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여행. - 마음 여행자의 트래블 노트
최반 지음 / 컬처그라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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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마음 안을 걷는 일
- 최반 『서툰 여행』을 읽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막상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면, 훌쩍 떠나는 것에 적잖은 두려움을 안고 있다면, 그럴 땐 여행에 관한 책을 펼쳐들어도 좋을 것이다. 단, 여행지를 구미 당기게 소개하는 오밀조밀한 책보다는 떠나고자 했던 마음을 다독여주는 여백이 있는 책, 말하자면 『서툰 여행』같은 책을 권하고 싶다.

5년째 쓰고 있는 ‘마스크 맨’이라는 제목의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질 날을 기다리고 있다는 작가의 소개 글에서 작가의 성향을 유추해본다. 오랜 시간 꿈을 키워왔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치열하지만 조금은 현실에서 비껴난 삶을 살고 있을 것 같은 남자. 그가 들려주는 인도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실은 그의 마음 안을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서툰 여행’이라는 제목과 나름대로 판단한 작가에 대한 분석이 맞아떨어졌다. 이 책은 인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여행안내서라기보다는 인도로 떠난 마음 여행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책이다. 여기에는 분명 ‘인도’가 있고 읽는 이의 가슴에 새겨질만한 ‘마음’이 있다. 그 마음이라는 것은 때로는 인도와 상관없이 펼쳐지기도 한다. 여행이 가져다 준, 인도가 안겨준 선물 같은 마음의 빈자리. 일상을 사는 동안 켜켜이 쌓였던 마음의 먼지들이 인도를 여행하는 동안 바람을 타고 폴폴 마음 밖으로 탈출을 시도한 듯 보인다. 그 빈자리를 알아채고 성큼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건 마음을 온전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다. 자신의 깊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천금 같은 선물!

이미 알고 있던 것도 여행지에서 마주하게 되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때가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 꺄 헤(이게 뭐죠?)를 외친다는 작가. 마치 처음인양 하나하나 새겨듣고 따라하는 동안 깨닫게 되는 익숙한 것들의 새로운 의미. 여행이 주는 신선한 경험, 의미로 다가오는 고마운 깨달음이 마음 깊이 새겨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을 보노라면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사람의 소리 자연의 소리 사물의 소리 결국 우리들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조곤조곤 말을 걸어온다. 태평스레 하늘거리는 빨래들, 길가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자는 개들, 주인을 찾게 만드는 벗어놓은 슬리퍼조차 저마다의 이야기를 늘어놓느라 분주하다. 인도 사람들의 천성적인 느긋함 엉뚱한 재치에 실소를 터트리기도 하고, 빤히 들여다보이는 상술이 귀여워 보이기까지 한다. 의심 속에 가려졌던 사람의 진심을 발견하는 순간 그와의 사이에 존재했던 벽은 사라지고, 요가 수업 내내 마음을 쿵하게 만드는 깨달음이 지속된다. 무엇보다 그가 들려주는 정말 뻔한 ‘뻔한 얘기’들에 마음이 녹아내린다.


작가는 인도를 여행하는 동안 무수히 마음 안을 거닌다, 뼈 속까지 그리움을 토로한다. 어느 날 문득 떠나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네 번이나 인도를 여행하며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결국 우리들 마음을 한 발 더 가까이서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터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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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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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고고히 빛나는 개츠비의 위대한 사랑, 그 씁쓸한 결말
- F.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언제나 적잖은 설렘을 동반한다. 오랜 세월에 걸쳐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궁금증이 여느 책과는 다른 긴장감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주로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한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싶은 이유는 천차만별. 결국 순간 마음이 동하는 책을 읽게 된다. 그러나 고전은 읽고 싶은 책이라기보다는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언젠가 한 번은 읽어봐야 할 책! 읽고 난 후, 혹 공감하지 못한다면 그건 순전히 개인의 무지의 소치라는 자책감마저 든다. 해서 더 꼼꼼하게 파고들게 되고, 책이 출간될 당시의 시대상황까지 고려하게 된다. 그렇다면 『위대한 개츠비』는 나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세계적인 고전의 대열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는『위대한 개츠비』를 만난 건 불과 얼마 전이다. 본격적으로 고전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내게 처음으로 찾아온 책. 문학동네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세계문학전집 중 한 권인 이 책은 김영하 작가가 번역을 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자칫 번역의 난제 때문에 원작을 오독할 수 있는 고전을 이름 있는 작가가 번역했다는 것만으로도 신뢰감이 생긴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이 어느 정도 세계 강대국의 반열에 오르려던 시점. 그 당시 미국이라는 사회는 올드머니라 불리는 유서 깊은 상류층과 뉴머니라 불리는 신흥 상류층이 복잡하게 공존해나가는 상황이었다. 별 볼일 없는 집안에서 태어난 개츠비는 우연히 상류층 집안의 데이지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데이지는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떠나갈 수 있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다. 개츠비는 감히 넘볼 수 없는 데이지에게 자신의 배경을 속이고 안심시키지만, 올드머니 계층의 톰 뷰캐넌이 나타나면서 데이지는 개츠비를 떠나간다.

