

79. 세상을 바꾼 12권의 책 - 멜빈 브래그

80. 홍루몽 4- 조설근, 고악

81. 홍루몽 5 - 조설근, 고악

82.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 로커 - 이사카 코타로

83. 안녕, 캐러멜! - 곤살로 모우레

84. 신들은 바다로 떠났다 - 존 반빌

85. 붉은 죽음의 가면 - 애드거 앨런 포

86. 스파르타쿠스의 죽음 - 막스 갈로

87.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 2 - 금난새

88. 사랑을 주세요 - 츠지 히토나리

89. 노란 코끼리 - 스에요시 아키코

90. 쿨 보이 - 사소 요코

 

                                                               - 13권

 

 

7월에 읽은 책

 

91. 부자 마인드 수업 - 월레스 와틀스

92. 네 멋대로 행복하라 - 박준

93. 렌트 - 이시다 이라

94. 세탁소 - 모리 준이치

95. 홍루몽 6 - 조설근, 고악

96. 잔소리 없는 날 - 안네마리 노르덴

97. 함메르페스트로 가는 길 - 마르야레나 렘브케

98. zoo - 오츠이치

99. 달의 사막을 사박사박 - 기타무라 가오루

100. 율리시스 무어 6 - 피에르도메니코 바칼라리오

101. 루브르 박물관 - 알레산드라 프레골렌트

102. 홍루몽 7 - 조설근, 고악

103. 가면 - 카를 요한 발그렌

 

 

                                                       - 13권

 8월에 읽은 책

 

104. 플라이 인 더 시티 - 신윤동욱

105.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 설흔, 박현찬

106.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 - 오츠이치

107. 홍루몽 8 - 조설근, 고악

108. 자유와 인간적인 삶 - 김우창

109. 끌림 - 이병률

110.~111. 축소지향의 일본인 1,2 - 이어령

112. 루브르와 오르세의 명화 산책 - 김영숙

113. 가만히 좋아하는 - 김사인

114. 센스영어 - 조영민

 

                                                - 11권

 

 

 

9월에 읽은 책

 

115. 츠지 히토나리의 편지 - 츠지 히토나리 

116. 아버지의 그림 편지 - 곤살레 모우레

117.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알려준 고양이 - 루이스 세뿔베다

118. 슬로 굿바이 - 이시다 이라

119~120. 바람의 화원 1,2 - 이정명

121. 행복한 가족의 100가지 비밀 - 데이비드 나이븐

122. 과학, 우주에 마법을 걸다 - 에르빈 라슬로

123. 랭보 1 - 클로드 장콜라

124. 논술, 사고 치다 - 공성수

125. 일요일의 마음 - 이남호

126. 에드워드 호퍼 - 롤프 귄터 레너

127. 성스러운 테러 - 테리 이글턴

 

                                               - 13권

 

 

 * 아직 리뷰 쓰지 않은 책 - 아버지의 그림 편지, 논술 사고치다, 일요일의 마음, 에드워드 호퍼, 성스러운 테러 랭보는 2까지 읽고 리뷰 쓸래요!!^^

 

 

 

- 9월은 정말 책 읽기도 게을리 하고 리뷰 쓰기도 게을리 하는 달이 되어 버렸습니다.

밀렸던 이벤트 책들을 읽기도 하고 신간도 읽기도 했지만 여전히 저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책이 더 많은 기록장이 되어 버렸네요..

11월에는 제 의지가 80퍼센트를 차지하는 책들로 채워졌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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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복덕방 - 이태준

 

 

 

 

- 지인을 만나러 갔는데....

가는 길에 책을 한권 다 읽어 버려서...

돌아올 때는 막상 읽을 책이 없어서..

안절부절 하자....

책을 한권 건네준다...

 

받아도 부담없고...

읽어도 부담없는...

범우문고....

 

즐거운 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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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우주에 마법을 걸다 - 현실에 대한 통합적 비전의 등장
에르빈 라슬로 지음, 변경옥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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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주로 읽는 책들은 문학위주라서 이런 책들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두려움 반 설레임 반이다. 내게 너무 낯선 장르여서 그렇기도 하고 새로운 세계를 알아 간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과학책이라면 읽어본 기억이 없어서 낯섬도 두려움도 더 깊었다.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어 버린 경험이 되어 조금은 안타까운 심정이다. 역시 내겐 새로운 장르의 탐방은 때가 이른 것일까. 책을 다 읽기는 읽었지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감조차 잡을 수가 없다. 과학이 우주에게 마법을 거는 것이 아니라 내게 마법을 걸고 있어서 책만 펼쳤다 하면 졸음이 밀려오는 진풍경만 만들어 낼 뿐이었다.

