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 해신 서의 창해 십이국기 3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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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를 겨우 두 권을 읽었을 뿐인데 점점 이야기에 빠져드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다음 이야기가 무척 기다려졌고 나의 바람대로 3권을 손에 쥐었음에도 독서에 대한 권태기가 몰려와 조금 읽다 약간의 공백기를 갖은 후에 다 읽을 수 있었다. 그런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로 흡인력 강했던 3권. 개인적으로 1~3권 중에서 이 책이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다.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니 완전한 인간이라 할 수 없는 인물들에게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어서가 아니었나 싶다.

 안국의 왕이란 신분을 지닌 쇼류는 괴짜였다. 1권에도 나왔던 안국이지만 3권에 등장하는 안국은 더 과거의 안국으로, 선대 왕이 잘 관리하지 못한 탓에 피폐한 나라가 된 배경을 지닌 채 등장한다. 그런 안국의 왕을 기린인 로쿠타가 선택했고 그는 오랜 시간에 거쳐 겨우 나라의 모습을 되찾게 만들었다. 하지만 국정에 관심이 많고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보다 제멋대로인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아 그 주변의 신하들조차 심하다 싶을 정도로 함부로 대하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그런 쇼류를 미워할 수도 없고 신하들을 욕할 수도 없는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3권은 부모에게 버려진 두 아이, 기린인 로쿠타와 후에 로쿠타로 인해 이름을 얻게 된 고야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 두 아이가 각각 자라서 만났을 땐 판이하게 다른 삶을 살고 있었지만 요마에 의해 선택되어 살고 있는 고야는 로쿠타에 의해 이름도 얻고 편견 없는 시선을 처음으로 받았지만 잘못된 충성심으로 그를 납치하게 된다. 지금으로 따지면 도지사 쯤 되는 신분일까? 원주의 주후 자리가 탐나 반역을 꾀한 아쓰유에 의해 요마와 함께 그의 곁에 살게 된 고야는 그에게 은혜를 갚는다는 마음으로 안국의 기린인 로쿠타를 납치하게 된 것이다. 얄궂은 운명의 장난은 그들을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게 만들어 버렸다.

  십이국의 이야기를 다 듣자면 앞으로도 여러 권의 책을 만나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지만 3권에서는 그런 십이국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구체적인 구조를 드러낸 것 같았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왕의 입장과 그 나라가 어떻게 이뤄지고 유지되어 가는지에 대해 상세히 알아갔던 부분은 조금 지난하긴 했다. 그러나 그렇게 능력 없어 보이고 무시할 짓만 하던 왕 쇼류가 반역자 아쓰유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안국을 굳건히 하려는 부분에서는 왕이 왜 필요한지, 왜 기린이 왕을 선택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은 해갈된 것 같았다. 여전히 왕의 자질에 대한 부분은 의문이지만 왕은 기린에 의해 선택되어질 만큼 그만한 능력을 갖춘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천의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다면 굳이 백성을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나와 네가 겨루어보면 끝날 일이다. 아닌가. 아쓰유.(327쪽)

  천의를 믿지 않고 가식적인 모습으로 나라를 생각하는 척 삐뚤어진 애국심으로 반란을 일으켰던 아쓰유에게 쇼류 왕이 한 말은 왕은 왕이라는 이유를 명백히 밝히고 있다. 늘 생각 없이 지내는 줄 알았던 쇼류 왕이 아쓰유를 제대로 간파하는 모습을 보며 유난히 3권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던 기린 로쿠타를 비롯한 여러 사람에게 그나마 왕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 준 것 같았다. 로쿠타는 납치되어 아쓰유의 곁에 있으면서 방법은 잘못 되었지만 진정으로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여러 인물과 정황들에 의해 겨우 그의 잘못된 본심을 발견하게 된다.

  쇼류는 아쓰유에게도 반역자를 도운 고야에게도 좀 더 나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그래서 자신이 필요한 거라고 말하지만 과연 그런 나라가 쇼류에 의해 만들어질지, 그리고 오래 지속될지 확신할 순 없었다. 하지만 진심으로 대할 때 타인에게 그 마음이 와 닿는다는 사실과 자신의 의무를 져버리지 않을 때 나라든 천의든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은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할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그것이 어려움을 돌파하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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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3-16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잠깐 멈추고 있는데 얼른 다시 시작해야겠어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