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순례 : 바닷마을 다이어리 8 바닷마을 다이어리 8
요시다 아키미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이 도착했음에도 며칠을 들췄다 덮었다 반복했다. 읽히지가 않아서가 아니라 아껴 읽고 싶어서였다. 작년 여름에 출간된 책을 이제야 읽으면서 이러는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일 년에 한 권씩 출간되기에 느긋하게 읽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읽는 내내, 읽고 나서도 역시나 ‘좋다’를 남발했고 올 여름까지 어찌 기다리나 싶었다. 만화를 많이 알고 있진 않지만 1권을 읽으면서 단박에 좋아졌고, 유일하게 모으고 있고 기다리고 있는 작품이다. 읽을 때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이 조금씩 변화하는 기분이 들어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마음이 따뜻해진다.


여러 이야기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지난 책에서 언급한 셋째 치카의 임신을 어떻게 풀어낼지 가장 궁금했다. 임신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스즈를 제외하고는 치카는 부담을 주기 싫어 모두에게 임신 사실을 숨겼다. 아이의 아빠가 될 하마다 씨에게도 비밀에 부쳤고, 그는 오랜 마음의 짐을 벗고 새롭게 에베레스트 등반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치카는 마음이 복잡하면서도 그의 무사귀환을 위해 무리하게 신사에 들러 기도를 하다 급기야 쓰러지고 만다. 임신 사실이 가족은 물론 하마다 씨에게도 알려지게 된 상황에서 사치는 치카에게 냉정하게 말한다.

그럴 생각은 없었겠지만 넌 스즈한테 상처를 줬어. 거짓말한다는 마음의 짐을 지운 거야. 하마다 씨한테도. 넌 그 사람의 산악인으로서의 자긍심에 상처를 줄 뻔 했어. 83~84쪽

스즈의 부담감과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하마다 씨에 대한 모든 심경을 냉철하게 읽어내는 사치를 보며 역시 첫째 언니답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모든 상황들이 결국엔 안정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안심되었다. 곧 첫 손주가 생기는 친엄마의 부족한 성의에 마음이 조금 무거워지긴 했지만 네 자매가 지금껏 잘해 왔던 것처럼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 스즈가 다니게 될 학교도 역시나 안심이 되었고, 비록 몸을 떨어져 있을지라도 언니들과 후타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 걱정이 되진 않았다. 각자 나름대로의 로맨스(?)가 무르익은 가운데 다음 이야기에도 그들의 삶의 방향이 필요한 방향으로 흐를 거란 예감이 있었다.

 

어려운 일이 있거나 고민이 되는 일이 있어도 가족과 이웃 간의 끈끈함이 그 모든 걸 유순하게 해결해 줄 거란 좀 허황된 믿음이 이 만화의 매력이다. 나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듯이 만화 속의 인물들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거란 믿음이 언제든 반갑게 맞이하게 되는 이유다. 그나저나 이모할머니가 임신한 치카에게 으깬 토마토와 간 사과를 섞어서 만들어 준 ‘토마토 으깨미’가 너무 간단해서 해 먹고 싶어진다. 예전에는 멸치 토스트(이건 내가 해 먹을 수 있는 요리가 아니지만)가 그렇게 궁금하더니, 종종 언급되는 음식들에 관심이 가는 걸 보면 이 만화의 자잘한 매력도 역시나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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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8-03-13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좋아하는 시리즈라 반갑네요-. 소장해두고 종종 들춰보곤 하지요- 최소 세 번씩은 읽은 듯 해요^^

안녕반짝 2018-03-13 14:52   좋아요 0 | URL
이 만화는 한번 읽으면 팬이 되는 것 같아요.
다른 분들도 대부분 소장하면서 계속 들춰보는 것 같더라고요.
올해 9권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