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탄생 (양장) - 젊음의 업그레이드를 약속하는 창조지성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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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젊음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가
  - 이어령, [젊음의 탄생]을 읽고

 배우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있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한글을 깨우칠 때는 세상이 달라보였을 것이다. 고요하던 세계가 일제히 말을 걸어오듯 눈과 귀가 소란스러웠을 것이다. 호기심에 질문도 많이 했을 것이다. 답을 얻었거나 얻지 못했거나 한 번 생긴 궁금증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으리라. 알아갈수록 세상은 점점 더 흥미진진한 탐험의 대상으로 바뀌어 간다. 짐작건대, 나는 분명 그러한 시기를 지나왔을 것이다.

 이어령 작가는 [젊음의 탄생]에서 아홉 개의 매직카드를 이용해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청년상’을 제시하고 있다. 책을 읽기 전 늘 하던 습관대로 목차부터 살펴보았다. 어려웠다. 제시된 아홉 장의 카드는 생소했고, 한자어와 신조어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목차 훑어보기를 그만두고 첫 장을 펼쳤다. 그때부터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은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젊음의 업그레이드를 약속하는 창조지성 9’ 라는 주제를 수많은 예시를 통해 알아듣기 쉽게 알려주고 있다. 일일이 언급하기에는 담아야 할 내용이 방대하므로 핵심적인 아홉 가지 카드에 대해서만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 카드는 카니자 삼각형(Kanizsa Triangle)이다. 이것은 실재하지 않지만 뇌와 마음을 통해 보여지는 가상공간의 삼각형을 말한다. 상상력에 의해 탄생하는 이 공간은 개인이 활용하기 나름이다. 우리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남이 시키는 대로(타율)만 살아가다보면 타인에 의존한 소극적인 삶을 살기 쉽다. 젊은이라면 자유 의지(자율)에 따라 추진력을 갖고 가능성을 향해 높이 날아올라야 한다. 목표를 향해 더 즐겁고 신명나게 창조지성의 날개를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가상의 공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두 번째 카드는 물음느낌표(interrobang)다. 물음 느낌표란 물음표안에 느낌표가 자리한 것으로 생각과 행동을 하나로 합쳐 창조적 지성에 도달하라는 의미이다. 질문만 늘어놓다보면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행동으로 옮기지 못해 낭패를 볼 수가 있다. 젊은이라면 끊임없이 질문하되 감동받은 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결단력을 길러야 한다.

