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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캣의 내가 운전을 한다 - 본격! 운전툰 ㅣ 스노우캣 시리즈 (미메시스)
스노우캣(권윤주) 글.그림 / 미메시스 / 2017년 5월
평점 :
운전에 관한 책이니 운전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을 수가 없다. 2004년에 1종 면허를 따고 그 이후로 한 번도 운전을 해보지 않아서 장롱면허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운전을 못할 때의 불편함을 너무 많이 경험했기에 꼭 해보고 싶은데 용기가 나질 않는다. 그냥 무섭다. 모든 차들이 나를 향해서 올 것 같고, 로터리는 죽어도 못 돌고, 직직만 할 것 같아서 운전은 아직 엄두도 나질 않는다. 주변에서 이런 나를 보고 막상 하면 정말 편한 게 많다고 해서 마흔 전에는 도전해보마 했지만 잘 모르겠다. 그래서 스노우캣의 이 책으로 용기를 얻지 않을까 해서 오자마자 읽어버렸는데 글쎄, 용기는 차치하더라도 운전이 그렇게 무서운 것만은 아니라는 건 확실히 알았다.
차를 사고 첫 주행을 나갔는데 안전벨트를 착용했음에도 미착용 벨이 내내 울려서 내릴 때 보니 옆 좌석에 턱하니 꽂아놨다는 얘기를 듣고 빵 터졌다. 얼마나 긴장하고 떨렸으면 운전하는 내내 벨이 울리는데도 원인을 몰랐을까? 차가 작아 착각했다는 핑계도 귀여워서 운전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들을 더 만나고 싶었다. 주차 연습을 하려 마트 주차장에 출근하는 것도, 운전 중에 손을 움직일 수 없어 히터를 못 틀어 떨었던 것도, 후방 카메라 달면 주차 올킬이라는 말에 바로 후방 카메라를 다는 일이며 운전을 하기 위해 진지하게 고군분투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때론 순간적인 판단과 순발력을 발휘해야 하는 게 운전이라서 새로운 세계에 입문하는 태도를 보며 나도 저렇게 진지하게 대하면 운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주 가는 작은 우체국에서의 이런저런 다정하고 따뜻한 경험들이 가장 좋았고, 무엇보다 운전할 때 ‘사람이 먼저다’라는 부분에서 공감하면서도 선거 문구가 떠올라 웃음이 났지만 중요한 메시지인 건 사실이었다. 보행자가 안심하고 건널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경험부터 다른 운전자와 소통하는 것까지 운전을 하게 되면 배울 것 투성이지만 차근차근 하게 되면 큰 문제될 게 없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꿀 팁은 초보운전을 과감히 인정하고 예쁘고 웃긴 문구보다 정말 급하게 흘겨 쓴 문구에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여 놓을 때 짠해서 다른 운전자가 양보해 준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초보운전 사실을 모르고 도로에 나갔을 때가 더 위험하고 불안하다는(운전하는 사람, 타 운전자 모두) 것도 말이다.
이래놓고 언제 운전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 남편이나 아는 사람에게 절대 배울 생각이 아닌 제대로 연수를 받아볼 생각이지만 솔직히 아직도 자신이 없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는 게 아닌 운전면허증이 있으니 그걸 다시 살려보자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임해보려 하지만 역시 마음을 잡기가 쉽지 않다. 운전을 진짜 하게 될 때 이 책을 다시 꺼내들고 마음을 다 잡아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