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은 넘어지지 않는다 - 일과 인생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힘
하우석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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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진심 없이 진정 행복할 수 있을까.
- 하우석, 『진심은 넘어지지 않는다』를 읽고

 원만한 직장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처세술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 ‘처세술’이란 것을 배우기 위해 종종 자기계발서를 펼쳐들곤 한다. 문제는 나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갖춘 자기계발서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 권씩 쏟아져 나오는 자기계발서 중 과연 어떻게 옥석을 가려 읽는단 말인가. 그 말이 그 말 같고, 그 책이 그 책 같아 한동안 자기계발서를 멀리 했었다. 그런데 얼마 전 낯익은 저자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하우석의 『진심은 넘어지지 않는다』가 그 책.

 여러 해 전, 저자의 다른 책『기획의 천재가 된 홍대리』를 읽었었다. 사실 내용은 대부분 잊어버렸지만, 그 책을 토대로 한동안 열심히 업무를 수행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기획관련 업무를 맡고 있었던 내게는 꽤 유용했던 책. 반가운 마음에 이번에 출간된 『진심은 넘어지지 않는다』를 관심 있게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 책, ‘스킬’보다는 ‘마음’을 강조하고 있다. 자기계발서를 통해 빨리 무언가를 습득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과연 어필할 수 있을지 조금 염려되었다. 다 읽고 보니 이 생각은 기우였다. 지름길은 빨리 갈 수 있는 길이긴 하지만 도처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저자는 이런 진리를 우리에게 알려주려 한다. 성공의 3요소인 실력 노력 행운이 있어도 진심 없이는 어떤 일에서건 롱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책의 내용은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다. 상황에 따른 풍부한 예제 덕분에 쉽고 재미있다. 머리를 끄덕이며 마음으로 공감하게 된다. 직장생활과 사회생활은 인간관계의 연속이다. 저자는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 같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되고 따라할 수 있는 스킬보다 세상을 살아가며 맺게 되는 모든 인간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알려준다. 직장과 사회, 학교는 물론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관계까지도.

 사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되고 안으로부터 시작된다. 내가 바로서지 않고는 되는 일이 없다. 가족이 바로서지 않고서는 어떤 일이든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표현되지 않는 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p67)는 말이 새삼 가슴에 사무친다. ‘사회에 베푸는 마음이나 사회의 성공만큼이나 가족에게 베푸는 마음, 가정안에서의 성공도 중요(p.67)’하다는 것을 왜 잊어버리고 살았을까. 가족이니까 알아주겠지, 가족이니까 받아주겠지, 가족이니까 00하겠지... 라는 생각은 얼마나 잔인한 발상인지. 가족이니까, 서로의 곁에서 평생을 지키고 지켜봐줄 사람들이니까 더 간절하고 소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깨닫게 되었다.

 책에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러 편 수록되어 있다. 역시 핵심은 ‘진심’이다. ‘멀리 가려면 전략보다는 진심을 택하라(p.70)’고 강조한다. 진심의 힘이 어떤 위대한 결과를 낳는지, 이 시대의 진심이란 무엇인지를 감동적인 예로 보여주고 있다. 다른 책에서 발췌한 내용들도 몇몇 등장한다. 짧지만 메시지가 강해 해당 책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까지 생긴다. 진심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감동을 전해준다. 성공한 사람들은 위대한 업적보다 더 눈부신 내면의 진심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다(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쏟아 부은 성실한 땀방울과 진심이 성공을 일궈낸 것이다.

 현재 나의 위치는 보잘 것 없고, 누구 한 사람 알아주는 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하고 있든, 어떤 위치에 있든, 어떤 사람을 만나든 상관없이 진심으로 대한다면 결국에는 놀라운 기적을 이뤄낼 수도 있다. 곤경에 처한 노부인(철강왕 케네기 어머니)에게 호의를 베풀었던 어느 청년(9p.96)의 일화처럼 말이다. 진심은 어떤 순간에도 빛을 발한다. 그 빛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된다. 나에게도 그 누군가에게도.