 그렇게 두 사람이 헤어진 지 5년. 본명이 제임스 개츠인 개츠비는 이름까지 바꾸면서 신흥 상류층으로 급부상한다. 그녀의 집이 마주보이는 곳으로 이사를 온 후 매일같이 파티를 열어 수십 수백 명의 사람들이 들고나게 만든다. 자연스레 데이지를 만나 자신의 부를 자랑하고 다시 자기 여자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마침 이 책의 화자로 등장하는 닉 캐러웨이는 개츠비의 옆집에 살고 있는데 데이지와는 먼 친척관계다. 옛 연인 개츠비와 데이지의 만남은 닉을 통해 자연스레 진행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 우연적인 만남은 결국 파멸의 시작이 되고 만다.
 
 뉴머니 계층을 결코 인정하려 들지 않았던 1920년대 올드머니들. 그 중 한 명이 바로 데이지다. 개츠비는 데이지와 같은 신분이 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잘못된 방법으로도) 부를 축적하지만 결국 그녀가 선택한 것은 안전한 올드머니의 세계다. 정부를 둔 남편일지라도 남편 옆에 머무르면서 자신의 부와 안위를 이어가려 한다. 개츠비가 인생을 걸고 사랑한 여자 데이지는 개츠비의 억울한 죽음과 관련한 최대의 가해자이면서도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녀가 진정으로 사랑한 것은 자신을 사랑해 주는 누군가의 진실한 마음이 아니라 ‘안전한 부’였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자신을 빛나게 할 휘황찬란한 사치품에 길들여진 세속적인 사람, 진실한 사랑을 추구하기보다 부에 눈이 먼 불쌍한 영혼이었던 것이다.

 고작 삼십 대에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했음에도 정당하지 못했던 과정은 결국 개츠비의 삶을 파국으로 치닫게 만든다. 쓸쓸한 장례식... 돈도 사랑도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지만 데이지를 향한 사랑만큼은 끝까지 변하지 않는다. 데이지는 분명 누군가의 신실한 사랑을 받을만한 자격이 없는 여자다. 하지만 끝까지 온 마음을 다해 사랑을 전하는 개츠비. 신분을 넘나드는 온갖 불륜이 난무하지만 결국 신분을 뛰어넘지 못하는 얕은 사랑만이 존재하는 시대에 개츠비의 사랑은 홀로 고고히 아름답게 빛난다. 그것만으로도 개츠비를 ‘위대’하다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개츠비가 여는 파티에 매일같이 참석해 흥청망청 즐기면서도 그를 시기하던 사람들, 끊임없이 의심하던 사람들 틈에서 닉 캐러웨이는 개츠비의 ‘친구’로 거듭난다. 닉의 입을 통해 드러나는 개츠비의 실체는 흥미진진하다. 이름을 바꾸고 부를 축적하게 된 계기, 데이지에 대한 마음, 개츠비와 관련한 세간의 오해와 진실 등이 베일을 벗듯 서서히 드러난다.

  1920년대 당시 미국 사회에서 '개츠비'라는 인물은 ‘미국’과 동일시되었다고 한다. 유서 깊은 유럽 강대국들 틈에 당당히 발을 들여놓고 세계열강의 꿈을 키워나가던 시절의 신생 강대국. 미국의 그 푸른 꿈을 개츠비가 대변하고 있기에 미국인들은 이 작품을 최고로 꼽는다고 한다. 이런 평가들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거나 가치를 판단한다면 피곤한 책읽기가 될지도 모른다. 책이란 어떠한 배경을 차치하고라도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치열하게 고민하게 만들더라도 종국에는 어떠한 의미를 남길 것!

