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심리학 / 꿈꾸는 20대, 史記에 길을 묻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꿈꾸는 20대, 사기史記에 길을 묻다
사마천 지음, 이수광 엮음, 이도헌 그림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그럴싸한 제목이고 디자인도 제법 괜찮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그 시대의 탁월한 저서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이 시대에 그 저서는 호기심 이상으로는 그닥 재미있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은 <사기>에 어떻게 흥미롭게 접근했을까? 하는 관심을 갖고 시작했다.  

지은이 이수광의 입담과 열전 중에서도 흥미로운 이야기 중심으로 엮은 편집으로 하여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졌지만, "그런데 뭐?" 라는 생각이 든다. 꿈꾸는 20대에게 이 책이 나름 한 길을 가르쳐줄 수 있다는 듯한 뉘앙스의 제목은, 그저 판매 전략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아니면 정말 지은이도 편집자도 이 책에서 분류한 여섯 가지의 덕목과 지침을 잘 파악하면 꿈꾸는 20대에게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 걸까? ..글쎄.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사기>에서 처세술을 깨우치고, 경영의 전략을 배우며, 나아가 나라를 다스리는 지혜를 탐구해 왔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먼저 <사기>를 읽어야 할 사람은 미래의 꿈을 꾸는 청춘들이다. 2천 년 세월을 앞서서 그야말로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간 영웅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 인생의 미래를 결정할 청춘의 가치를 배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라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처세술, 경영의 전략, 다스리는 지혜... 이것이 진정 지금의 청춘들이 익혀야 할 가치들인가. 나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수천 년 전의 중원에서 유효했던 가치들이라고는 해도 거의 대부분이 결과론적인 것들이다. 이름을 날리지 않았다면 거론되지도 못했을 이야기들이고(물론이다- 영웅적이지 않으면 수천 년 세월에 어떻게 지속적으로 인구에 회자되겠는가),  그렇게 영웅적이기까지 그들은 신념과 용기, 열정만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온갖 책략과 무모한 시도, 행운들이 또한 그들과 함께 했고, 결국 그들은 살아남아 이름을 떨쳤다. 물론 끝까지 좋았던 것만도 아니다. 영웅의 삶을 맨정신으로 지금의 시대에 돌아보면 거의 '정신 질환'이라고 할 만큼 편집적이고 저돌적이고 맹목적이지 않은가. 그 시대에 탁월했던 점들 중에서 지금도 유효한 가치들이 사실 얼마나 되는가 말이다. 남들과 더불어 살기보다는 남들을 누르고 우뚝 서는 법을 가르치는 걸 지금 권장해야 할 일들인가. 신념과 원칙 뿐만 아니라 온갖 기행과 기회주의와 무모함과 요행수, 심지어는 권모술수까지도 한몫한다. 그래도 이기면 지략이다.

<사기열전>을  보고싶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그 시대를 더듬어보고 이해하기 위한 안내서로 권하면 될 것이다. 20대든 아니든, <사기열전>은 읽기에 재미있고 읽다 보면 그 장구한 세월이 보이기도 한다. 어렵다면 쉽게 풀어쓴 책을 찾으면 그만이다. 이 책도 딱 그렇게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사기>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제목으로 뽑아낸 건 뭘까? 무슨 의도일까? 를 생각하게 한다.

그러니 사마천의 <사기열전> 그 자체 말고, 이런 엮음에는 공감이 가지 않는다. 21세기에 2천년 이전 시대의 가치를 가감없이 청춘에게 '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모한 자기 도취일 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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