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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를 본받아 - 최신 완역본
토마스 아 켐피스 지음, 유재덕 옮김 / 브니엘출판사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의 인연처럼 책도 나에게 오는데 인연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래전부터 기독교 고전으로 책 제목을 많이 들어봐서 읽어야지 했었는데, 지난해 말 도서정가제 시행 직전에 이 책을 구입했었다. 그리고 책이 도착하자마자 읽으면서 정말 읽기를 잘했다고 좋아했는데 거의 9개월 만에 더디게 완독을 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던 건, 과정이 지루하거나 읽기 싫어서가 아니라 정말 마음이 힘들 때 이 책을 들여다봤기 때문이었다. 그런 과정을 알고 있기에 이 책을 그냥 쥐고만 있어도 마음이 울컥해진다.
이 책을 처음 마주했을 때 딱 드는 생각은 제대로 신앙생활을 하라고 따끔하게 훈계하는 느낌이었다. 그런 훈계가 잔소리처럼 늘어지거나 하나님이 중심이 아니었다면 내 마음에 찔림을 받고 공감하면서 가슴이 먹먹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오로지 하나님 안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삶을 대해야 하는지, 또 하나님을 어떻게 알아가야 하는지를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읽으면서 흐트러진 자세를 고칠 정도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일은 세상을 바라보는 대신 하늘의 일을 좇는 것이다. (14쪽)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지 못하고 나보다 나은 사람을 바라볼 때 마주한 이 문장을 보며 부끄러움과 동시에 위로를 얻었다. 성경을 멍하게 읽고 있을 때 ‘성경에 관한 갈증을 해소하고 싶다면 겸손하고 단순하게 믿음을 가지고 읽어야 한다.(22쪽)’는 문장 앞에서 다시 정신을 차리곤 했다. 또한 내게 닥친 고난을 원망하고 싶어질 때면 ‘불안하고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을 때야말로 축복의 순간이다.(54쪽)’ 라고 말해주니 내가 이 축복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하고 있으면 ‘하나님을 사랑하고 섬기는 것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미래가 없다.(61쪽)’라고 따끔하게 말한다. 그러니 이 책을 허투루 읽을 수도 없었고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은데 억지로 읽을 수가 없어서 정말 마음이 심란하고 힘들 때 펼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똑바로 살라고(?) 말하고 있는 이 책이 가장 도움이 되었을 때는 불안한 내 마음을 잠재울 때였다. 둘째 아이의 중요한 검진을 앞두고, 혹은 이유 없이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들 때, 내가 처한 상황에 아무런 희망도 가질 수 없고, 내 존재 자체가 무의미할 때 이 책을 펼치면 위로가 되었다. 나를 정신 차리게 해주었던 ‘거룩한 조언’들에 이어 ‘위로’를 해주는 기도를 대할 때면 한없이 마음이 평안해졌다. 모든 것은 주님 안에 있으며 불안해하는 것은 내 마음일 뿐이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품게 되자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게 닥친 크고 작은 고민들과 불안한 마음이 이 책장 속에 켜켜이 쌓여 있는 것 같아서 책만 바라보아도, 기억하고 싶은 구절에 붙인 메모지만 보아도 마음이 먹먹해지는 것이다.
사소한 어려움에 직면하기만 하면 포기하기 때문이다. 너는 지나치게 위로만을 갈망한다. 진정으로 사랑을 베푸는 사람은 시험을 받을 때 자신의 자리를 굳게 지킨다. (112쪽)
그럼에도 내가 위로의 감상에만 젖어 있지 않도록 정도를 지키는 문장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정말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간 정말 편하게 살아왔고 편하게 신앙생활을 했으며, 충분한데도 뭔가 부족하고 힘들다고 징징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을 읽을 때 두 번 읽지 않으려고 제대로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이 책은 다른 판본으로 읽고 싶을 정도로 내 마음을 울렸던 책이다. 왜 ‘영적 도서의 베스트셀러’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 성경의 소중함, 이런 깨달음을 나 혼자만 간직하지 말아야 할 것을 다짐하게 했다.
치유와 평안, 그리고 확신을 구하기 위해 당신을 찾아왔습니다. 당신은 저의 은밀한 생각은 물론 모든 것을 알고 계시기에 당신만이 저를 도우실 수 있습니다. 당신은 저의 필요를 아시고, 저의 공허함이 어느 정도인지 아십니다. 저는 당신 앞에서 벌거벗은 채 서 있습니다. (264~265쪽)
절대 혼자라는 생각은 금물이며, 외로워할 필요가 없다. 또한 사람이 나를 위로해 주지 않는다고 절망할 필요도 없다. 내가 온 것도, 돌아가야 할 때도 하나님의 뜻이므로 그것을 잊지 않는다면 내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며 살아도 부족한 것이 삶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