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누나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가족과 함께 살고 생활하면서도 가족 중 누군가 특정대상을 위해 뭔가를 써 본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늘 함께 생활하다보니 따로 생각해서 일화를 끼적여본다는 것 자체가 쑥스럽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엄마에 관한 책을 읽으면 나도 엄마에 대해서 추억을 남겨볼까 싶고, 아이에 관한 책을 읽으면 흘러가는 시간들이 아까워 기록해두자 하면서도 쉽지 않음을 알고 있다. 같은 동성끼리도 이러할진대 성별이 다른 가족의 이야기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먼저는 상대방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하는 이야기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이 들 것 같았고 성별의 다름 자체에 의의를 두고 편협하게 흘러가진 않을까란 걱정이 앞섰다.

  장황하게 이 책에 대한 염려를 늘어놓는 건 그간 저자의 다른 작품들 속의 소소한 일상과 걸림돌 없이 흘러갔던 분위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전작과 같은 분위기를 기대했던 터라 누나와의 일상, 누나의 생각, 함께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사유를 나누는 모습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목에 너무 얽매이다보니 누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한 느낌도 받기도 했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아쉽기도 했다. 읽는 데는 어떠한 무리도 없었고 남동생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누나의 모습이 꽤 세세하게 나왔음에도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누나와 남동생의 가식 없는 대화 속에서 성인 남녀의 진솔함과 솔직함을 엿보기도 했다. 서로의 사생활을 모두 털어놓다가도 어느 정도 선을 지니는 것 같은데, 둘의 대화를 들어보면 각자의 입장에서 동성의 심리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는다. ‘넌 평생 2만 엔짜리 브래지어는 만져볼 수 없는 남자야.’라고 남동생에게 쿨하게 말할 수 있는 누나가 몇 명이나 될까? 나에게 남동생이 있다하더라도 진지 혹은 농담으로라도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둘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때론 남 같으면서도 남매 같다는 생각이 들게끔 대화하는 것을 보며 이게 이 책의 매력인가보다 싶었다.

  전작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혹은 전작과 비슷한 분위기를 원해서 읽고 나서도 좀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각각의 책이 지니고 있는 매력과 독자에게 전해오는 메시지가 다르듯이 이 책 또한 다른 매력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남매간의 진솔함과 남녀 간의 심리 알아가기라는 낯간지러운 평은 그렇다 쳐도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보는 시선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든 시선이 그러했던 건 아니지만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어쩔 땐 그런 다름이 낯설다는 이유로 언쟁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같은 핏줄이든 타인이든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요즘, 내 주변 사람들을 그냥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와준 책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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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21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정도 다 자랐고 알 것(?) 다 아는 남매가 수위가 높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똑같군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