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시간 -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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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까지 혼자서 아이들을 보다 외출한 남편이 돌아오자 바로 카페로 갔다. 시원한 음료를 시킨 김에 1+1 쿠폰을 써서 한 잔은 텀블러에 담았다. 남편에게 가져다주기 위해서다. 음료를 마시며 책도 보고 리뷰도 쓰다 보니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집에 가야 하는데 한참 집중하는 중이라 가기는 싫고 입이 텁텁해서 아메리카노 숏 사이즈를 시켜 마셨다. 짧은 시간에 두 잔의 음료를 마신 셈인데, 가끔은 이렇게 사치를 부려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줬다. 마음 같아서는 달콤한 디저트까지 먹고 싶었지만 저녁을 해야 해서 커피를 마신 뒤 카페를 나섰다. 마트에 들러 만둣국 재료와 요즘 핫 하다는 컵라면이 보이기에 함께 사서 집에 돌아왔다.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나는 이렇게 장황하게 오늘의 하루를 설명할 수밖에 없는데 저자라면 여덟 컷 만화에 충분히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이 책에 드러난 이야기는 이렇게 소소하면서도 달콤한 디저트가 가득한 일상이 대부분이었으니까. 그리곤 생각한다. 매일 매일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얼마큼의 마음적, 물질적 여유가 생겨야 부담 없이 그런 호사를 누릴 수 있을지 생각하면 좀 씁쓸해진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의 행복감은 이렇게 일상 틈틈이 파고든 자유 시간을 만끽할 때인데, 정말 커피를 원하는 건지 조건이 깃든 삶의 여유를 원하는 건지 헷갈렸다.

저자와는 다르게 카페에서나 외출할 때 대부분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말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 속에 소소하게 들어오는 타인의 이야기는 때론 감정을 상하게 하고, 색다른 면을 보게 만들며, 과하게 의식을 하기도 하게 되는데 그 모든 게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들인 것 같았다. 맛있는 차, 달콤한 디저트, 좋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곁들어진 최고의 순간도 있듯이 때론 사람들 틈에 섞여 존재감이 사라지는 순간들도 있었다. 그렇다고 그런 순간들이 우울하게 표현 된 건 아니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듯이 다양한 날의 감정과 생각과 디저트를 이 책이 알려주는 것 같았다.

책을 읽는 내내 본 적도 없는 디저트들이 어떤 맛일지 너무 궁금했다. 디저트를 인당 하나씩 주문하는 것도 신기하고, 한 조각에 3,000엔이나 하는 케이크가 있다는 것도 그렇고, 호텔 디저트 뷔페를 힘들게 예약해서 가는 것도 낯설기만 했다. 딸기 철에는 딸기 디저트를 실컷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즐거워하는 것을 보며 정말 디저트 문화가 우리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디저트를 즐겨 먹는 건 아니지만 자주 가는 카페에서 좀 색다른 걸 먹고 싶어도 초콜릿, 치즈, 샌드위치 몇 종류를 벗어나지 못하는 메뉴에 종종 고민 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저자가 한국에 방문해 사인회를 열면서 우리나라 디저트 문화에 대해 이야기 하는 부분에서 체감했다. 우리는 인당 하나씩 보다 사람 수에 따라 적당히 시켜서 함께 먹는 게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건 친숙한 사이일 때는 부담 없지만 저자의 생각처럼 딸기가 하나 얹어 있는 쇼트케이크라던가, 정말 혼자 먹고 싶은 디저트일 때는 좀 난감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디저트를 나눠 먹기 어색한 사이라면 좀 더 신중하게 상대의 취향을 배려해야겠다는 다짐까지 들 정도로 디저트에 대해 여러 각도로 생각해 본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맛있고 달콤한 디저트를 먹어봤으면 하는 욕구가 가장 강했다. 차와 함께 먹는 디저트는 환상의 궁합이라 언제라도 거부감이 없어 책을 읽는 내내 상상하느라 허기가 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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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은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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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70세, 엄마는 69세, 외동인 딸 히토미는 40세인 3인 가족. 제목에서도 밝혔듯이 평균 연령이 60세인 가족이 아직은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앞으로는 전혀 어색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녀가 독립은 했을지언정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상황이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큰 아이가 40일 때의 내 나이를 따져보면 72세이니 멀게만 느껴질 뿐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첫 시리즈를 읽을 때만 해도 내 자녀가 40살이 되도록 혼자라고 생각하면 아찔할 것 같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비혼이든 결혼이 늦든 걱정은 되겠지만 결혼하라고 닦달하지는 못할 것 같단 생각이 이번 책을 읽으면서 들었다. 그게 자녀의 선택이라면 속내는 다를지라도 존중해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벌써부터 이런 생각을 하는 나도 참 그렇다는 생각이 들지만 적어도 떠밀려서 하는 결혼은 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후를 맞은 부모님과 함께 사는 딸의 입장과 그런 딸과 사는 부모의 입장 모두 드러나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선택에 따른 현재를 중요시하는 것도 의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다른 사람과 다르게 느껴지는 여러 상황에 대해 완전히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다. 부모님은 죽음 이후를 조금씩 준비하고, 그런 부모님을 보면서 죄송한 마음을 비롯한 복잡다단한 마음이 드는 딸의 입장도 충분히 공감이 갔다. 그런 와중에 미혼으로 누릴 수 있는 것들과 미혼이기에 누리지 못한 것들의 언급부터, 부모의 그늘 아래 산다는 것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도 할 수 있었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간단한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질서와 존중이 바탕이 되는 생활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이 그래서 대단해 보였다.

