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배 보배 반달문고 29
정연철 지음, 장경혜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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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름을 좀 더 어릴 때 인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른이 된 지금도 다른 사람과 내가 다름을 인정하는데 너그럽지 못함을 느낀다. 모든 사람이 제각각 다르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세상을 향한 모순 때문일까? 나와 좀 다르거나 조금 튀는 사람들을 만나면 이내 불편함을 느낀다. 가까이 하기를 꺼려하고 오직 나와 마음 맞는 사람만을 곁에 두려는 심보. 어쩌면 어릴 때보다 지금이 더 그런 갈림을 심하게 있는지도 모르겠다.

  학교 다닐 때 나와 조금 다른 아이들을 향해 독한 말을 하거나 왕따를 시킨 경험, 물론 있다. 그리고 나도 피해자가 되어 왕따를 당해 본 기억이 있다. 동창이 8명뿐인 조그마한 분교에서도 왕따를 시키고 왕따를 당하곤 했는데 아이들이 많은 곳에서는 그 일들이 얼마나 심할까? 왕따를 시키거나 무관심 하거나 둘 중 하나였을까?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건 왕따를 시키는 일이 정말 별거 아닌 것에서부터 이유 없음까지 다양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심한 화상을 입고 엄마 아빠도 없이 할머니 집으로 온 보배는 어땠을까? 왕따를 당하기에 너무 많은 이유를 갖고 있는 아이였다.

  동네에 여자 아이가 귀해 새로 여자 아이가 온대서 잔뜩 기대하던 경식이는 보배를 보고 실망한다. 예쁘지도 않고 화상을 입고 게다가 뚱뚱하기까지 하다. 그런 보배에게 경식이는 당연하단 듯이 못되게 구는데 그럼에도 자신을 따라다니자 경식이는 귀찮아 죽을 지경이다. 새침데기인 은조를 좋아하는 경식이. 은조 말이라면 깜박 죽는 경식이는 은조가 모범생 상호를 좋아하는 것이 영 마뜩찮다. 상호의 마음을 얻지 못한 은조는 경식이에게 더 못 되게 굴고 경식이는 그걸 보배에게 되풀이하고 있다. 어른도 쉽지 않은데 나와 다른 아이를 인정하고 감싸주는 건 역시 아이들에게도 기대하기 힘든 일일까? 이런 저런 에피소드를 통해서 왕따를 목도하게 하면서도 그 아이들의 마음이 서서히 풀려서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이 그래서 더 따뜻했는지도 모르겠다.

  흔히 자주 마주치면 정이 든다고 했던가. 경식이는 보배에게 못되게 굴고 귀찮아하면서도 자신에게 애정 어린 마음을 표현하는 보배를 보면서 이상한 생각이 든다. 정말 처음 보배를 봤을 때 너무 놀라 그런 보배를 똑같이 싫어하는 은조를 더 좋아하면서도 바른 말만 하는 상호가 더 미웠었다. 보배를 그나마 있는 그대로 보려는 상호가 이해 안가는 건 경식이 뿐만 아니라 은조도 마찬가지였는데 상호를 보면서 그런 마음을 갖는다는 게 나 역시 쉽지 않음을 알고 많이 부끄러웠다. 나였다면 앞서서 보배를 두둔하지도 않았겠지만 그렇다고 보배를 싫어하는 일에 빠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중간한 상태로 이리저리 묻어 다니려는 마음. 그런 마음을 가져보고 여전히 지니고 있기에 소설 속의 제각각인 아이들을 보면서 뭐라 비난을 할 수 없었다.

  아이들이 온전히 순수하지 않다고 믿는다. 그러나 어른보다는 분명 더 순수하고 여린 마음이 더 많다고 생각하고 믿고 있다. 그래서 서서히 보배를 감싸고 보배의 마음을 알아주려는 아이들의 모습에 부끄러움도 느끼면서 뭔가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단번에 나와 다른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는 건 힘들지라도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다름을 인정하고 왜 그렇게 됐는지 이해하게 된다면 아이들도 풍부한 인관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그런 아이들에게 더 많은 점을 배우면서도 지난 과거에 나의 자잘한 잘못들도 떠올라 마음이 무거운 부분도 있었다. 늘 어이없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되뇌며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나와 좀 다른 삶을 살았거나 뭔가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더 너그럽게 가지는 게 나에게 더 필요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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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창고 2015-01-18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안녕반짝님 글로 맑아집니다
저도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순수하고 여린마음이 더많다고 생각하고 믿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