 이 책은 상사나 부하직원 혹은 기업을 이끌어가는 오너든 위치에 상관없이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각자의 상황에서 진심을 다해야하는 이유를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내가 상사라면 부하직원이나 오너의 입장을, 내가 부하직원이라면 상사나 오너의 입장을, 또 내가 오너라면 부하직원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계기. 보다 발전적인 관계로 나아가는 계기 말이다. 물론 직장이나 어느 소속에 적을 두고 있지 않는 나 같은 가정주부가 읽어도 좋을 만한 책이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세상살이는 결국 인관관계의 연속이므로.

 오늘도 나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부터 날씨 이야기, 육아 이야기, 집안 이야기 혹은 이웃집 누구의 이야기 등등. 이야기는 곧 수다로 발전한다. 누군가와 나누는 이야기에 매일 조금씩이지만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데 정작 남는 건 별로 없다. 이야기 끝에 무엇이 남아야 하는 건 아니다. 최소한 허무하진 않아야 하는데, 괜한 이야기를 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상대방과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음을 절감하는 순간이다. 이만큼 다가설 수는 있어도 한 발짝 더 내딛기는 힘든 관계. 적당히 공감하고, 적당히 이해하고, 적당히 견제하는 진심이 빠진 관계.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다 보면 본의 아니게 상처를 입을 때가 많다(그 반대도 마찬가지). 상처를 입을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보호막을 치게 된다. 여기까지만, 이라며 애써 진심을 감추는 것이다. 동시에 상대방의 진심 또한 의심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원활한 소통을 막는 원인이 된다. 제대로 된 소통 없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말한다. ‘일과 인생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 바로 ‘진심’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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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파워북로거 모여라~ | soa8267
원문 http://soa8267.blog.me/60135358454

 파워북로거 담당자 입니다

드디어 우리 위원회의 파워북로거 15분이 결정되었습니다~

먼저 선정되신 분들의 블로그 주소를 공개해 드리고 선정 기준 등에 대하여 잠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http://blog.yes24.com/jk325636

http://ebbunji0.blog.me/

http://blog.naver.com/ahn4527

http://blog.yes24.com/yang412

http://ansanlsh.blog.me/

http://blog.yes24.com/joyever

http://blog.naver.com/mirubinl/30113535060

http://blog.naver.com/saurer2000

http://book.interpark.com/blog/whatlee

http://blog.naver.com/nazina 소울노트의 도란도란 책방

http://blog.naver.com/olive918

http://blog.aladin.co.kr/silkroad/

http://blog.yes24.com/egoist2718

http://blog.naver.com/coololive

http://blog.naver.com/hjmjkklll

 

 

ㅇ 선정 기준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신청서와 운영하시는 블로그, 두 가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였는데요,

선정 과정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신 분들의 조건 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독서'와 '책'과 관련된 글을 많이 작성하신 분

- '독서'와 '책' 분야 중심으로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분

- 다른 사람 글을 스크랩 하기보다는 본인이 작성한 글을 게재하시는 분

- 블로그 방문자 수가 너무 적지 않은 분

- 다른 기관 또는 기업, 출판사의 지원을 받은 경험이 적은 분

- 작성하신 글의 내용이 좋은 분

 

 물론 이런 조건을 다 갖추셨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자 수가 너무 많아서 선정되지 못하신 안타까운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사업 예산은 정해져 있는데 너무 좋은 분들이 많이 지원해 주셔서 마음이 아파요...

 

마지막으로, 파워북로거 지원 사업이 올해 처음 진행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뜨겁게 호응에 주셨어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인사 드립니다.

 

혹시 선정과 관련하여 궁금하신 점이 있으신가요?

댓글을 달아주세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모집한 '파워북로거 15인'에 선정되었다.
이 기쁨... 이 환희... 감사 그리고 책임감...!

책이 좋아 책을 읽는다. 오래 기억하고 싶어 리뷰를 쓴다.