엄마는 저녁 장을 보러 가는 길에 ‘눈 깜빡할 사이에 밤이 되어 하루가 끝’나 버린다고 말하면서도, ‘늘 반복되는 일상이 허무한 날이 있는가 하면, 행복하다고 느끼는 날도 있지.’라고 말한다. 나의 일과도 별반 다르지 않는데 그러면서도 분명 어떠한 숙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오늘 하루가 허무했는데 아이들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고, 이렇게 함께 한 시간들이 늘어나는 건지, 줄어드는 건지 모를 날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이 더디다가도 잠시 붙잡고 아이들의 예쁜 모습을 한없이 바라보고 싶은 이상한 마음. 사와무라 씨 댁의 일상을 보면서,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너무 평범해서 눈치 채지 못할 정도의 무난한 일상이 진짜 행복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책의 말미에 강아지 치비와 함께 생활하던 추억이 짤막하게 드러나는데, 역시나 내가 어렸을 때 함께 컸던 개가 생각났다.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노란 털의 누렁이. 왕복 두 시간 거리의 학교 길을 함께 걸었던 그 개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치비처럼 죽음까지 함께 했던 것이 아니라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아버지가 팔아버린 것을 알고 슬펐던 순간이 아직도 생각난다. 시골집에서 기르는 개에 대한 어떠한 의견도 낼 수 없었던 시절의 슬픈 추억이지만 치비의 이야기를 보면서 당연히 그 누렁이가 생각났다.

 

시골에서 자란 환경 때문인지 특별히 동물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지만 어떤 식으로든 아픈 이별이 있다면 다시 동물을 키우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나 역시 이후로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을 정도로 생명과 함께 한다는 건 큰 결심이 따라야 하는 거니까. 어쩌면 동물 뿐만이 아니라 모든 일에 그렇게 신중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모든 일은 나를 쌓아가는 일이고, 내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섣부를 수가 없을 것 같다. 좀 엉뚱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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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온 책들!

 

 

 

 

1. 도쿄 셀렉트 북 - 강한나



다음에 일본을 간다면 꼭 들고 가고 싶은 책이다.

책 사진만 훑어봐도 궁금한 것들 투성이다.

 

 

 

 

내용은 이렇게 생겼다능!

 

 

 

2. 딸로 입사 엄마로 퇴사 - 이주희



온라인 서점에서 보고 궁금했던 책이었다.

엄마로 퇴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아마 더 그런 것 같다.

