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짱의 연애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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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오로지 나만의 시간을 가진 채 이 책을 읽고 있자니 누군가에게 다가갈 때의 설렘이 떠올라 괜히 웃음이 났다. 연애를 막 시작할락 말락 할 때의 설렘은 정말 잘 태어났다고 생각될 정도로 기쁘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상대방도 나에게 싫지 않은 감정을 보내올 때, 그때부터 연애는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순간에 정점에 올랐다가 사귀고 난 뒤 백일쯤 되면 처음에 그 감정은 조금은 시들해지는 것 같다. 내가 경험한 연애 대부분이 그랬고 그 뒤로는 서로를 안다는 익숙함과 편안함, 애정에 애증이 더해져 사랑을 지속시켜 가는 것 같다. 연애를 많이 해보지는 않았지만 시작한 이후보다 시작 전의 설레고 떨리던 기억이 많아서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 사랑의 기억이 스쳐지나 가는 걸 그냥 내버려 두었다.

  수짱은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손님으로 오던 서점 직원 쓰치다 신지를 우연히 만나고 다시 호감을 갖게 된다. 그에게 문자를 보내면서 어떤 답장이 올지 기대하는 모습, 너무 속 보이는 건 아닌가 하고 책상에 얼굴을 묻는 모습 등 연애 초기에 한번쯤 겪어봤을 행동들이어서 피식 웃음이 났다. 나는 벌러덩 누워서 팔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어떡해, 어떡해’를 연발하곤 했는데 상대의 반응에 따라 나의 행동은 극과 극이 되었다. 상대에게 반응이 괜찮으면 나의 몸부림은 더 격렬해졌고 반응이 시큰둥하면 침대에 얼굴을 묻고 ‘미쳤어, 미쳤어’ 하며 혼자 있음에도 부끄러워 한참 얼굴을 들지 못했다. 극히 충동적인 행동들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데 수짱과 신지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어 청승을 떨고 말았다.

  신지에게 애인이 있다는 것, 수짱보다 네 살 연하이고 애인이 있음에도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 뭔가 불안하기보다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느낌을 주었다. 수짱이 애인과 헤어지고 자신을 만나라고 할 사람도 아니고, 신지도 충동적인 마음으로 경솔한 행동을 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로 직장이 가까워 자주 봤을 당시부터 마음에 조금씩 담아두던 사람을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게 되니 더 극적이 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런 설렘과 고민, 조금씩 서로를 향해서 나아가는 과정과 함께 각자의 직장 이야기가 얽혀 들어가는 게 현실감을 주었다.

  수짱은 어린이집에서 조리사로 일하면서 아이들을 관찰하며 자신의 일을 즐겁게 받아들이며 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아이를 낳는 인생과 낳지 않은 인생에 대한 고민이 더해져 종종 심란할 때도 있지만 나 또한 20대에서 30대로 넘어오면서 심각하게 했던 생각이라(가능하다면 아이를 먼저 낳고 싶었다. 20대가 좀 더 건강하지 않을까 하는 이유에서.) 수짱의 고민이 낯설지가 않았다. 막상 아이를 낳고 나면 내 아이가 생겼다는 안도감이 들면서 또 다른 고민들이 쏟아지지만 말이다.

  수짱과 신지는 서로 호감을 가지면서도 신지에게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수짱 혼자서 신속한 결론을 내려버린다. 이런 만남을 지속시키면 안 되겠다는 좀 섣부른 결론을 말이다. 수짱의 마음이 백분 이해가 가면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이 안쓰러웠다. 신지에게 애인이 있다고 해서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고 호감을 갖는다고 해서 그렇게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도 아니기에(뭘 했어야 말이지!)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둘의 사이가 어떻게 될지 궁금한데 뭔가 잘 될 것 같은 긍정적인 향기가 폴폴 느껴져 그냥 안심이 된다.

  타인의 연애를 보며 설렐 수 있다는 게 좋은 걸까? 아니면 타인의 고민을 들으며 공감하고 내 상황을 대입하며 곁들일 수 있다는 게 건강하다는 증거일까? 결혼 2년차를 향해가는 나는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위험한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내 남편과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을 꾸리고보니 현실에 치여 서로에게 시큰둥하며 살아가고 있는 요즘, 외출할 때 손이라도 좀 잡고 다녔으면 좋겠다. 한사코 귀찮다는 남편을 졸래졸래 따라가며 손을 잡는 내가 비참한 기분이 들지 않도록 남편도 나와의 연애시절을 좀 떠올려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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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몽 2014-12-29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 2년차라면 반짝님도 아직 풋풋하신걸요??
수짱의 연애 저도 참 잼나게 읽었어요.

안녕반짝 2014-12-31 02:18   좋아요 0 | URL
아직 풋풋한데 전 왜 10년 산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