 

  한 때 출판계에서도 콘서트 바람이 불어서 무슨무슨 콘서트라는 제목의 책들로 인해 평상시에 접근하기 힘들었던 장르에 많은 사람들이 다가갔던 기억이 있다. 전문가들이 봤을땐 그런 책들이 겉핥기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같은 일반인들에겐 거부감이나마 없앨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 책은 일반인이 읽기엔 무리일 정도로 대중성이 없다. 나의 독서 수준을 의심해도 개의치 않겠지만 전공이나 이쪽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해할 법한 내용들이었다. 물론 나조차 감을 못잡고 있으니 전공분야니 뭐니 떠들어 대는 것이 모순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책의 구성으로 보자면 대충 알것 같다. 소수인들의 의견 나눔이라는 것을.

 

  책의 구성을 보면 제 4부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4부 중에서 1,2부가 저자의 의견이라고는 하지만 3부에 실려있는 다른 사람들의 칼럼들 또한 양의 비중이 비슷하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1,2부에서 우주가 마법에 걸린 혹은 과학이 우주에 마법을 거는 것을 피력했다면 그 이론에 대한 여러사람들의 칼럼들이 중반에서 후반부를 차지한다. 그 칼럽들을 통해 저자의 이론에 대한 뒷받침이 되었다면 그 부분을 높이 사겠지만 되려 혼란과 난해함을 주고 있었다. 수 많은 사람들의 칼럼을 보아도 저자의 이론에 대한 칭찬과 격려만 기억날 뿐 무슨 얘기들을 한 것인지 부끄럽게도 나는 알 수가 없다. 전문적인 용어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고 생각 되지만 흐름을 전혀 파악할 수 없었고 과학에 무지 상태라고 해도 무방할 나에게는 벅찰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과학책으로만 볼 수도 없었다. 나에게 과학은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들을 무조건 등한시 한다는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저자가 말하는 과학은 좀 달랐다.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인간의 의식의 일부분이나 체험과 사례들을 거부하지 않고 있었다. 되려 그것은 우주와 과학과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었으므로 흥미로운 부분도 없진 않았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움이 크지 않아 아쉬웠을 뿐 적어도 과학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을 조금이나마 벗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거기다 인간 내면의 깊은 성찰을 다루기도 해서 과학이 아닌 철학책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어쩜 과학은 인간이 세계와 세계속의 자신을 이해하려는, 영원한 추구의 일환이다(p.157)라는 말을 거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무조건적인 첨단만을 추구하는게 과학이다라고 생각했던 내게 라슬로의 주장은 인간에게 동떨어질 수 없는 과학을 만나고 있었다. 인간에게 동떨어짐이 단순하게 그려지는 편리가 아닌 나의 존재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이 책에 담겨있는 메세지는 인간을 갈라놓는 분열보다는 인간의 화합을 주장하는 것이라(p.161) 했다. 과학과 우주, 그리고 인간의 사이에서 화합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너무나 동떨어진 의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의 이론을 전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보는 저자의 이론에 대한 생각이 틀리지 않음을 조금씩 깨달을지도 모른다.

 

  분명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난해하고 나를 이해하고 인간과 화합을 만들어 내는게 과학과 우주라는 것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나 또한 이 책이 말하고자 함을 제대로 꿰뚫지 못하고 어정쩡한 반응밖에 보일 수 없으니 할말 또한 많지 않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과학이, 내가 생각하는 우주가, 내가 생각하는 인간과의 관계가 조금은 편견에서 벗어난 것은 사실이다. 우주에 마법을 걸듯, 나의 의식 속에서 이미 마법의 영향이 미쳐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을지 모르므로 내가 기억하고 있는 소수의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려 한다. 내가 알게 될 것과 찾게 되는 것이 많지는 않겠지만 미래에 마주하게 될 예측할 수 없는 앎의 방향에 조금이라도 밑거름이 될 수 있을지 모르는 것 아닌가. 그러므로 난해하고 어려웠던 시간들이 헛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분명 언젠가는 무릎을 탁 치며 '그때 그것이 그것이였구나' 할 날이 있을지도 모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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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1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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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명님의 글을 읽다보면 내 안의 기운이 소진되는 느낌이다. 글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김훈님이 연필로 꾹꾹 눌러 쓴 것 만큼이나 단어 하나하나에 혼이 깃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이런 팩션은 속도감 있게 읽히는게 장점중의 하나다. 이 책도 빨리 읽으려고 맘 먹었다면 평상시의 책 읽는 속도보다 빨리 읽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스침은 책 속의 진가를 발견하지 못할 확률이 컸다. 허투로 쓰지 않았을 언어들과 내면을 깊이 파고드는 무게는 책을 읽는내내 더 아래로아래로 데려가는 느낌이었다. 저자가 이끄는대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었기에 책을 읽는 과정도, 읽은 후에도 기력을 챙길 수가 없었다. 그만큼 저자의 노력이 독자에게 온전히 느껴지는 정성이 그득한 글이었다.