그러다 보니 이런 행사에도 참여하게 되고... 선정의 기쁨까지 누리게 되었다.

 

18개월 된 아들녀석을 키우다 보니 예전만큼 책을 읽고 리뷰를 쓸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새벽... 잠자는 시간을 쪼개어 책을 읽거나 리뷰를 쓰고 이렇게 몇 자 쓰다 보면 늘 두 세시를 넘기게 된다.

몸은 극도로 피곤하지만 그래도 이 일이 즐거우니... 멈출 수가 없다.

 

앞으로는 막중한 책임까지 맡게 되었으니... '진심' 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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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타는 기분이 좋아요 알맹이 그림책 23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김서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늘 기분이 좋은 특별한 아이, 로타!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로타는 기분이 좋아요』를 읽고 

세상이 이렇게 밝은 것은
즐거운 노래로 가득찬 것은
집집마다 어린 해가 자라고 있어서다
그 해가 노래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모를거야
아이들이 해인 것을....

- 동요, <아이들은> 중에서
 

<아이들은>이라는 동요의 가사 중 일부다. ‘세상이 이렇게 밝은 것은 집집마다 어린 해가 자라고 있어서다, 그 해가 노래이고, 그 해는 아이들이다’ 라는 내용의 동요다. 그래, 바로 이거다. 아이들이 있어서 세상은 밝아지고, 아이들이 있어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소중한 진리. 18개월에 접어든 아들 녀석 덕분에 요즘 나는 이 진리를 몸소 체험하며 감사해 하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솔직히 고백하면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야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이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귀하고 소중하지만 이렇게 애틋할 수 있다는 건 아들이 가르쳐준 교훈이다. 내 아이와 더불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나길, 그 아이들의 미래가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로타’같은 아이들이 많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로타는 기분이 좋아요』는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말괄량이 삐삐>의 작가 린드그렌의 미발표 그림책 중 한 권이다. 주인공의 이름은 ‘로타’. 늘 명랑하다. 토라지는 일이 있어도 금세 풀린다. 이웃에 사는 몸이 불편한 아주머니를 곧 잘 보살펴 드린다. 무엇보다 가족을 사랑하고 가족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망쳐버릴 뻔했던 부활절을 화려하게 부활시켜 준 바실리스 아저씨의 말에 따르면 ‘늘 기푼(기분)좋은 아이’다, 로타는.


나이만 씨네 집에는 어여쁜 세 아이가 자라고 있다. 요나스, 미아 마리아 그리고 로타. 다가오는 부활절을 맞아 모두들 한껏 들떠 있다. 왜냐하면 부활절 아침이 되면 부활절 토끼가 다녀가기 때문이다. 정원 여기저기에 사탕이며 초콜릿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잔뜩 숨겨놓고 사라지는 부활절 토끼. 사실 그 부활절 토끼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처럼 아이들의 부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올해는 문제가 생겼다. 동네의 유일한 사탕가게가 문을 닿아버려 아빠가 미처 사탕이랑 초콜릿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그제야 부활절 토끼가 아빠라는 사실을 알게 된 로타. 언니 오빠는 벌써부터 알고 있었지만 막내인 로타는 알지도 못했고 인정하기도 싫다. 산타클로스는 산타클로스여야 하고 부활절 토끼는 부활절 토끼여야 한다. 아빠는 아빠여야 하고.


실망한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안쓰럽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아빠와 엄마. 이 사랑스런 가족에게 과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까. 로타만이 간직하고 있는 비밀. 로타는 언니 오빠는 물론 온 가족을 위해 깜짝 이벤트를 준비한다. 우울하게 보낼 뻔했던 부활절 아침을 여느 해처럼 설레게 만들어 준 건 로타의 예쁜 마음 덕분이다. 로타만큼이나 밝고 기분 좋은 일이 로타의 가족은 물론 이웃에 사는 베르크 아줌마에게도 일어난다. 물론 로타가 꾸민 일이다.