 『위대한 개츠비』를 읽는 동안 재미있게 푹 빠져들지는 못했지만, 일종의 의미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비약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한 남자의 야망과 그를 둘러싼 다양한 인간들의 이중적 본성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파고들었다는 점이다. 잘못 선택한 사랑이 가져온 파멸과 잘못된 방법으로 축적한 부의 결말은 허무함마저 들게 하지만, 경각심을 일깨우게 해준다. F.스콧 피츠제럴드가 닉 캐러웨이를 통해 전달하는 이 객관적인 고발은 그래서 섬뜩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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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 / 아르테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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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는 어느 순간
- 뮈리엘 바르베리,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읽고


 가끔은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은 채 살아가고 싶은 때가 있다. 보다 많은 인맥을 형성하고 자신을 드러내며 사는 것이 오늘날 성공의 밑거름임을 감안할 때 이것은 참으로 안일하고도 비주류적인 발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방어벽을 두르고 오로지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르네와 팔로마처럼. 이들은 왜 세상 밖으로 나오기를 거부하는 것일까. 왜 고슴도치의 가시로 자신을 중무장한 채 내면의 우아함을 애써 숨기며 살아가려 하는 것일까.

 르네. 파리 그르넬가 7번지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에서 27년째 수위로 일하고 있는 쉰 네 살의 아줌마다. 그녀는 평범한 수위로 보이기 위해 말과 행동을 의식적으로 가려서 한다. 자칫 방심하다 수위라는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박식함이 탈로난다면 아파트에 입주하고 있는 부르주아들의 참견과 입방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멍한 눈빛과 프롤레타리아적 이미지를 풍긴 채 ‘수위’하면 떠오르는 모습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살아가려 노력한다. 그녀의 내면에 흐르고 있는 삶의 근원이자 목적인 철학과 문학 예술 독서 등 온갖 고상하고 지적인 취향을 꼭꼭 숨겨둔 채.

 팔로마는 이 아파트 6층에 살고 있는 국회의원의 막내딸이다. 유별나게 똑똑하고 영리해서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다. 부모 덕분에 그녀 역시 잠정적인 부자라 할 수 있다. 부족함 하나 없어 보이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미 인생이 설계되어 있다는 데 슬픔을 느낀다. 세상에 넘쳐나는 극심한 빈부 격차를 보며 삶의 부조리에도 일찍이 눈뜨게 된다. 하지만 아둔한 척 자신의 생각을 숨긴 채, 열세 살이 되는 6월 16일 자살할 결심을 한다. 죽을 계획을 세웠다고 서둘러 세상을 포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죽는 순간 무엇을 하고 있었냐는 것. 소녀는 가능한 한 깊이 사색하고 그 결과를 공책에 기록해 나간다. 세상 모든 움직임에도 집중한다. 어쩌면 살만한 가치가 있음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므로.

 사물 혹은 현상, 이치에 대한 세밀한 고찰과 철학적 사유를 통해 삶을 통찰해내는 두 주인공. 이들은 다방면으로 풍부한 지식과 날카로운 판단력을 지녔음에도 스스로 아둔한 척 살아간다. 누구에게도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의도적인 소통의 거부. 이들이 각자 철옹성 같은 방어벽을 치게 된 것은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로 양분화 되는 사회적 흐름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의 것이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존중하지도 않으려는 그릇된 습성에 나름대로 반기를 든 셈이다.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두 주인공의 철학적 사유에 독자는 간간이 피로함을 느끼게 된다. 한마디로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끝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은 이유는 이들의 날 선 가시를 헤집고 들어가 감춰진 내면과 만나고 싶어서다. 소통을 거부하는 진짜 이유, 아둔한 척 살아가는 진짜 이유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5층에 새로 이사 온 가쿠로 오즈는 이 고급 아파트에서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다. 입주한 그 누구보다 부를 가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인데, 정작 오즈의 관심은 비슷한 신분의 이웃보다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수위 아줌마 르네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팔로마에게 가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볼 줄 아는 차별화된 부르주아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탄다.

 자신의 가치를 진정으로 알아봐주는 가쿠로를 통해 소통이라는 것을 시작하게 된 르네. 마침내 마음에 칭칭 동여 맺던 붕대를 풀어낸다. 새살이 돋아나고 있다. 새로운 삶이 펼쳐질 것을 예감한다. 갑작스레 날아든 슬픈 소식으로 팔로마는 생에 처음으로 고통을 경험한다. 고통이 무엇인지 겪어보지 못했기에 자신의 죽음으로 가족에게 고통을 주려했던 우매함을 비로소 깨닫는다. 다시는, 다시는 만나지 못할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순간 삶의 의미와 마주하게 된 것이다.