 

  이정명하면 작년에 발간된 <뿌리 깊은 나무>를 빼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팩션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 올리며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책으로 깊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저자의 신간이 나왔으니 기대를 품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김홍도와 신윤복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라서 그림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더욱더 궁금증을 일으키게 되었다. 역시나 차근차근 이야기를 끌어 나가는 방식과 뛰어난 상상력, 그리고 쉼없는 반전 앞에서 <뿌리 깊은 나무>의 기대치를 충분히 만끽 할 수 있었다. <뿌리 깊은 나무>는 준비기간이 길어서인지 그 탄탄함과 노력을 <바람의 화원>이 뛰어 넘지는 못했더라도 전작에 대한 기대에 못미쳤던 것도 아니었다. 전작에 비해 상상력은 배가 되었고 기발함 또한 신선했다. 또한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을 통해 김홍도의 그림에 대한 해석을 많은 부분 알고 있어 이야기를 꿰어 맞추는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도 살짝 애교스럽게 봐주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다하더라도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을 34점이나 실으면서 그 사이사이의 공백을 메꾸고 이야기로 채워 나간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한 그림은 단순히 증거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의 해석을 부여해 저자의 상상력을 더한 후 상황에 맞게 펼쳐 내기에 고리타분한 옛 그림을 보는 지루함은 없었다. 그림 하나하나에 파고드는 시선과 풀어내는 이야기는 주인공들이 살아있는 듯 생생하기 그지 없었다. 더군다나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은 그 시대 인기 있었던 사군자 같은 소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서민들과 양반들, 여인들이 주인공이 되는 그 시대를 훑어 볼 수 있는 그림들이었다. 그랬기에 저자가 풀어내는 상상력에(다른 책들을 참고했더라도) 그들이 살아 숨쉰다 생각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림은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있었다. 저자의 상상력이 없었다면 스쳐 버렸을 그들의 그림을 통해 깊은 사연을 간직한 듯 그 하나하나를 기억해 가고 있었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면 김홍도와 신윤복을 동시에 등장시키고 있지만 신윤복에 더 치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김홍도의 그림과 그의 명성이 현재까지 더 자자하지만 이 책을 통해 신윤복의 그림들이 재탄생 되듯이 신윤복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팩션이라 하더라도 김홍도가 이렇게 비춰지는 것에 대해 서운하게 생각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소설에서 만큼은 신윤복에게 조금 더 부여되는 초첨을 이해하고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더라도 저자가 신윤복이라는 인물과 '미인도'에 불어 넣은 상상력은 반전의 묘미를 넘어 충격적이었다. 책의 일러두기에 후손들의 양해를 구하는 구절을 책을 읽고서야 이해하게 되었지만, 나 역시 소설을 소설로 받아들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김홍도와 신윤복의 미묘한 관계, 신윤복과 기생 정향의 관계, 신윤복이 여인들을 그려내는 이유까지 신윤복에 대한 반전이 있어야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 의문의 풀림을 마주하고 있더라도 충격이 가시지 않겠지만 어느정도 완벽하게 그 이야기를 만들어낸 저자의 상상력과 저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림을 통해 시대를 엿보는 단순한 느낌이 아닌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것들로 부활시킨 저자 덕에 이 책에 수록된 그림들이 친근해져 버렸다. 그러므로 그림 한점으로 수 많은 것들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의 그림을 등한시하고 외국의 전시회와 화가들만 좇던 내게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이 경종을 울려 주었듯, <바람의 화원>은 옛 그림에 새 생명을 불어 넣어 준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 한점으로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고 모든 것을 얻을 수도 있다는 사실. 그러나 근본적인 의의는 그들이 그림을 그릴 때에야 살아 있음을 느끼고 자신들의 혼을 담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또한 저자가 역사속에 묻히고 있는 신윤복의 그림과 그의 존재를 부활시키려 했듯이 그를 잊지 않으려고 한다. 김홍도의 업적을 어찌 무시할 수 있겠냐만은 단 두줄의 기록만이 남아있는 신윤복에게 좀 더 관심을 기울여 보려 한다. 이 책을 통해 느꼈듯이 김홍도의 그림과 신윤복의 그림에 누가 더 뛰어남을 가릴 수 없듯, 신윤복의 그림 또한 뛰어나기 때문이다. 바람이 되어 사라져 버렸을 그라 해도 소설속의 또 다른 삶을 통해 진정한 화가로 탄생 됐기 때문 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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