 세 번째 카드는 개미의 동선(Ant's Trace)이다. 개미는 먹이를 찾기 위해 사방팔방 헤매고 다닌다. 그 동선을 따라가 보면 방향성 없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먹이를 찾은 개미는 곧장 집으로 돌아간다. 어느 곳에 있든 집에 이르는 최단거리 직선코스를 알아낸다고 한다. 돌아가는 길에는 페르몬을 뿌려 다른 개미들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즉각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만든다고 한다.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자연현상을 가만히 관찰해 보면 그 속에 해답이 들어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젊은이들도 이 개미처럼 원하는 것을 찾을 때까지 끊임없이 탐색을 해야 한다. 열정을 갖고 탐구하고 노력하다 보면 우연 속에서 운명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자신을 어지럽히는 수많은 잡음 속에서도 올곧은 방향을 찾게 되는 것이다.
 네 번째 카드는 오리-토끼(Duck-Rabbit Illusion)로 일명 ‘애매도형’ 혹은 ‘다의도형’으로 불린다. 이 카드 한 면에 오리와 토끼 그림이 모두 들어있다. 하지만 오리라고 인지하게 되면 토끼의 모습은 사라지고, 토끼라고 인지하게 되면 오리의 모습은 사라진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당장 점심 메뉴부터 고민을 해야 한다. 퇴근 후 친구와 약속을 잡을 것인지, 곧장 집으로 향할 것인지,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감히 사표를 던질 것인지, 현 직장에서 눈치껏 살아남을 것인지. 선택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인생을 뒤흔드는 중대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한 순간도 주저할 틈을 주지 않는다. 저자는 이제 이 같은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냐 저것이냐’가 아닌 ‘이것도 저것도’의 ‘균형’과 ‘융합’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양면성을 인정할 때 나아가야할 방향을 설정할 수 있고, 모두가 만족할만한 합일점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다섯 번째 카드는 매시 업(Mash card)이다. 매시 업은 원래 음악 용어로 다른 장르에 속한 두 개의 노래를 혼합한 새로운 곡을 의미한다. 이 카드를 제시한 이유는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장르간의 벽을 허물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만한 크로스오버를 연출하라는 것이다. 이미 세계는 통합과 융합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가 싹트고 있다. 지금 당장 그 싹을 틔울 수도 있다. 어디에도 벽은 없다. 경계를 넘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개인과 사회 나아가 시대의 흐름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 누가 이 같은 일을 해낼 수  있는가. 바로  젊은이들이다.
 여섯 번째 카드는 연필의 여섯모꼴(Hexagon)이다. 연필의 단면을 상징하는 이 카드는 벌집 모양과 동일하다. 최소의 재료로 최대의 면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육각형. 사람은 세모, 네모, 동그라미 등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비로소 육각형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구조를 발견해냈다. 반면, 벌은 인류가 시작되기 수십 만 년 전부터 이미 육각형의 구조를 알고 있었다. 순전히 본능에 의해서. 우리는 자라오면서 자연을 ‘보호’의 대상으로 인식하도록 교육받아왔다. 끊임없이 ‘보호’만을 외쳤지, 자연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려는 노력은 게을리 한 것 같다. 이제 생명과 자연으로부터 지혜를 빌려와야 한다. 더 이상 ‘보호’가 아닌 ‘학습’의 대상으로 자연을 대해야 한다. 연필 끝에 달린 지우개를 이용하듯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를 꾀해야 하는 것이다.

 일곱 번째 카드는 빈칸 메우기(Blank)이다. 우리의 인생은 빈칸을 채워나가는 것과 닮아 있다. 사람이면 누구나 완벽하지 않다. 가진 것이 없거나 일부만을 가졌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결핍은 동기부여와 목표의식을 심어준다. 목표는 창조력의 근원이 된다.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빈칸을 개인의 사사로운 이득보다는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감’의 차원에서 채우려 노력해야 한다. 여백의 무한한 가능성을 독창적으로 채워나간다면 차별화를 실현할 수 있다.
 여덟 번째 카드는 지(知)의 피라미드(Knowledge Pyramid)다. 지(知)-호(好)-락(樂) 즉 ‘아는 자와 좋아하는 자 그리고 즐기는 자 중 제일은 즐기는 자’라는 논리다. 하루를 살더라도 생동감 있게 살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 진정으로 즐기는 자만이 정상에 등극할 수 있다. 넘버원을 뛰어넘는 온리원, 프로를 넘어선 그레이트 아마추어가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아마추어란 ‘사랑하다’라는 라틴어에서 유래. 원래는 수준이나 기량의 측면이 아닌 일을 대하는 태도를 의미함.) 오늘 날, 즐기는 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프트파워, 공감 네트워크로 이어지는 길은 열려 있다. 그 위에서 마음껏 소통을 꿈꾸면 된다.
 마지막 아홉 번째 카드는 둥근 별 뿔난 별(Form of stars)이다. 현재 그 경계와 출처가 모호하지만 원래 동양과 서양의 별모양은 서로 달랐다고 한다. 자세히 따지고 들어가 보면 완벽하게 다르지도 않다. 서로 간에 합일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은 로컬과 글로벌이 공존하는 시대가 되었다. 어떤 것도 로컬 차원에서 단정 지을 수 없다. 모든 일은 시대와 세대를 거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속도는 앞으로 점점 더 빨라질 것이다. 로컬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융합을 시도해야 한다. 지오컬쳐, 글로컬리즘을 통해 세계를 향해 뻗어가는 창조지성이 되어야 한다.
 
