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퀘스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나의 내면에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들끓는다. 그런 생각들이 튀어나올 때마다 지배받지 않기 위해서 그런 생각을 하는 내 모습에 놀라며 얼른 지워버린다. 하루 종일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아가기가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든 부정적인 생각이 행동이나 말로 튀어나오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 만약 그런 부정적인 것들이 튀어나와 버린다면 내 자신을 제어할 수 없을 것 같은 충동이 일어날 때가 있다. 그것들을 꾹꾹 누르는 일. 그게 내 삶을 앞으로 밀어내는 하루하루의 노력이다.

 

   이렇듯 나는 내 모습을 많이 감추며 살아간다. 사적인 일이라도 타인이 보는 공간에 공개할 때도 되도록 좋은 모습만 올리려고 노력한다. 굳이 내 감정을 다 쏟아내서 타인을 피곤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과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한 모순을 지닌 행위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선뜻 나의 내면을 오롯이 드러낼 용기를 갖지 못하는 건 지금껏 살아 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기 때문에 나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구구절절 알듯말듯 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속도감 있는 소설을 써내는 작가로 인식하고 있던 저자의 산문집을 만났기 때문이다. 산문도 소설과 비슷하게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을 거라며 빠르게 읽어나갔는데 의외로 멈추게 되는 문장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담담하게 꺼내놓고 있다는데서 오는 무언의 편안함이 여전히 내면을 감추며 살아가고 있는 나를 되돌아보게 만든 것이다.

행복이란 특정한 순간에만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나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며 잠 못 들게 하는 것들을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언제라도 경이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31쪽)

  소설로만 저자를 만났기 때문에 저자의 개인사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저자의 사진만 보고 굉장히 젊은 줄 알았고 한 번의 이혼을 했다는 사실도, 자폐아인 아들이 있다는 것도, 불우했던 가정사를 지니고 있었는지에 대해 전혀 몰랐다. 그래서인지 그의 소설 속 인물들과 맞먹을 수 있는 다사다난한 삶을 살아 온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써 내려가는 글에서 뭔지 모를 찡함과 동질감을 느꼈다. 저자의 나이만큼 인생을 산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앞으로 내가 경험하게 되거나 고뇌하게 될 일들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히 자신의 이야기만 나열했다면 금방 지쳐버렸을 것이다.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의 이야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혹은 우연히 들은 타인의 이야기가 마치 한편의 소설처럼 짜여 있어서 지루하지 않았다. 거기다 저자의 고뇌와 고민들, 그리고 불행했던 순간들을 견디게 해준 문학과 음악 이야기가 함께 있어서인지 예술에 대한 저자의 깊이를 느끼고 내 생각과 대조할 수 있었다. ‘대답을 기대할 수 없는 큰 질문들’이란 부제로 7가지의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을 하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과정을 함께 겪고 나면 결과는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된다. 저자의 이야기에 온전히 동조할 수 없더라도 이미 위로와 치유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그것이 위로가 될 수도 있고 아무런 대답도 해 내지 못한 결론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저자가 제시한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들었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 그 사실이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큰 비극입니다. (156쪽)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았지만 내 생각의 대부분은 내 자신에 대한 것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남편이나 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늘 내 생각으로 꽉 차 있으면서도 진지하게 내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많지 않다는 의미다. 저자가 살아 온 이야기, 그리고 내면에 맴돌거나 여전히 생성중인 이야기를 만나다보니 여러 가지 고민들을 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나는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가. 행복하다고 느끼는가. 앞으로의 삶이 기대되고 희망으로 채울 수 있는가 등등 과거보단 현재와 미래에 집중해 고민해 보게 되었다. 여전히 또렷한 답은 찾을 수 없지만 그것이 앞으로 내가 살아가면서 풀어야 할 숙제임을 깨달았다.

가장 커다란 ‘의심’은 자기 자신에 대해 품는 의심이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을 잘 다스려 ‘내일에는 내일의 해가 뜬다.’는 낙관주의를 지켜갈 수 있을까? 바로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의 숙제가 아닐까? (300쪽)

 

  때로는 나와 판이하게 다른, 그러면서도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공감하고 고민하며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있다는 사실을 오랜만에 다시 느낀 것 같다. 저자의 산문집이지만 소설적인 요소를 갖춘 채 문학의 힘을 드러내고 있는데서, 그간 가지고 있던 저자의 글에 대해 편견을 깨고 조금은 달리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인해 나의 고민은 더 많아졌지만 예전보다 더 가벼워진 느낌이다. 더 무거운 삶을 살아 간 사람들, 혹은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서인지도 모르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15-05-06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마지막장만 읽고있어요
스케이트를 탔던 적이 있어서 소제목에 끌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