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보기
장 자크 상뻬 글.그림, 배영란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가 열감기에 걸려 많이 아팠다. 열감기는 처음이라 안절부절못하다 병원에 입원까지 했는데 정맥주사를 제대로 못 놓고 아이가 거의 경기 직전까지 가게 만들어서 반나절도 못 채우고 바로 퇴원을 해버렸다. 일요일 저녁, 자정이 다 된 시간에 고민하다 한 시간 반 거리의 대학병원까지 갔다. 불안한 마음으로 병원을 가는데 안개까지 끼어 남편은 잔뜩 웅크린 채로 운전을 했다. 그 모습을 보니 내가 괜히 우겨서 대학병원까지 가는 건 아닌가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힘들게 갔는데 심하지 않는데 여기까지 왔냐는 반응이어서 기분이 상하고 말았다. 다행히 정맥주사를 한 번에 놓았고 초진을 담당한 의사와 전문의가 와서 친절하게, 있는 그대로 설명해 주어서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꼬박 밤을 새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쉴 틈도 없이 남편은 바로 출근을 했다.

  짠한 마음이 들어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다. 고맙고 미안하다고. 그간 잔소리하고 짜증 낸 원인들이 모두 당신에게 있는 것 같아 그랬는데 대학병원에 가는 길에 당신이 얼마나 든든한지, 내가 당신에게 얼마나 의지하고 사랑하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평상시에 무뚝뚝한 남편도 이번일로 당신이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나 대단하고 안쓰러운지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며, 또 당신이 내 아내이고 아이 엄마라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 문자 하나에 마음이 스르르 녹아 버렸다. 솔직히 요즘 남편과 나는 결혼 2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애정을 찾아볼 수도 없고, 뭔가 만날 부딪히기만 했다. 그런데 아이가 아파 전전긍긍하면서 먼 길을 다녀오다 보니 그제야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걸 보게 되었다. 다행히 아이도 건강해지고 며칠 사이에 남편을 보는 내 마음 상태가 달라져 이래저래 기분 좋은 만감이 교차하고 있다.

  이런 일이 없었더라면 이 책을 더 건성건성 보았을 것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이고, 또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 프랑스 유머(?)라는 식으로 건너뛰었을 것이다. 실제로 상뻬 할아버지의 그림과 짤막한 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공감하기보다 ‘이건 뭘 의미하지?’ 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게 더 많았다. 사랑에 관한, 부부사이에 관한, 어떤 일화를 보는 시선에 관한 개인적인 생각들이 담겨 있었지만 그 모든 것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라며 맞장구를 칠 수 없었다. 그 모든 이야기들이 때론 가볍게, 때론 블랙유머처럼, 차마 입으로 꺼내지 못하고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끌어냈기 때문이다.

  빽빽하게 그려진 스케치가 있는가 하면 눈앞에서 팔랑팔랑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생생한 이미지들도 있었다. 처음엔 꼼꼼하게 보면서 저자의 의도를 찾으려고 하다 보니 금세 피곤해졌다. 그래서 눈의 흐름을 좇아 보았더니 다양한 시각이 드러났다. 상뻬 할아버지의 작품을 거의 다 가지고 있기에 이 책을 보면서 짤막한 글은 그렇다 쳐도 그림들이 그 전보다 거칠다는 느낌이 받았다. 그래서 어떤 부분은 구석구석 살펴보기도 했지만 대부분 휙휙 넘기며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 책에 담겨진 스케치나 글들을 하나의 연관성으로 보기는 힘들어서 개별적으로 보다 보니 느낌을 남기기가 상당히 어려워졌다. 다만 요즘 나와 남편의 관계에 관한 부분이 와 닿아 그런 느낌이 나는 곳을 집중하다 보니 짧지만 글로 설명이 되지 않는 메시지들이 조금 보였던 것이다.

  책 제목처럼 마주 보았을 때 우린 상대방을 잘 알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같은 곳을 보았을 때 잘 알 수 있는지는 명확하게 결론 내릴 수 없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간에 내 편견에 휩싸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혹은 그간 내가 보지 못했던 부분을 보려고 노력한다면 내가 요 며칠 사이에 느꼈던 감정처럼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게 타인이든 나 자신이든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는 것. 주관적일 수밖에 없겠지만 좀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려는 시도를 할 때 함께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다고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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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몽 2015-01-05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짝님 글을보니 이책이 빨리보고 싶어지네요
삶의 경험이 묻어나서 더욱 그런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