 [젊음의 탄생]을 통해 ‘배움’이 즐거운 일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처음 한글을 깨치며 세상을 알아갈 때의 호기심처럼 여전히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세상에 호기심이 생긴다. 배워가는 것의 즐거움, 알아가는 것의 즐거움을 얼마 만에 느껴본 것일까. (이제 즐기는 즐거움을 터득해야할 차례다.)
 이어령 작가는 이 책의 독자를 ‘대학생’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어느 누가 읽더라도 가슴이 두근거릴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정보를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을 얻게 된다. 고개를 갸웃거릴 만큼 어렵고 딱딱한 이야기지만 사실 그런 대목은 얼마 없다. 과장을 조금 더하면 순간순간 깨달음의 탄성이 터져 나온다. 왜, 젊음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지 큰 흐름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 말미에는 아홉 장의 카드에 대한 개념이 정리되어 있어 이해를 돕는다. 나의 옹졸한 시선으로 정리해본 위의 내용이 이 책의 진가를 발견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책에는 아홉 장의 카드에 담긴 이야기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읽는 내내 정신이 번쩍 드는 이유는 이러한 수많은 예들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깨달음이 당신의 마음과 정신을 연속적으로 강타할지 모르니 주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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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 튜더 클래식 03: 코기빌 마을 축제 - 코기빌 시리즈 1 타샤 튜더 클래식 3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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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같은 타샤 할머니의 동화 마을 코기빌
 - 타샤 튜더, [코기빌 마을 축제]를 읽고

 지난 겨울, 꼼짝도 하기 싫던 어느 추운 날, 창밖으로 비치는 햇살이 유난히 밝고 싱그럽게 느껴졌다. 뭔가에 홀린 듯 외투를 껴입고 밖으로 나갔다. 쌩하고 바람이 불었다.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왕 나왔으니 광합성이나 해볼 요량으로 햇볕 드는 자리를 골랐다. 도저히 바람을 맞고 서 있을 자신이 없어 뒤돌아섰는데 태양까지 등지고 말았다. 두 손과 얼굴이 금세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그만 들어가 봐야겠다’ 라고 인내심이 얼마 못 버티고 바닥을 드러내는 순간, 어디선가 따스한 기운이 감도는 듯했다. 겨울 햇살이 칼바람을 뚫고 등으로 다닥다닥 내려앉고 있었던 것이다. 한번 점화된 온기는 체온과 맞닿아 어느 정도 훈훈함을 유지시켜 주었다. 온 몸이 떨려오는데 등허리에서는 온기가 느껴지다니. 신기한 경험이었다. 겨울날, 한 줄기 햇살의 위력이 그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 마치 타샤 할머니를 처음 만난 날처럼 마음까지 따스해져왔다.

 [코기빌 마을 축제]는 [코기빌 납치 대소동]과 [코기빌의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코기빌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이다. 타샤 튜더의 대표적인 그림동화로 코기, 토끼, 고양이, 보거트 등이 함께 모여 사는 평화로운 시골마을 코기빌의 축제 풍경을 담고 있다. 주인공은 당연히 타샤 할머니가 생전에 가장 사랑했던 동물 코기다. 다리가 짧고 꼬리가 없는 여우 빛깔의 개라고 한다. 첫 장을 펼치기 전부터 독자를 반기는 것 역시 코기 가족들이다. 타샤 할머니는 50여 년 간 이 개를 길렀다고 하는데 그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표정이 어찌나 천진난만하고 귀여운지 이 녀석만 보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어느 곳이든 불청객이 있기 마련. 코기빌 마을에도 톰캣이라는 고양이 한 마리가 말썽이다. 축제날 하이라이트로 염소 경주 대회가 열린다. 상금과 트로피가 걸려 있는 만큼 경쟁 또한 치열하다. 이 경기의 최대 라이벌은 톰캣과 칼렙이다. 칼렙은 코기를 모델로 한 브라운 가족의 사랑스런 아들로 순진무구하고 열정적인 캐릭터다. 마을 사람들 모두 축제로 들떠 있을 때 톰캣만이 우승을 위해 은밀하게 음모를 꾸민다. 칼렙은 과연 이 난관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결론을 미리 밝히면 재미없으니 이쯤에서 함구!