 

 

 

3. 화학이 진짜 마술이라고? - 박동곤



예전 같으면 과학 책 자체에 관심이 가지 않았는데,

다른 책을 통해서 과학에 흥미가 생겼고,

무슨 분야를 가장 좋아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과학 책을 거부하지 않게 되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4. 자스민, 어디로 가니? - 김병종



<화첩기행>으로 유명한 저자의 에세이다.

무려 16년 간 함께 한 강아지 자스민에 관한 이야기라고 한다.

강아지가 떠난 후 슬픔이 가시지 않았다고 했는데

말만 들어도 슬퍼지려고 한다.




외출 할 때 남방 하나에 좀 두꺼운 가디건을 걸치고 갔는데,

그럭저럭 돌아다닐 만 했다.

봄이 오는 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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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엄마와 인도 여행이라니! - 세 여자의 ‘코믹액숀’ 인도 방랑기
윤선영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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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인도 곳곳을 밟고 온 기분이다. 더운 날씨, 땀 냄새, 상상할 수 없는 기차역의 혼잡함, 어디든 사람이 넘쳐나고, 지저분하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유의 분위기가 뿜어 나오는 인도. 가보지 못한 나라, 호불호가 갈리는 나라, 겪어보지 못한 불편함을 감수하기 힘든 나라라는 편견들이 무색할 정도로 재미있게 읽어버렸다. 저자에게는 미안하지만 한 호흡에 읽어버려서 인도를 며칠 만에 다녀 온 기분까지 든다. 엄마와 까칠한 이모와 함께 한 여행. 말만 들어도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는데 역시 경험해 보지 않고는 아무것도 알 수 없고, 걱정은 두려움으로 남아 있을 뿐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여행 목적지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여행하느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나는, 만약 혼자 엄마와 이모와 함께 여행을 하라고 했다면 도망쳤을 것 같다. 성격 탓이기도 하고, 고생길이 훤해 지레 겁을 먹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해보지도 않고 겁을 먹는 나와는 달리 엄마, 이모와 함께 여행을 한 저자가 대단해 보였다. 오로지 좋은 것을 엄마와 함께 보고 싶다는 생각에 엄마에게 여행을 청했는데, 엄마가 망설임 없이 정한 곳은 인도였다. 류시화 시인 때문이라고 하는데, 나도 시인의 에세이를 읽어서인지 낯설지가 않았다. 책으로 만나고, 상상했던 곳을 직접 보는 일. 분명 설렐 것 같다. 그런 설렘을 책임진다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지지만 많은 우여곡절을 뒤로 하고 저자는 엄마, 이모와 함께 일단 부딪혔다.


참 멋지다. 딸, 니는 좋았겠다. 이런 데서 두 달을 보내서. 148쪽

도망치듯 인도로 여행 왔던 과거와는 달리 엄마, 이모와 함께 온 인도는 분명 달랐을 것 같다. 갠지스강을 보며 엄마가 했던 말, 엄마와 여행오기 8년 전에 여행 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 위로를 받았다는 저자. 그래서인지 유명한 관광지보다 오히려 너무 할 일이 없어 갠지스강만 쳐다보았던 바라나시의 여행이 내게도 인상적이었다. 여행 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풍경을 바라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목적이 있는 여행도 좋지만 꼭 그러지 않아도 된다 생각하기 때문에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여행이 자연스러웠다.

여행의 묘미는 변수라고 하지만 저자와 엄마, 이모가 겪은 여행을 보면 지나고 났으니 하는 말이지, 나보고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할 것 같다. 여전히 나는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는데 몸이 아픈 와중에도 14시간 기차를 타고 이동하고, 살벌한 현지인의 협박, 멱살잡이를 하는 싸움까지 그야말로 스펙터클 한데 그 모든 걸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여행이 더 흥미로운 게 아닌가 싶다. 인내심을 요하는 일도 많고, 몸이 따라주지 않거나, 상황이 따라주지 않아도 천천히 순응해 가는 것. 인도인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문제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런 여유와 그곳에 녹아드는 방법을 배운 게 여행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엄마, 이모와 달리 인도 여행을 마치고 다른 여행을 해야 해서 공항에서 헤어질 때의 그 착찹함. 그 여운이 나에게도 전해져 마음이 찌르르 했는데, 다음 여행에 까칠한 이모가 거의 협박에 가깝게 데려가라는 전화와 엄마도 함께 가겠다는 전화가 걸려왔다는 이야기를 보며 뭔가 서늘해졌다.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면서도 엄마와 이모가 또 어떤 예측불허의 상황을 만들어낼지 긴장된다고나 할까? 발랄한 그녀들의 이야기를 또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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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3-12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는데, 재미있었어요.
돌아와서 이모와 엄마가 다시 같이 가자고 하는 내용 생각나네요.
잘 읽었습니다.
안녕반짝님, 좋은하루보내세요.^^

