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터>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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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터 -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
글렌 벡 지음, 김지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고, 나약한 면을 안고 살아가기에 실수라는 것을 한다. 그리고 후회라는 것도 한다. 인생에서 관록이 생기는 것은 어쩜 그런 후회를 줄여온 단면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젊은 날의 치기는 흔하디 흔하다. 열두 살 에디는 점점 후회가 깊어지는 행동과 말을 일삼으면서도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모르는 아이였다. 불러올 파장을 알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후회하는 일을 줄일 수 있겠지만, 마음 속으론 브레이크를 당겨야 한다는 것을 앎에도 에디는 멈추지 못했다. 에디도 처음부터 그런 아이는 아니었다. 넉넉하지 않지만, 부족하지 않은 빵집 아들로 엄마 아빠와 행복하게 살았다. 아빠의 빵집을 돕는 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평범한 열두 살 소년 모습 그대로였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그 모든 것이 행복이었음을 에디는 너무 빨리 깨달아 갔다.
엄마가 아빠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고생한다는 것은 에디는 충분히 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에는 꼭 자신이 갖고 싶었던 자전거를 선물로 받고 싶었다. 일 년 동안 자전거를 받기 위해 살았다 할 정도로 착하고 유순하게 굴었다 자신한 에디는 꼭 그 자전거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장담했다. 그러나 엄마가 에디에게 준 선물은 스웨터였다. 그것도 엄마가 손수 뜬 스웨터였다. 오로지 자전거만 기대하고 있었기에 스웨터를 받은 에디는 심통이 났다. 자전거를 사줄 수 없는 형편과, 그토록 자전거만을 바라며 지내온 시간이 분하고 억울했다.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외할아버지 댁에 가면서도 에디와 엄마의 공백은 줄어들지 않았다. 엄마가 다가가려 해도, 에디는 모든 것이 맘에 들지 않았기에 더 심통을 부릴 수 밖에 없었다. 할아버지댁에 가서도 아슬아슬하게 심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피곤한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집에 돌아가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할아버지도 지친 딸의 모습을 보면서도 에디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에디는 그제서야 괜한 심통을 부렸다고 후회하지만, 이미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리고 엄마와 에디가 탄 차는 사고가 난다.
거기까지가 에디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 불행은 오지 않을 것이며, 에디의 고집이 사춘기를 맞이한 소년의 치기였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저자는 독자가 편안히 책을 읽어나가도록 두지 않았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어'란 추측을 무참히 깨트리며 에디의 엄마는 사고로 죽는다. 그때부터 긴장하며 읽기 시작했다. 책 내용이 그저 그렇게 흘러갈 것이라는 생각은 뒤집혔고, 앞으로 에디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빠를 잃고, 그 상처도 치유되지 않았는데 엄마까지 잃어버리다니. 자신의 고집으로 차를 몰다 엄마가 돌아가시다니. 에디는 이제 세상을 믿지 않았고, 자기 곁의 사람들도 다 떠나갈 것이라며 더더욱 못된 아이로 성장해 갔다.
할아버지 댁에서 살게 된 에디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다. 자신 때문에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자책할 줄 알았지만, 오히려 그 반대가 되었다. 엄마가 죽은 것을 할아버지 탓으로 돌리고 막말을 일삼고,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진 친구를 부러워했다. 할아버지가 그런 에디를 변화시키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자신의 상처 속에서, 세상을 향한 불신에서 도무지 돌아설 줄을 몰랐다. 올바른 행동과 마음가짐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키지 않았으므로 예전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하나님을 믿지 않았고, 엄마 아빠에 대한 그리움보다 온통 엇나가는 자신의 마음을 통제할 수 없어 더욱 심술을 부렸다. 언제든지 손을 내밀면 도와줄 사람이 있고, 너를 떠나지 않겠다고, 무척 사랑한다고 할아버지가 아무리 말해도 에디는 듣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처지를 다 알고 있는 듯한 말을 해주는 이웃집 농장의 러셀 할아버지가 더 편안했다.
이상한 몰골을 하고 있는 러셀 할아버지는 에디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단지 한 마디를 건넸을 뿐인데, 에디는 러셀 할아버지 앞에서 엉엉 울기도 하고, 자신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할아버지의 말을 조금씩 귀담아 들었다. 에디가 할아버지댁에서 가출해 폭풍 한가운데 있을 때에도 자신을 도와주었던 사람은 러셀 할아버지였다. 아무도 자신에게 오지 못한 상황, 어떤 누구도 자신을 구해줄 수 없는 상황에서 러셀 할아버지는 에디에게 나타났다. 그리고 에디가 그 폭풍우를 뚫고 나올 수 있도록 에디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자신이 만든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에디 자신 뿐이었다. 러셀 할아버지의 말들은 익숙한 충고였지만, 난관에 봉착한 에디에게 그런 에디를 바라보고 있는 독자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에디가 무엇을 회피해 왔는지, 두려움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 여실히 보여주면서 에디의 부모님은 에디를 위해 그런 두려움을 극복해 왔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에디는 충분히 고통을 느꼈기에 갇혀진 내면 안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며, 삶을 좀더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꾸 엇나가는 에디를 지켜보는 것도 슬슬 지쳐가던 차에 제대로 된 깨달음이 왔으니 마음 놓고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안심까지 저자는 무참히 깨트려 주었다. 정말 다행일 수 밖에 없는 반전이었지만, 에디를 바라보는 것이 힘들어 눈물이 나도록 독자를 내버려 뒀다는 생각에 조금 심통이 났다. 심통이 나는 것을 보고, 에디가 깨달은 것을 진정 깨닫지 못했다는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긴장했던 마음이 스르를 풀리면서 허탈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에디에게 닥친 불행을 보며 마음 아파 하고, 실재로 그런 고통을 당하는 이들이 많다는 생각에 숙연해지기도 했다. 그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기 보다, 왜 똑바로 서지 못할까라고 질책할 때가 더 많았다. 에디가 그런 깨달음을 얻기 위해 지나왔던 고통이 나의 폐부를 찔렀기에 다행스런 현실이 허탈하면서도 씁쓸했으리라. 에디의 고통이 나에게도 이미 존재하기에 마음이 더 아파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만들어놓은 고통의 벌판에서 잘 이겨냈으면 한다. 자꾸만 어긋나는 마음을 다독이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나 혼자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도 그런 과정을 겪는다고 생각하면서 동류의식을 갖었으면 한다. 에디를 도와주었던 러셀 할아버지의 존재를 생각해 보면서.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내면의 상처를 엇나가게 하다 치유하는 과정이 잘 드러나 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자아를 찾기에 혼동스러운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인생이란 길을 걸어가면서 부딪히는 가장 어려운 일은 말이다, 그 여행을 이어갈 합당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믿는 거란다. 2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