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월드>를 리뷰해주세요.
인터월드 - 떠도는 우주기지의 전사들
닐 게이먼 외 지음, 이원형 옮김 / 지양어린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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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서울을 올라가는 길. 비가 주룩주룩 내리다 못해 억수같이 쏟아지는 창밖을 보며 책을 꺼내 들었다. 감상에 빠지는 것보다 책을 보는 것이 더 좋기에 비가 쏟아지는 날과 조금은 안 어울리는 내용일지도 모르는 <인터월드>를 집어 들었다. <인터월드>는 그야말로 비가 내리는 창 밖, 서울을 향한 기차 안이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잠시 고개를 들어 현실을 보면 오히려 더 낯선 곳이 되어 버리는 듯 한 착각이 일 정도로 보이지도 않고 존재하지 않는 곳의 이야기였다.
 

  종종 심한 길치를 주변에서 보게 된다. 디지털 장애로 인한 길치도 심심찮게 보이지만 이 책의 주인공 조이처럼 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공사 중인 자신의 집에서 길을 잃는가 하면, 사회 체험학습 시간에 길을 잃고 헤맨 일은 조이의 운명을 갈라놓고 말았다. 단순한 길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 다른 세계로 들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조이가 지구에서 길을 자주 잃은 것은 바로 그런 세계에서 공간이동을 하는 능력 때문이라는 사실과 함께 전혀 평범하지 않은 세계로 편입하게 된다.

 

  처음에 조이는 자신이 공간이동을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여러 군데를 방황한다. 순간순간의 위기에 따라 장소 이동을 할 뿐이었는데 그 자체가 공간이동이 되었다. 조이의 그런 능력을 알아채고 우주를 지배하려는 마법의 제국 헥스와 첨단 과학의 제국 바이너리는 조이를 추적한다. 조이가 '워킹'하면서 공간이동을 한 덕분에 위기를 넘기고 있었지만, 그렇게 헤매다 사회탐구 담당인 디마스 선생님을 만나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자신이 사라진 시점에서 폭포에 빠져 죽었으며 그 소식을 듣던 중 헥스 제국의 마녀 인디고에게 붙잡힌다. 그들은 조이처럼 워킹 능력을 가진 아이들을 연료로 쓰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 와중에 인터월드에서 파견된 제이로 인해 구출되지만, 자신의 실수 때문에 복귀하던 중 제이는 목숨을 잃고 만다. 조이가 그려준 좌표 덕에 인터월드로 돌아온 조이에게 싸늘한 시선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조이는 제이를 대신할 전사가 되어야 했다. 조이 자신도 제이가 얼마나 뛰어난 전사였는지,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존재인지를 알지만 인터월드에서 필요한 재원이 되기 위해 훈련을 받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신병 기초 훈련 일 단계를 마무리 하는 과정에서 위기에 처하고 만다. 자신을 추적한 인디고의 계략에 빠져 동료들만 남겨 놓은 채 인터월드로 복귀한다. 조이는 동료들을 구하러 가야 한다는 요청을 하지만 묵살되고 기억이 지워진 채 고향으로 보내진다.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조이는 또 다른 현실과 마주한다. 며칠 동안 기억 상실증에 걸렸던 고등학생의 조이로 돌아와 평범한 학교생활을 한다. 그러다 막내 동생과 비눗방울 놀이를 하던 중 제이의 목숨을 잃게 만든 원인이자,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머드러프 '휴'를 기억하고 만난다. 분명 자신의 기억은 지워졌는데, 인터월드에서 공부했던 내용과 그곳에서 익혔던 무술들이 드러났다. 결정적으로 '휴'를 기억해 낸 조이는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잠시 혼란에 빠진다.

 

  그냥 평범하게 삶을 이어가야 할지, 인터월드로 돌아가 동료들을 구해야 할지 혼란스런 가운데 또 다시 디마스 선생님을 찾아간다. 디마스 선생님이야말로 조이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줄 분이며, 조이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알려 줄 분이었다. 선생님은 자신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했고, 인터월드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은 조이는 가족과의 이별을 해야 했다. 엄마에게 모든 것을 설명했지만 이별은 힘들었다.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엄마는 조이를 믿어 주었고, 그렇게 이별을 하고 인터월드로 돌아왔다. '휴'와 함께 동료들을 잃어버린 곳으로 돌아가 우주를 지배하려는 포부를 가진 헥스 제국을 위기에 빠트리고 동료들과 무사히 탈출한다. 동료들과 힘을 합쳐 결코 만만치 않은 마녀 인디고 일당과 맞선 장면은 조이가 지구를 떠나 그곳으로 돌아온 의미를 깨닫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신뢰가 없었던 동료들과 믿음을 만들어 갔고, 힘을 합쳤을 때 자신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게 하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그렇게 인터월드로 귀환한 그들은 영웅이 될 거라 생각했다. 헥스 제국의 음모를 저지했고, 무사히 돌아왔으니 사령관인 올드맨이 자신들에게 큰 상을 줄줄 알았다. 그만큼 그들은 끈끈한 동료애가 넘쳤고, 자신들의 능력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올드맨은 최악의 팀이었다며 너무 자만하다고 되레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잘했다'는 칭찬과 함께 팀을 유지하라는 명령이 떨어졌고, 그들은 또 다시 새롭게 태어난 듯 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새로운 임무를 맡는 것으로 파란만장한 조이의 '인터월드' 입성入成 은 그렇게 막을 내린다.

 

  무한한 상상력이 필요했던 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SF와 거리가 먼 나의 독서 취향에 애를 먹을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은 풍부하고 명확했다. 글을 읽어가면서 조금씩 그림을 완성시켜가는 것이야말로 독서를 하는 묘미였고, 독특한 소재 속으로 독자를 이끌어준 저자의 역량에 감탄했다.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이 때로는 무척 쉬울 때도 있고, <인터월드>처럼 힘겨우면서 뿌듯할 때가 있다. <인터월드>가 빛을 보지 못하고 오랫동안 어둠 속에 묻혀 있다 어둠을 나온 순간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 같은 <인터월드>. 그 세계가 한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며 읽게 만들어 주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SF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우리가 아는 현실이란 망치에 맞은 거울처럼 쪼개질 수 있다. 그것은 누구에게라도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이미 그녀에게, 그리고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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