 [코기빌 마을 축제]는 타샤 할머니가 옛날 미국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열렸던 축제를 회상하며 쓴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림을 보면 직접 경험해본 일처럼 생동감이 넘쳐난다. 특히 축제날의 오밀조밀한 풍경은 정밀묘사처럼 세밀한데, 어느 각도에서 들여다봐도 모두가 주인공인 마냥 표정들이 살아있다. 한 발만 들여놓으면 나도 축제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풍성하게 피어오른 꽃과 푸른 나무,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한가로이 노니는 오리들. 자연에 둘러싸인 평화로운 시골 마을로 당장 달려가고 싶어진다.
 
 이 책은 십여 분 정도면 다 읽을 수 있지만 최대한 느리게 읽어 나갔다. 세 번 정도 읽고는 그림을 따라 내용을 찬찬히 떠올려 보았다. 등장인물의 표정에 따라 즉석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활자를 쫒아갈 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작은 표정까지 모두 눈에 들어온다. 글을 위한 그림이 아닌,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타샤 할머니.

 할머니를 처음 만난 건 [탸샤의 특별한 날]을 통해서이다. 이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직접 만들고 기르고 참여해서 선보이는 갖가지 축제들. 우리에게도 몇몇 축제가 있다. 생각해보면 직접 참가해 본 전통방식의 축제는 단 하나도 없다. 기억에 남는 거라곤 학교에서 주최하는 운동회가 전부다. 그런데 타샤 할머니는 후손들에게 자신이 어린 시절 해 오던 축제를 손수 가르쳐 주셨고 또 책으로 남기셨다. 텔레비전을 통해 축제를 이어가는 그녀의 자녀와 손주들을 본 적이 있다. 그 아이들의 어린 시절은 추억으로 가득할 것이다. 축제를 준비하는 동안 추억이 쌓이고, 그 추억 속에서 공동체 의식과 상상력을 키워나갈 것이다. 나에게는 없는 어린 시절. 내 아이에게도 없을지 모를 그 어린 시절. 책을 읽고 텔레비전을 보는 내내 부러웠다.

 그러는 동안 한 가지 목표가 생겼다. 내 아이에게는 ‘이야기’를 만들어주자고. 어른이 되어서도 추억할 수 있는 ‘이야기 거리가 있는 어린 시절’을 만들어주자고. 타샤 할머니만큼은 할 수 없겠지만 노력해 볼 생각이다. 내 아이가 자라서 혼자 지낸 시간보다 아이들과 함께 어울렸던 한 때를 떠올릴 수 있다면 좋겠다. 컴퓨터 게임보다는 자연을 가까이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그 속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아이와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

 타샤 할머니를 생각하면 마음 한 자리에 햇살이 들어차는 것만 같다. 맨발로 정원을 가꾸시던 그 느릿한 걸음과 다정한 손길이 떠오른다. 자연과 동물을 사랑한 타샤 할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들. 언제 만나더라도 기분이 좋아진다. 타샤 튜더는 나에게 작가이기보다 한 사람의 ‘할머니’이다. 체구는 가녀리지만 마음만큼은 온 세상을 다 품고도 남을만한 분. 할머니가 만들어준 코기빌 마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제 이 마을에서 어떤 납치 소동이 벌어질지, 크리스마스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얼른 다음 책들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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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마음으로 찍은 풍경 - 문인 29人의 춘천연가, 문학동네 산문집
박찬일 외 엮음, 박진호 사진 / 문학동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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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추억할만한 도시가 있었으면 좋겠다
-박찬일 외 [춘천, 마음으로 찍은 풍경]을 읽고

 누군가 인연을 마무리한 자리에서 당신은 새로운 인연을 시작하겠지요.
 누군가 함박웃음을 터트렸던 곳에서 당신은 깊은 슬픔을 토해내겠지요.

