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 온전한 나를 위한 혜민 스님의 따뜻한 응원
혜민 지음, 이응견 그림 / 수오서재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도 읽고 싶고 리뷰도 쓰고 싶은데 둘째 아이가 자꾸 깼다. 너무 자주 깨서 순간 짜증이 올라와 투정 부리는 아이를 번쩍 들어 무릎에 앉힌 후 ‘이럴 거면 자지마!’ 하고 버럭 화를 냈다. 아이는 자다가 무슨 봉변이냐는 표정으로 눈을 말똥말똥 떴다. 순간,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몰라 아이를 얼른 안고 등을 토닥이며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 아이를 안고 있으니 태어나자마자 많이 아팠을 때가 불현듯 생각났다. 건강하기만 하라고 기도하고 기도했던 그 순간을 떠올리자 눈물이 핑 돌았다. 책 읽는 것, 리뷰 한 편 쓰는 게 너보다 소중하겠냐며 미안한 마음을 토로해 보았지만 내 행동이 참으로 부끄러웠다. 그리고 깊이 잠들지 않는다고 냈던 짜증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잠시 내가 감사를 잊고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꼭 기억해줘. 네가 큰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나에겐 너의 존재만으로도 이미 충분해. (38쪽)


  잠시 나를 잊을 때가 있다. 외출을 즐겨하지 않은 내가 거의 집에만 틀어박혀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소모품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나에게 ‘네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말을 해준다면 순식간에 울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나란 존재에 대해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며칠 전 대대적인 책장 정리를 하면서 쓰지 않는 물건을 다 꺼내서 과감하게 버리는 작업을 했는데 10년 이상 보관해 둔 편지들도 포함되었다. 세 박스나 되는 편지함에는 꾹꾹 눌려진 편지가 어마어마했다. 기억나지 않은 군인아저씨들과의 편지를 먼저 버리고, 이름이 쓰이지 않은 편지와 지금은 연락이 끊긴 친구들의 편지를 버렸다. 그리고 간간히 보이는 연애편지를 꺼내 읽으면서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 받았고 소중한 존재였다는 걸 알자 내 자신이 새롭게 보였다.


생각과 나를 동일시하지 마세요. 올라온 생각은 내가 조정할 수 없는 많은 외부 환경에 의해 잠시 일어난 구름이지 내 본래 성품이 아니에요. (243쪽)


  하루에도 수 만 가지 생각을 하며 산다. 그 생각을 나눌 이가 없을 때는 그것이 세상의 시각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더 닫게 된다. 그래서인지 현실과 몽상을 구분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나를 부정하고 변화시키려는 게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는 것처럼 마음의 안정을 찾아주는 글을 통해서 내 마음 속을 그대로 들여다보았다. 잔잔함을 유지한 채 수면위로 아무것도 띄워 보내지 않은 줄 알았는데 실은 잔 물결이 쉼 없이 일어나고 있음을, 그 물결을 누군가 알아주길 바랐다는 것을, 나중에는 그런 움직임이 호수 밑바닥을 뒤집을 만큼의 내공을 가질 수 있음을 깨달아갔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구걸하지 말아요. 내 실력이 쌓이면 저절로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무의식중에라도 관심을 구걸하고 있다고 느낄 때 ‘내 실력을 더 길러야지.’하고 마음먹으세요. (151쪽)


  책을 읽다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있을 때면 바로 실행했다. 남편에게 ‘당신을 사랑해요.’가 아닌 ‘당신이 필요해요.’라고 문자를 보냈고, 연락이 뜸한 지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이에게 사랑한다 말해주었고, 부모가 행복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이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라는 사실도 배웠다. 종교를 떠나, 그렇고 그런 위로의 책이라는 편견을 떠나, 깊이 생각하고 타인을 배려하려는 마음이 내게도 와 닿았음을 느꼈다. 선(善)하게 사는 것. 이왕이면 그 선함이 타인에게도 전해지는 것. 그렇게 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음속의 온갖 욕망과 불손하고 거침없는 생각들이 쓸려가길 바랐다. 이 차분한 마음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데 노력하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임을 알기에 좀 더 내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마음의 소리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일단은 말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6-02-20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불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