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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대디, 플라이 ㅣ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를 미치도록, 죽이고 싶도록 증오한 적이 있는가?
아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복수하기 위해 노력한 적은 있었는가?
아마 없었을 것이다.
나처럼 이렇게 평범한 샐러리맨 스즈키 하지메..
50을 바라보는 나이.. 땅딸막한 체형.. 그가 몸짱이 되고 고등학교 최고의 챔피언 권투선수 이시하라를 쓰러트린다. 왜?
스즈키의 소중한, 하나밖에 없는 딸 하루카가 이시하라에게 맞았기 때문이다. 자신은 아무런 힘이 없었다. 용기도 없었다.
그러나 분노는 그 모든걸 뛰어 넘었다.(나도 스위스전 주심을 상대로 분노좀 품어볼까?ㅋ) 그 분노를 뒷받침 시켜주고 이시하라를 쓰러 트릴 수 있게 도와준건 가족과 '더 좀비스'였다.
'레볼루션 no.3'의 '더 좀비스'를 어떻게 만났을까.. 스즈키는 스기하라에게 복수하기 위해 부엌칼을 가지고 스기하라의 학교에 잠입한다.
그러나 스즈키가 들어간 곳은 '더 좀비스'가 다니는 학교...
게다가 순신과 마주쳐 된통 혼이 난다. 그러나 '더 좀비스'와 그의 일행들은 스즈키의 얘기를 듣고 프로젝트를 만든다. 단지 재미있을거라는 이유하나로..
스즈키가 이시하라를 쓰러트리기 위해서는 싸울 줄 알아야 한다.
당연 순신의 가르침을 받지만 그 과정은 처절하면서도 인상깊다.
회사에 한달 반정도 휴가를 내어서 순신에게 훈련을 받고 이시하라를 쓰러트리기까지 그의 분노는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마음속으로 갈등하고 자책하고 괴로워 하면서도 스즈키는 순신의 훈련을 잘 참아낸다. 속으로 욕은 무지 하지만..
그 정도로 순신은 프로다운 면모를 보여주었고 스즈키는 가족을 지키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하루카를 다시 집으로 데려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늘을 날 것 같은 스즈키...
뿌듯했다. 결과의 통쾌함보다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여한 중년 샐러리맨의 사투는 많은 것을 깨닫게 했다.
스즈키 자신만 해도 인생이 180도 달라질 정도였으니까 그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은 180도는 아니더라도 90도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갖지 않았을까?
나에게 이런 열정과 제대로 된 스승이 있었다면 나의 인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들 성적의 숫자 놀음에 놀아나며 그 숫자가 높으면 높을수록 좋아하기에 중학교때 나도 공부를 정말 잘하고 싶었다. 그러나 포기하고 말았다. 내 자신에게 실망하고 말았다. 제대로 된 도전한번 안해 봤기에..
그리고 지레 겁 먹어 버렸기에..
차리리 좀비스처럼 숫자로 판단하는 세상에 열렬히 비판하며 포기를 해버리던가 스즈키처럼 제대로 도전해 보든가 그랬음 나았을 텐데...
나는 어정쩡한 중간치였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좇아 움직이는 중간치..
그래서 좀비스와 스즈키가 통쾌했는지도 모르겠다.
여튼 좀비스와 스즈키의 프로젝트는 멋졌다.
소설이기에 가능했지만 깊은 밤 책을 덮고 나니 책 속의 한가운데를 둥둥 떠다니는 나를 발견하고 베시시 웃어 버렸다.
다음날이면 추락해 있을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 이 작가의 책을 다 읽어 보고픈 욕심이 생겼다.
캐릭터들에게 정이 들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사서 보기에는 아깝다는 짐작과 수긍과는 반대로 간직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홀라당 사버렸다.
아직 나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