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화원 네버랜드 클래식 11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타샤 투더 그림,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렸을 때 <소공녀>와 같은 책들을 무지 재미있게 읽었지만, 커서 생각하니 꼭 그렇게 재미있게 읽힐만한 내용이었나 싶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저 그나이 또래 소녀들의 환상에 기댄 책이 아니었던가, 싶었던 것이다. 게다가 알고보니 동양인 입장에서는 그리 편안하게 빠져들 수 만도 없는 내용이기도 했고...

그 프랜시스 H. 버넷이 지은 <비밀의 화원>, 어른이 되어 처음 읽었다. 내용도 전혀 몰랐다. 요즘 한창 회자되는 타샤 튜더가 그림을 그렸다는 것도 이제서야 알았다. 그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소공녀> 스타일의 책이 아닐까 하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이 이 책을 집어들지 못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우연히, 심심한 밤에 집어들었다가 이 책의 매력에 텀벙 빠져, 그만 밤을 꼴딱 새고 말았다. ^^

1910년에 처음 출판되었다는 <비밀의 화원>. 놀랍게도 어언 백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숱한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백년이란 세월을 거슬러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책이라는 것, 읽으면서 정말 놀라웠다. 이 작가에게 '자연과의 교감'이라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화두였던가. 인간뿐만 아니라 온세상 모든 것을 살려내고 바로 그것답게 하는 자연의 숨결을 작가가 그토록 깊고 뜨겁게 느끼고 있다는 것, 그 느낌을 떨리는 마음으로 그대로 살려내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어한다는 것, 그 열망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죽음과도 같은 잿빛 속에서 생명을 이끌어내는 봄의 향기, 산들바람의 부드러운 손길, 그 속에 실려오는 꽃망울들의 설레임, 이런 것들은 이 책에서 그야말로 마법과도 같다. 황량한 요크셔의 황무지에서 죽은 것들을 일깨워 그 속에 초록빛 베일을 깔고 아네모네와 금색 크로커스를 송이송이 피워내고,  그걸 보려고 새들은 나오고, 울새는 제 짝을 찾고 둥지를 틀고... 말 그대로 그 속에서 마법을 일으켜 세상을 깨우고 시든 아이들을 키워내는 것은 자연의 손길이다. 우리가 늘상 접하는 바로 그 자연, 그것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이만큼 생생하게 그리고 있는 책들을 언제 또 만났던가? 내게는 그것이 감격에 겨웠다. 황량한 한귀퉁이 땅 요크셔에서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연의 선물에 가슴 두근거리며 살았던 한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 그것이 정말 좋았다.

영국과 식민지 인도에 대한 묘사, 요크셔의 대지주와 하인들의 삶에 대한 묘사들은 그대로 왕정시대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듯하다. 그러나 그 속에서 작가가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은 지금도 유효할뿐만 아니라 어쩌면 더더욱 절실한 가치이다.  따뜻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여린 것들을 바라보는 시선, 자연에 귀기울이고 마음을 활짝 여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 지혜로운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뜰은 매일 아침마다, 매일 밤마다 마법사가 지나가면서 흙과 나뭇가지 속에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지팡이로 쳐서 끌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세상이 온통 일을 하고, 콧노래를 부르고, 서로 비벼 대고, 피리도 불고, 둥지도 틀고, 향기를 내뿜고 있다. 황무지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상쾌하고, 따뜻하고, 달콤하기까지 해서 풀밭에서 구근을 돌보는 아이들을 싱그러운 냄새로 가득채운다.'

내게는 그들의 비밀의 뜰의 이야기,  병약한 소년이 혼자 힘으로 걷고 뛰게 되는 이야기, 그 우중충한 집을 둘러싸고 있던 비밀스런 이야기들이 주는 재미는 아예 뒷전이었던 것이다. 나라는 독자는 버넷이 들려주는 자연의 경이롭고 웅장한 화음에 흠뻑 빠져서 그 나머지 것들은 뭐가 어떻게 되든, 하는 심정이 되어버렸으니... 이 글은 그만 어느 편향적인 독자의 반쪽짜리 독후노트가 되고 마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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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1-12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반가워요. 새해엔 자주 뵈요^^ 복 많이 받으세요^^

sprout 2007-01-13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에~ 님의 댓글 받자와 기쁜 마음에 저도 열심 쓰고싶어집니다. 님께서도 멋진 한 해 이끌어가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