 가고 옴이 정해져 있지 않은 곳. 사랑과 이별, 기쁨과 슬픔, 희망과 좌절을 일정한 비율로 나눌 수 없는 곳. 도시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받아들이고 또 흘려보낸다. 사연이 만들어지고 쌓이고 묻히고, 또 다른 사연이 생겨나는 동안 도시는 차츰 변해간다. 어떤 도시든 하나의 이미지로 단정 지을 수 없다. 같은 곳에 살아도 같은 일을 경험해도 사람은 수십 개의 퍼즐 조각 중 자신에게 들어맞는 오직 한 조각만을 마음에 새기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그리움, 누군가에게는 아픔, 누군가에게는 환희의 순간으로 기억되는 ‘도시’라는 이름. 도시는 그 곳에 살고 있거나 혹은 스쳐지나간 사람들 모두의 이야기를 그러안은 채 오랜 비밀을 지켜내느라 때로는 의뭉스럽고 때로는 신비롭기까지 하다. 춘천 역시 그러한 곳!

 [춘천, 마음으로 찍은 풍경]은 스물아홉 명의 문인들이 써내려간 스물아홉 가지의 춘천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문인들은 춘천(혹은 강원도)에서 태어났거나, 춘천을 스쳐지나갔거나, 한때 춘천에 살았거나, 현재 춘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한 자리에 다 모이기조차 힘들 것 같은 저명한 문인들이 오직 ‘춘천’만을 생각하며 한 권의 책으로 만나게 된 것은 춘천시청의 제안 때문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시청이 춘천에 관한 책을 기획하고 문인들에게 제안한다는 것은 보통의 시청다운(?) 발상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그러나 찬찬히 되짚어보면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수많은 문인을 배출한 고향이 ‘춘천’이고, 수많은 문인이 제2의 고향으로 삼은 곳 또한 '춘천'이다. 바로 ‘춘천’이기에 가능한 일인 것이다.

 춘천하면 낭만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춘천을 노래하는 대중가요를 듣고 자란 탓이기도 하거니와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봄기운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시청에서 이 같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는 것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대체 춘천에 스며있는 자부심과 대중성이 어느 정도이기에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는 것일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 같은 도시 춘천은 스물아홉 명의 문인을 만나 비로소 그 은밀하고 농도 깊은 속내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이 책은 대부분 회상에 근거하고 있다. 젊은 날의 꿈과 낭만, 사랑의 환상과 추억을 노래한다. 때로는 죽음과 같은 고통과 억압 회한이 쓸쓸하게 그려지기도 한다. 춘천은 아무 자리에서나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추억(p.82)’의 집결체다. '팬터마임처럼 말하지 않아도 수많은 의미를 쏟아내(p.317)'는가 하면, ‘천년을 산 것보다 더 많은 추억(p.269)’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문학의 원천이 되고 정서를 키워낸 곳. 겉모습은 변해가지만 한 번 기록된 추억은 ‘언제나 진행형(P.51)'이기에 수많은 문인들이 춘천을 떠올리고 춘천에 머무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닐런지.

 춘천에 대한 추억담을 따라 거닐어 보았다면, 익숙한 지명을 따라 책장을 넘겨보는 것도 잊지 말자. 이 책에는 한 번쯤 들어봄직한 유명한 곳이 많이 등장한다. 더불어 지금은 사라져버린 서점과 다방, 지금까지도 유명세를 이어오고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꼭 한 번 가볼만한 곳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특히 청춘의 보금자리, 낭만의 근원지 역할을 했던 ‘전원다방’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내가 대학시절을 보낸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에는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라 부럽기까지 하다. 청춘의 별 볼일 없음과 가난함까지도 보듬어주던 ‘그곳’들은 차츰 개인의 놀이를 담당하는 소위 ‘방’문화(노래방, PC방, 비디오 DVD방 등)로 변모해 왔다. 오래 추억할만한 낭만보다는 일회성으로 그칠 흥미만을 제공하는 셈이다. 이런 문화적 차이 때문일까. 생각해보면 우리 세대는 동시대적인 공감이 부족한 것도 같다.