우리에게도 손꼽아 기다리는 명절이 있다. 아쉬운 점은 아이들이 명절을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설레어 기다리고, 아이들이 무언가를 준비하며, 아이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명절. 그런 날이 있다면 아이들은 그 날이 들어 있는 달의 시작부터 설렐 것이다. 아마 그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면 가슴이 터져버릴 듯 행복해지겠지. 『로타는 기분이 좋아요』를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을 했다. 아이와 함께 나누고 즐기고 행복할 수 있는 우리만의 명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지금의 명절 분위기를 돌아보면 어른들이 먼저 지쳐버려 아이를 돌볼 틈이 없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릴 여유가 부족한 것이 우리의 명절이다. 뭐, 명절이 아니면 어때. 아이를 위해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날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로타와 같은 아이는 그 가족에게는 물론 이웃에게도 보석 같은 존재다. 이런 아이들이 집집마다 자라나길, 내 아이가 이런 아이로 자라나길 바래본다. 착하고 명랑하고 특별함을 아는 아이. 자신으로 인해 가족과 이웃은 물론 세상까지 밝힐 수 있는 아이. 등불 같은 존재 말이다. 린드그렌은 어쩜 이리도 사랑스런 아이들을 우리에게 선물해주는 것일까. 고맙고 또 고맙다.


- 아들이 노는 틈을 타 책을 소리 내어 읽어보았다. 상황에 따라 등장인물에 따라 목소리를 바꿔가며 읽었더니 빤히 쳐다본다. 가끔 와서 그림을 뚫어지게 보고 가거나, 아예 책을 덮어버리기도 한다. 그래도 읽는데 열중했더니 저는 저 할 일을 한다. 요즘은 그림책도 곧잘 본다. 아니 곧잘 듣고 앉아 있다. 아직 이 책은 아들이 진득하게 앉아 듣고 있기에는 긴 내용이지만 언젠가는 스스로 읽어내겠지. 이 책으로 인해 많은 것들을 상상하겠지. 『로타는 기분이 좋아요』는 아이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할 만한 책이다. 소리 내어 읽어보면 더 예쁘다. 특별할 것 같지 않은 문장이 입에 착착 감긴다. 로타의 마음처럼, 우리 아이들의 마음처럼 맑고 예쁜 문장들. 특별하지 않은 것 속에 특별함을 숨겨둔 린드그렌만의 탁월한 재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한번쯤은 아이가 아닌 자신을 위해 꼭 소리 내어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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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보경 옮김 / 시공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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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 그가 날 여러 번 새로 살게 하다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생텍쥐페리,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편지와 작은 메모 하나까지 열심히 모운 적이 있다. 따로 상자를 마련해 차곡차곡 추억을 쌓아올리듯 모아두었던 편지들.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없다. 어느 날 문득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모두 버리고 말았다. 사라진 편지들과 함께 소중한 추억들도 일부 뭉텅이로 빠져나가버렸음을 나중에야 알았다. 아, 그 허무함이란……. 왜 그랬을까. 편지란 것이 정말이지 흔했으므로 다시 주고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나보다. 그러나 편지는 곧 이메일로 대체되었고 이젠 대부분 문자나 트위터 등 디지털화 되어버렸다. 사람 내음 쏙 빠진 기계적이고 인공적인 느낌. 아무리 상냥한 말투와 앙증맞은 이모티콘을 주고받는다 하더라도 손편지 만큼의 따스한 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생텍쥐페리,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는 동안 문득 내 아들에게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요즘은 옛날과 달라 손으로 쓴 편지가 아니라도 무언가를 기록하고 남기기 훨씬 쉬워졌지만 꼭 손편지를 고집하고 싶다.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 말로는 다 가르칠 수 없는 것들, 말로는 다 보여줄 수 없는 것들을 편지에 쓰려 한다. ‘엄마’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 ‘엄마’라는 존재를 떠올리기만 해도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힘든 시간을 헤쳐 나갈 수 있었다. 아이에게 나는 그런 엄마이고 싶다. 어쩌면 ‘편지’라는 개념을 사전에서나 찾아보는 세대가 될지라도, 그럴 수 있기에 더더욱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편지를 쓰려 한다. 그것은 한 사람의 역사이자, 전 인류의 역사가 될 수 있는 것이므로.