안녕반짝 2018-03-13 14:52   좋아요 1 | URL
다음 이야기가 분명 나올 것 같아요.
필리핀 간 이야기^^
저만 재밌게 읽은 게 아니라고 하니 좋네요^^
고맙습니다^^
 
새로운 가족
전이수 지음 / 엘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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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이 책의 존재를 몰랐겠지만 제대로 시청하지 못했고 입소문만 들은 터라 읽는 내내 또 다른 편견으로 보지 않으려 했다. ‘아이가 정말 이 책을 썼단 말이야?’, ‘이 그림도 직접 그렸다고?’ 같은 편견에 갇혀 책 내용을 왜곡하지 않으려 애썼다. 담담히 읽어나갔지만 읽고 난 뒤에는 책을 요리조리 뒤적거리기도 하고 서지정보도 찾아보면서 창작자이자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아이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졌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 쉽지 않다. 이성적으로 그래야 한다고 하면서도 말과 행동이 다르게 나올 때가 허다하다. 심지어 나이 차이가 나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나는 과연 다름을 제대로 인정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새로운 가족』에서는 한 코끼리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다름을 어떻게 인정하고 가족의 사랑을 알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이 녹록치 않음에서 마음이 아팠고,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가족의 사랑을 깨닫는 것이 마음 찡했다.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가족의 무리에 들어온 다리를 저는 아기 코끼리 때문에 ‘나’는 짜증이 늘어만 갔다. 자꾸 방해만 하고 참아야 하는 현실에 불평을 해보지만 엄마는 ‘모든 코끼리는 다 다르다고.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모두가 서로 돕고 아껴주며 함께 살아가는 거라고!’란 대답만 들려올 뿐이다.

그런 일이 쌓이고 쌓이자 ‘나’는 너무 속상에서 가족의 무리에서 빠져나와 길을 잃고 만다. 사람들에게 잡혀 등에 짐을 싣고, 우리에 갇히고 나서야 동생 코끼리를 이해하게 된다. ‘나처럼 슬펐겠구나, 나처럼 힘들었겠구나.’하고 말이다. ‘나’는 간절히 가족을 원하지만 우리에서 나갈 수가 없었다. 팔이 하나밖에 없는 사마귀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하게 된 ‘나’는 가족이 살고 있는 곳을 향해 달리고 또 달린다. 그리고 마침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을 때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과 엄마가 해준 말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게 되었다.

창작물 그대로를 보여주기 위해 띄어쓰기나 맞춤법이 좀 틀리더라도 아이의 글씨가 그대로 실려 있어서인지 이야기 하나하나가 더 마음에 콕 박힌 것 같다. 처음에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모두 다르게 생기고, 다른 색과 표정을 지닌 코끼리들을 보면서 다름을 구별하지 못하고 보지 못한 시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코끼리들의 눈에 눈물이 맺힐 때마다 나도 슬퍼지고, 짜증나는 상황을 볼 때면 나 또한 짜증이 나고 공감이 되는 상황들이 어쩜 이렇게 생생할까 싶었다. 이 책을 쓴 이가 아이이기 때문에 대단하다, 굉장하다는 감탄보다 경험과 상상을 이렇게 맘껏 표현할 수 있는 것에 경이로움을 느꼈다. 그래서 앞으로 나올 창작물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가 맞물렸다. 내가 빤히 알고 있는 시선이 다른 이의 시선으로 다르게 드러나는 것. 그 안에서 또 다른 지혜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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