 공지천과 팔호광장, 소양호, 청평사, 실레마을, 문배마을도 기억에 남는다. 그중에서도 춘천에 가게 되면 꼭 한 번 찾아가고 싶은 곳이 생겼다. 바로 효자1동 신동아아파트 옆에 위치하고 있다는 ‘담 작은 도서관’. 이곳은 보통의 도서관처럼 책을 진열하는데 치중하기보다 아이들의 꿈과 상상력을 키워줄 디자인 요소를 도입했다고 한다. 단순히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니라 책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곳! 어린이 도서관이긴 하지만 그 곳에 가면 어린 시절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던 나의 꿈과도 만나게 될 것 같아 설렌다.

 [춘천, 마음으로 찍은 풍경]은 제목에서부터 시(詩)적 이미지가 느껴진다. 본문에 들어서면 한 번쯤 각 소제목의 배열을 눈여겨보자. 마치 시가 흐르듯 마음속으로 제목이 흘러들 것만 같다. 문인들의 글귀 역시 춘천과 맞닿으니 한층 더 깊고 풍부해진 느낌이다. 감상적인 문장들을 따라 밑줄 긋다보면 어느새 이야기가 끝나버린다. 이 책은 기획에서부터 출판까지 시간이 그리 넉넉지 않았다고 한다. 사진을 담당한 박진호 작가의 말처럼 사계절을 모두 담아내지 못했지만, 춘천하면 떠오르는 아련한 물안개 같은 고즈넉함이 사진 곳곳에서 묻어난다.
 
 스물아홉 명의 문인을 따라 추억을 거니는 동안 춘천의 거리와 건물들이 친숙한 실체처럼 다가옴을 느낀다. 이 책은 나를 춘천으로 떠나고 싶게 만든다. 훗날 추억할 수 있는 도시를 하나쯤 갖고 싶게 만든다.

 하나의 이미지로 규정할 수 없는 도시 그리고 사람들. 오늘을 사는 우리의 이야기, 우리를 지탱해온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나의 사연과 당신의 사연이 더해져 도시는 오늘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당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 어떤 이야기가 기록되기를 바라는가. 오늘, 당신이 추억을 만들어가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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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프리카에 탐닉한다 작은 탐닉 시리즈 5
정환정 지음 / 갤리온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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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새로운 만남에 탐닉하다
- 정환정, [나는 아프리카에 탐닉한다]

: <탐닉> 어떤 일을 몹시 즐겨서 거기에 빠짐.

 ‘탐닉’, 이 얼마나 탐닉스러운 단어인가? 여기서 ‘탐닉스럽다’란 습관, 집착, 몰래보기 혹은 몰래하기 등과는 상반되는 개념으로 흥분과 설렘을 동반하는 상당히 흡입력 있는 느낌의 단어. 어떤 계기로 인해 스스로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내면의 호기심이 발동하여 특정분야에 관심을 표출하게 되는 다분히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 시대엔 탐닉할 수 있는 대상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차별화된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다. 바로 ‘탐닉 시리즈’의 주인공이 되는 것처럼.

 인기 있는 블로거들의 글을 ‘탐닉’이라는 주제로 엮어 내고 있는 갤리온의 ‘탐닉 시리즈’ 는 나에게 새로운 세계에 눈뜨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어느 것부터 골라 읽어 볼까’ 하는 즐거운 고민 끝에 [나는 아프리카에 탐닉한다]를 제일 먼저 집어 들었다.

사람들은 왜 여행을 떠날까?