 어떤 것이든 너무 늦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자신을 지탱해 온 세계를 붕괴시키고 새로운 세계로의 편입을 요구한다 할지라도 더 나은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서둘러 깨달음을 얻고 싶다. 익숙하지 않은 프랑스 소설, 낯선 철학적 단상들이 책 읽기를 다소 힘겹게 만들기는 했지만 가끔은 이런 책을 통해 삶을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죽음의 순간 알게 되는 것들, 가까운 지인의 죽음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들. 예상치 못한 반전, 그로인한 깨달음이 마음에 한 줄기 빛을 선사해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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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을 읽고 쓴 리뷰가 

알라딘 2010년 1월 1주 이주의 리뷰에 선정되었습니다.  

리뷰보기 : http://blog.aladin.co.kr/soulnote/3306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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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 행운의 절반
스탠 톨러 지음, 한상복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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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커피 한 잔 어떨까요?
- 스탠 톨러, 『친구 : 행운의 절반』를 읽고

 당신에게는 진정한 친구가 있습니까? 질문을 바꿔 다시 여쭙자면, 당신은 누군가의 진정한 친구입니까? 이 두 질문에 해당하는 답을 찾기 위해 지금 이 순간 몇 몇 친구의 얼굴을 떠올리고 계시겠지요. 이 문제를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어떤 기준점 같은 것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내 것을 보다 많이 주려 했는가 혹은 네 것을 보다 많이 받으려 했는가. 여기에서는 물질적인 것은 배제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 씀씀이’ 니까요. 상대방을 헤아리는 진심어린 마음! 이것이 바로 『친구 : 행운의 절반』이 이야기하려는 핵심입니다.

 광고회사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조 콘래드는 주어진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조건으로 22만 달러라는 거금의 성과급을 지급받게 됩니다. 생애 최고의 순간이 다가오려는 그 때, 여자 친구 마시와의 관계는 삐걱거리고 팀원들은 자신을 따돌립니다. 더구나 같은 시기에 입사한 재무팀장 알렉스 레딩은 호시탐탐 조의 약점을 캐내려 안달입니다. 광고 역시 제대로 진행될 리 없겠죠. 총체적인 난관에 부딪힌 조는 우연히 찾게 된 맥스 플레이스라는 커피숍에서 맥 달튼을 만나게 됩니다.

 ‘풍요로운 삶을 원하십니까? 맥과 이야기를 나누세요.’라는 커피 쿠폰 뒤의 문구가 궁금해 맥에게 접근했던 조는 맥이 대단한 사업을 하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성공만을 위해 달려온 조가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겠죠. 그는 성과급 모두를 걸 생각으로 맥에게서 정보를 캐내려 합니다. 진심으로 조에게 커피를 가르쳐주는 맥과 달리 조는 사심 가득 커피수업을 듣습니다. 그런데 이 커피수업이 관계수업이라는 사실을 뒤늦게야 깨닫게 되죠.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방법, 진정한 친구를 사귀는 방법, 그 친구들로 인해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커피수업과 더불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실 조는 어린 시절 말을 더듬는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심한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그 후 말 더듬는 버릇은 고쳤지만 모든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립니다. 그 때 입은 상처가 너무나 컸거든요. 오직 성공만을 위해 내달리는 동안 그 누구의 마음도 헤아려 본 적이 없습니다. 여자 친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모르고 팀원들에게도 일만을 강요해왔죠. 그야말로 일과 자신만을 생각하는 냉혈한 같은 사람. 맥은 조를 처음 만난 날, 자신의 지난날을 떠올리게 됩니다. 맥 역시 조와 같은 삶을 살았었거든요. 오로지 돈, 오로지 성공! 그런 맥에게 케네시라는 친구가 손을 내밀었고 맥의 인생이 바뀌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제 자신의 노하우를 조에게 전해주게 된 것이구요.

 몇 명의 친구를 가졌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진실한 친구를 가졌느냐 혹은 얼마나 진실한 친구가 되어 주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친구 : 행운의 절반』은 외톨이로 살아온 조 콘래드가 관계의 의미를 깨닫고 스스로를 변화시켜 사람을 사귀고, 그렇게 사귄 친구들로 인해 결국 새로운 인생을 찾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더불어 관계의 회복에 동참한 사람들이 어떤 변화된 삶을 살아가는지도 들려주고 있습니다.

 너무 뻔하다구요? 섣불리 판단하지는 마세요. ‘성공하려면 진정한 친구를 사귀라’는 뻔한 이야기를 우리는 얼마나 잘 실천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전 생애를 통틀어 우리가 사귈 수 있는 진정한 친구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쉬운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 작가 스탠 톨러는 성공의 교과서와도 같은 이야기를 커피와 접목시켜 감각적으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어찌나 친구와 커피 한 잔 나누고 싶던지...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한 커피 향처럼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향을 전하는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무언가를 바라기 전에 먼저 손을 내밀어 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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