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9
사라 스튜어트 지음, 데이비드 스몰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은 차고 넘치는 책들 때문에 책을 더 갖고 싶다는 마음보다 이 책들을 어서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앞선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고, 읽은 책장으로 책이 옮겨가는 과정이 너무 더디다 보니 이 속도론 우리 집에 있는 책들을 언제 다 읽을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이렇게 책이 쌓인 집을 원했는데 문제는 이 책들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책을 읽다보면 보람도 느끼고 다른 세계를 경험하기도 하지만 읽어도읽어도 끝이 없다는 회의감도 밀려와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책 속의 엘리자베스 브라운은 무척 부럽다. 마르고, 눈 나쁘고, 수줍음 많은 아이인 엘리자베스 브라운은 나의 어린 시절과 닮아 있는 것 같다. 엘리자베스 브라운처럼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배워 늘 책을 본 건 아니었지만 나름 오랜 기간 동안 책이 내 곁에 가까이 있었다고 생각하기에 엘리자베스 브라운의 행동에 공감이 갔다. 하지만 책에 대한 열정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기숙사에 갈 때도 커다란 트렁크에 책을 가득 채워 가고, 수업 시간 내내 낙서하며 책 읽는 것만 생각하고(수업시간에 몰래 읽는 책은 왜 그리 재미난 지!) 친구들에게 도서 대출증을 만들게 해서 책을 빌리는가 하면, 데이트보다 책 읽기를 좋아했다(난 남자친구와 책을 함께 읽는 것도 좋았는데!^^).

  그러다 기차를 타러 나가 길을 잃어버리자 그곳에서 살 집을 마련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산다. 오로지 시내에 나가는 목적은 책을 사러 갈 때 뿐, 그녀에게 필요한 건 오직 책뿐이었다. 책과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엘리자베스 브라운의 일상은 그야말로 다른 것에는 신경 쓸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물구나무를 서서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으니 누가 그녀의 열정을 따라갈 수 있을까? 책에 정신이 팔려서 할 일을 잊어버리고 문설주를 들이받아도 책을 읽는 그녀의 모습이 답답하다거나 책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림 속에 책으로 가득한 집 구석구석이며 그런 집에서 책을 읽는 그녀의 모습이 부러웠다.

  그렇게 열심히 책을 읽어대니 더 이상 집에 책을 들일 수가 없었다. 현관문까지 막아버린 책을 보며 그녀는 법원에 가서 기부 절차를 밟아 전 재산을 마을에 헌납하기에 이른다. 그녀가 살던 집은 ‘엘리자베스 브라운 도서관’이 되었고 사람들은 그곳에서 책을 마음껏 본다. 그녀는 친구 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친구와 오래오래 같이 살았다고 하는데 여전히 책과 함께 하는 삶이었다. 이번에는 책을 구입하는 것보다 도서관을 택해 매일매일 책을 빌려 걸어가면서까지 읽고 있었지만 말이다.

  개연성을 따지려고 들면 엘리자베스 브라운을 이해하기가 힘들 것이다.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는 표현과 함께 정말 하늘에서 떨어  진 아이를 받는 장면부터 받아들일 수 없을 테니까. 무엇보다 왜 그렇게 책을 읽어대는지에 대한 또렷한 이유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한 발짝 물러서서 이 책을 읽는다면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둘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온통 책이 내 인생의 전부라 생각한 적이 있었고 이런저런 변심이 있었지만 여전히 책과 함께 하는 나를 보면서 엘리자베스 브라운의 모습은 희망사항이 되기도 하다. 늙어서까지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게 나의 바람인데 그녀는 자신의 삶을 온통 책 읽기에 바쳤기 때문이다. 책을 열정적으로 읽고 책 이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그녀를 보면서 책이 그렇게나 좋을까란 감탄사만 나올 뿐이다. 그녀가 책을 왜 읽었겠는가? 좋으니까, 재밌으니까, 즐거우니 읽었던 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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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19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제목이 무척 맘에 듭니다. 제 독서 신조거든요. 책을 읽을 때 즐겁다면 그것이 진짜 독서라고 생각해요. ^^

안녕반짝 2015-01-20 00:12   좋아요 0 | URL
저도 책을 좋아하던 초기에는 참 구구절절하게 책을 좋아하는 이유를 말하곤 했었는데요.
지금은 딱 저 한마디만 해요. 책이 재미있으니까 읽는다고요^^
재미 없었음 이렇게 온 집 안에 책을 쌓아둘 일도 없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