 여행을 다녀오기 전까지는 몰랐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지. 세상엔 참 배부른(?) 부류의 사람들이 많구나, 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물론 눈치백단 직장생활로 살뜰히 모아온 돈을 여행을 위해 투자하고, 돌아오면 또 다른 여행을 계획하며 기꺼이 눈치보기를 다시 시작하는 소시민형 여행 마니아들껜 미안한 발언이지만- 오랜 기다림과 준비 끝에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 깨달았다. 곧, 반드시, 다시 떠나고야 말리라고!

  여행은 ‘훌쩍, 다녀온다’라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의미를 담고 있다. 어떤 일이 펼쳐질지,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 지, 그 지역의 위험요소나 흥밋거리가 무엇인지 일일이 알 수는 없지만 여행지에 모인 사람들은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하나의 새로운 공동운명체를 형성하게 된다. 말보다 느낌이 먼저 통하고, 눈빛으로 서로의 마음을 읽게 되며, 국적과 성별을 초월하게 되는 참으로 불가사의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가 보여주는 아프리카에도 천혜의 대자연과 다큐멘터리에서 봐오던 진귀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그래도 그 중심에는 어김없이 사람이 있다. 자신들만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벗어던지고 관광객을 상대로 돈을 버는 원주민을 보며 상술에 길들여졌다고 씁쓸해하는 건 어쩌면 오만한 편견은 아닐까. 그들은 자신의 영혼을 판 대가로 이 생의 삶을 부지런히 이어가고 있는 것뿐인데 말이다. -아프리카에 가면 사진을 찍으라는 듯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을 더러 만나게 된다는데, 응당 대가를 치뤄야 한단다. ‘당했구나!’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들에게는 영혼을 판(사진을 찍으면 영혼이 빠져 나간다고 오래전부터 믿고 있음) 대가이니 그냥 한 번 호탕하게 웃어넘기며 값을 치르는 것도 손해 보는 일만은 아닐 듯 싶다.

 그렇게 값나가는(?) 사진을 카메라에 담으며, 세계 곳곳에서 몰려든 사람들과 뜨거운 우정을 나누고,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만 봐오던 평면 영상을 바로 눈앞에서 입체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는 것, 여행은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생생한 감동이다.

 당신에게 아프리카란?

 요즘 나는 태어나 한 번 가볼까 말까 한 아프리카에 흠뻑 빠져있다. 왜, 라고 묻는다면 선뜻 답이 떠오르질 않는다. 수학문제처럼 정해진 해답이 없기에, 내 안에 무수한 질문을 던지게 만들기에 ‘아프리카’는 동경할 수 밖에 없는 대상이다. 기나긴 비행시간, 타는 듯한 무더위와 목마름, 조악한 생필품과 청결하지 못한 숙소, 언제 출몰할지 모르는 맹수들… 아프리카로 떠나지 못할 이유를 대라면 숨 쉴 틈 없이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이 바로 아프리카로 떠나고픈 이유가 되기도 한다.

 저자가 보여준 바다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뜨거운 아프리카에 한 줄기 단비를 내려주는 듯했다. 태양만큼이나 정열적인 그들만의 절대색감과 절로 흥을 돋우는 리듬감각에 감탄사가 쏟아져 나온다. 아프리카에 형형색색의 칼라를 부여해준 저자의 순간 포착 능력에 감사하며, 미지의 땅에 대한 목마름을 잠시나마 잊어본다.

 여행에세이를 따라가다 보면 가끔 실망도 하게 된다. 하지만, 기억하시라! 이 에세이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 개성, 문체, 감정 등을 싣고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라는 사실을. 고로, 나에게 맞고 안 맞고는 논할 문제가 아니다. 가만히 저자의 여행 경로를 따라가면서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면서 ‘이건 맞다, 이건 아니다’ 라고 평가하지 않듯 이 책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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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되신 고객님들 축하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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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체험단 상품 수령하신 후에는 꼭 사용해보시고 수령 2주 이내에 마이리뷰를 올려주세요!

추후 이벤트 당첨자 선정시 제외되실 수 있습니다~

2. 꼭 정해진 날짜를 지켜 수령지 정보를 남겨주세요~

기간이 지나면 체험단 상품을 보내드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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