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러스의 살아 있는 시체들>을 리뷰해주세요.
댈러스의 살아 있는 시체들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2
샬레인 해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인 줄 모르고 이 책을 읽다 전편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어두워지면 일어나라>를 먼저 읽었다. 시리즈라고 해도 꼭 전편을 읽지 않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차근차근 읽게 만드는 시리즈가 있기 마련이다.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는 후자에 속했다. '시리즈라고 해도 굳이 전편을 찾아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고 자신 있게 읽어 나갔지만 내가 먼저 지쳐버렸다. 주인공들과 주변 인물들, 자잘한 사건들의 언급에서 아는 것이 없었기에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그런 암시는 독자들에게 전편의 내용을 기억시켜주기 위한 장치로 보였고, 아무것도 모른 채 읽어나가는 내가 답답했던 것이 당연했다.
 

  <어두워지면 일어나라>를 읽고 나니 <댈러스의 살아 있는 시체들>을 훨씬 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냥 지나쳤던 얘기들도 조금씩 꿰어 맞춰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흡인력 있는 내용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또한 <댈러스의 살아 있는 시체들>을 읽으면서 여 주인공 수키의 까칠함이나 내게만 낯선 인물들의 생뚱맞음이 당황스러웠는데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런 사연으로 두 권을 섞어서 읽다 보니 내용이 약간 섞이고 말았지만 궁금증을 해소해서인지 비교적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어두워지면 일어나라>에서 수키와 빌의 사귐으로 인해 일어난 에피소드를 지켜보았다. 그 여파를 추측해 볼 때, 둘의 관계가 지속되는 것이 쉽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었는데, 역시나 후편에서도 바람 잘 날 없는 일상의 연속이었고 수키에게 위험스러운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같이 일하던 동료가 살해당했고, 그녀의 목에 뱀파이어에게 물린 희미한 자국이 있어 뱀파이어가 의심을 받았다. 빌과 사귀는 사실을 모두 아는 터라 불편한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시신이 경찰인 앤디의 차에서 발견됨으로써 앤디는 위기에 처한다. 그것도 수키가 일하는 바의 주차장에 세워진 차에서 발견 되었고 그 문제만으로도 충분히 골머리가 아픈데 뱀파이어들의 은밀한 요구가 들어온다.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효과를 톡톡히 보아온 다른 뱀파이어가 수키에게 도움을 청한다. 도움이라기보다 꼭 해야만 하는 상황에 빠진 수키는 빌과 함께 댈러스로 향한다.

 

  뱀파이어들이 인간들과 섞여 살면서 뱀파이어 전용 호텔이 생긴 탓에 수키와 빌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도 비교적 수월해졌다(많은 비용이 들었지만). 실종된 뱀파이어를 찾기 위해 수키는 조사에 나섰고, 그 뱀파이어를 납치했을 법한 장소로 잠입한다. 뱀파이어들은 낮에는 활동할 수 없기에 다른 사람과 함께 들어가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인물이라 금방 위기에 처하고 만다. 수키가 마음을 읽는다고 해도 뱀파이어들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었고, 겨우 다른 이들의 도움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뱀파이어와 변신인간들 틈에서 살아나온 사실이 놀라울 정도였지만 부상負像이 뒤따랐다. 임무를 마치고 다시 자신이 사는 마을 본템프스에 돌아오지만, 여전히 살인사건은 미궁에 빠져 있었다.

 

  위기에 처한 앤디를 구하기 위해 자신에게 단서를 찾아줄 것을 부탁한 동생 포샤로 인해 수키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읽게 된다. 그사이 자신에게 수키에게 은밀한 초대장이 날아온다. 빌과 사귄다는 이유만으로 난교파티에 초대를 받은 것인데 그곳에서 살인사건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참석하기로 한다. 하필 빌이 없는 사이에 초대를 받은 수키는 또 다른 뱀파이어 에릭에게 부탁한다. 그곳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보호자가 필요했다. 파티의 내용이나 자신에게 흑심을 품고 있는 에릭과 함께 간다는 것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살인사건의 전말을 알아야 했기에(포샤의 부탁보다 자신의 동료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안 그래도 난잡한 모습이 자주 드러나는 책 내용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는데 그런 파티에서 사건을 해결해야 하고 참석해야 한다는 사실에 더욱 마음이 어지러웠다. 수키 또한 '쓰레기 같은 파티'에 구역질 나 하면서도 자신의 동료를 죽인 사람이 누군지 알아낸다. 그러나 숲에 사는 여인 칼리스토가 나타나면서 일은 복잡해지고 만다. 피비린내 나는 결말 앞에 도저히 이 시리즈를 사랑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었다.

 

  수키와 빌이 소설의 중점에 있긴 하지만 빌의 존재는 더 미미했다. 수키를 위기에서 구해주고 많은 도움을 주지만 대부분 사랑을 나누는 장면으로 비춰지기 일쑤였고, 살인사건이 난잡한 성교파티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마음의 문이 닫혀버렸다. 나의 보수적인 성향 때문인지 소설임에도 책 내용에 인상을 찡그리기 일쑤였다. 이런 찡그림을 현실로 끌어 낸 저자의 글 솜씨를 칭찬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색다른 소재, 시리즈로 이어지는 이야기,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매력이 있을지라도 별 다른 메시지 없이 인간의 욕망이 난무한 이야기에 큰 관심이 가지 않았다. 이 책을 읽은 또 다른 지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눴더니 '네가 보수적이다, 이건 소설일 뿐' 이라는 말이 되돌아 왔지만 내가 느낀 이 기분이 떨쳐지지 않는 사실 또한 어쩔 수 없음에 씁쓸함이 밀려온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다양한 장르의 섞임이 흡인력 있게 다가왔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어두워지면 일어나라>. 이 책의 전편이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독특한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오늘 저녁, 평생을 알아 온 사람들의 진모를 알게 된다고 생각하니, 나도 두려웠다. <2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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