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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수 시에 붙인 노래들 - 백창우 아저씨네 노래창고
백창우 엮음, 굴렁쇠아이들 노래 / 보림 / 199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년 새 동화읽는어른 모임을 하면서 이원수 님의 글들을 이러구러 많이 보게 되었다. 당연 시집도 몇 권을 보았는데, 그 때 못 보았던 아름다움을 이 노래들에서 보게 되었다. 이 노래들 속에서 이원수 님의 동시들은 그야말로 노래로 아름답게 피어난다. 이원수 님의 마음이 담뿍 담긴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놓치지 않고 보게 해준 백창우 님이 정말로 고맙다.
언제나 일만 하는/ 우리 어머니/ 오늘은 주무셔요
바람없는 한낮에/ 마룻바닥에
코끝에 땀이 송송/ 더우신가봐
부채질 해 드릴까/ 그러다 잠깨실라
우리 엄만 언제나 일만하는 엄만데/ 오늘 보니 참 예뻐요 우리 엄마도
콧잔등에 잔주름/ 그도 예뻐요
부채질/ 가만가만/ 해드립니다.
쓰다 보니, 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니 다 옮겨버렸다. <우리 어머니>라는, 이원수 님의 동시에 백창우 님이 곡을 붙인 노래다. 나는 이 노래가 너무나 좋아서, 아니 실은 꼭 이랬던 우리 엄마가 너무 너무 그리워서 이 노래를 듣고 또 듣고, 부르고 또 불러 보았다. 부르다 보면 어느새, 그렇게 마룻바닥에 누워 곤한 쪽잠을 주무시던 엄마 생각이 나서 서러워진다.
이원수 님은 알면 알수록 커지고 넓다고 생각되는 분이다. 그냥 글을 놀랄 만큼 잘 쓰신 분이 아니라, 그 속에 어떤 생각을 품고 사셨던가 하는 데서 내 놀라움은 시작된다. 님의 글 속에서 님의 생각을 읽게 되면 그만 그리움이 싹튼다. 이원수 님은 내게 그런 드문 경험을 하게 해 주신 분이다.
백창우 님도 그렇다. 그이의 노래를 듣고 부르다 보면 나는 그저 신비롭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거기 있는 이야기들을, 백창우 님은 우리에게 보내준다. 마치 부치지 않았던 편지나, 받아 놓고도 제대로 보지 않았던 편지를 어느 새 살랑 내 책상 위에 펼쳐 놓듯..... 그만 나는 그 편지를 품에 안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온 편지는 이원수 님의 편지인가 백창우 님의 편지인가.
백창우 님은 어디 소리샘에서 퍼내듯, 마르지 않는 노래의 샘물을 길어올린다. 내가 듣고 다니는 것만 해도 <딱지따먹기>나 <울보 자숙이> 들 처럼 개구쟁이 밥풀 생각 나게 하는 노래들도 있고 전래 동요를 살려 내는 노래들도 있다. 이것도 저것도 듣다 보면 다 좋아지지만, 나는 하여간 내 감성 탓인지 언제나 이 <이원수 시에 붙인 노래들>을 끼고 산다. 이 안에는 다른 노래집들과는 확실히 다른 노래들이 많이 있다. 서정성이 뛰어나다--- 이렇게 말해 버리면 너무나 밋밋해져서 민망하기까지 한 그 다름, 그 다름의 아름다움을 정말로 좀더 많은 사람들이 만나게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