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 남들보다 내성적인 사람들을 위한 심리수업
피터 홀린스 지음, 공민희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일 커피를 마신다. 대부분 오전에 원두커피를 마시고, 믹스 커피는 가끔 마신다. 카페를 이용할 때도 있고, 집에서 간단히 내려 마실 때도 있다. 그러다보니 하루에 두 잔이 될 때가 허다한데, 멍한 정신도 깨우고 따뜻한 기운이 퍼져 나가는 게 좋아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나에게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하면, 정말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한다. 무언가에 중독된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느끼면서도 커피 한 잔 마실 때의 그 평안함이 좋아서 끊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이론에 따르면 카페인이 실제로는 내향적인 사람의 성과에 해를 끼치며, 사회적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어 피로감을 느끼는 것과 같은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중략) 이 말은 내향적인 사람이 더 쉽게 자극을 받고, 사회적 소통을 용인하는 정도가 더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향적인 사람이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마치 커다란 보청기를 끼고 걸어 다니면서 세상의 볼륨이 조금만 더 낮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24~25쪽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내향적인 사람에 가깝지만, 내가 좋아하는 커피가 이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의아했다.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데. 설사 내가 커피에 중독이 되어 있다고 해도 그 시간을 결코 포기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의 볼륨이 조금만 더 낮아졌으면 좋겠다’라는 부분이 계속 걸렸다. 커피 때문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소리에 민감한 게 사실이다. 카페에서도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웃는 소리를 견디지 못해 커피만 후다닥 마시고 온 적도 허다했고, 집에서는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소리를 질러대는 둘째에게는 매일매일 격하게 대하고 있다. 이게 정말 카페인 중독 때문이라면, 그래서 완화시킬 수 있다면 정말 그래보고 싶었다. 그래서 어제부터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아마 내일 또 마시게 될 지라도 소리에 예민한 나를 무디게 만들고 싶은 건 사실이었다.

자신을 내향적인 인물로 단정하고, 그 역할에 계속 가두는 것은 스스로를 고립된 삶을 살면서 자기 안에 머무는 존재로 한정시키는 것이다. 남들과 만나지 않고 자신에게만 의존하려고 할 때 가장 안타까운 점은 그럼으로써 자신의 기능성을 제약한다는 것이다. 61쪽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내향적, 외향적, 혹은 사회형 내향성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계속 판단하게 만든다. 다양한 성향이 있는데 굳이 이렇게 단정 지어서 나눈다는 것에 약간 못마땅하긴 했지만 파악하면 파악할수록 나도 알지 못한 내 모습을 많이 발견했다. 복잡한 인간관계를 싫어하면서도, 한정된 인간관계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내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만나는 게 아닌가’란 반성을 하다가도, ‘타인의 시선에 피로감을 느끼지 않고 좀 편하게 살면 안 되나’란 합리화가 늘 부딪혔다.

그렇다면 적절한 균형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불행히도 쉽게 정의할 수는 없다. 내향적인 사람은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을 곱씹는 행위가 현재의 경험에 영향을 미치고 행복해질 기회를 해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실수를 분석하고 배우는 것이 좋은 생각처럼 보이겠지만, 행복해지는 것이 목표라면 그냥 흘러가게 놔두는 편이 더 낫다. 133쪽

정답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정말 그렇다는 것에 회한이 들면서도, 내향적인 성향에 대한 분석은 수긍하게 되었다.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을 곱씹는 행위’ 또한 내가 자주 하는 것이었고, 그것이 현재에 별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결국은 행복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이 방법을 알려 주었다고 해도 내 인생에 그대로 대입해 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도 잘 몰랐던 내향적인 나, 나와 완전 다른 외향적인 타인을 좀 더 이해는 계기가 된 건 사실이다. 적절하게 순응하고 변화를 꿰하다보면 좀 더 나를 다듬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스스로 불가능 할 것을 알면서도 카페인을 줄여보는 일. 거기서부터 나를 인정하고 달라지기 위해 소소한 노력을 해보려고 한다. 달라지고 싶다는 건 현재에 불만족한다는 얘기도 되므로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시도는 해봐도 될 듯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깐도리 2018-04-15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끌리네요...읽어보고 싶은 책이에요^^

2018-04-16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