『생텍쥐페리,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는 ‘어린 왕자’의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가 그의 어머니(마리 드 생텍쥐페리)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책으로 1955년 마리 드 생텍쥐페리가 직접 펴냈다. 생텍쥐페리, 그 이름만으로도 나는 이미 설렌다. 작품으로가 아닌 소소한 일상으로 만나는 그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어떤 삶을 살았기에, 어떤 성품을 지녔기에 <어린왕자>, <야간비행>, <인간의 대지>와 같은 작품들을 써낼 수 있었을까. 좋아하는 작가의 생애를 따라간다는 건 그의 작품을 읽는 것과는 또 다른 설렘과 흥분을 동반한다.

  

책에는 생텍쥐페리가 중학생 시절부터 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하기 직전까지 쓴 편지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히 실종된 지 1년 만에 그의 어머니에게 도착한 편지는 보는 것만으로도 애가 끓는다. 이것은 편지인 동시에 성장 일기이며 한 작가의 작품의 토대이기도 하다. 편지를 읽다보면 그 사람의 성품을 알 수 있는데 이 책 역시 마찬가지이다. 생텍쥐페리가 어떤 정신세계를 구축하며 성장했고, 그가 갖고 있는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어 흥미롭다. 그것이 그의 삶과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불협화음의 시대, 전쟁의 한 가운데서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하고자 한 일들을 명확하게 알고 실천해 나갔다. 그는 작가이기에 앞서 혼돈의 시대상황 속에서 할 일들을 소홀히 하지 않았던 위대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 토대는 마리 드 생텍쥐페리 즉 그의 어머니에게 기인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편지를 보면 생텍쥐페리의 어머니가 어떤 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어머니라는 존재가 그의 삶에 어떤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는지, 그의 생애 어떤 길잡이가 되어주는지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존경할 만한 선각자의 모습, 전인적인 어머니의 모습!
‘엄마가 그 누구도 줄 수 없을 온화함으로 제 삶을 가득 채워주셨다는 것을 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제가 간직한 추억 중에서 가장 저를 생기 넘치게 해주는 추억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제 안에 잠들어 있는 저를 가장 많이 일깨워주는 존재라는 것도. 엄마와 관련된 가장 사소한 물건에도 제 심장은 따뜻해집니다. 엄마의 스웨터, 엄마의 장갑, 그 물건들이 보해해주는 건 바로 제 심장이니까요.(P.312-3)’

생텍쥐페리는 이처럼 엄마를 믿고 의지하고 사랑했다. ‘초보엄마’라는 딱지를 붙이고 살아가는 나에게 마리 드 생텍쥐페리의 삶(성품, 교육관, 사회적 역할, 개인의 성취 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도 이런 엄마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 그녀에 대해서는 덧붙이고 싶은 말이 많지만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바란다. 어찌되었든 이 책의 주인공은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 생텍쥐페리이므로.

편지 말미에 덧붙인 해설을 통해 그의 전반적인 삶과 작품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역시 이 부분인데, 간략한 설명만으로는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전반적으로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생텍쥐페리가 어머니에게 쓴 편지만을 엮고 일부 설명을 덧붙이다 보니 아무래도 텀이 생긴다. 생애 전체를 순차적으로 알고 싶은 독자로서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물론 서간집에서 전기를 기대하는 것은 모순일 수 있지만). 편지 서두에 년도가 명시되어 있다. 이것을 토대로 그의 생을 몇 부분으로 챕터화하면 어떨까. 각 챕터의 맨 앞에는 편지만으로는 알 수 없는 그의 행적과 시대상황, 작품동향 등을 요약 설명해주면 더 좋을 것 같다. 의외로 까다롭다는 생텍쥐페리 저작권에 대한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를 더 알고 싶은 독자로서는 좀 더 친절한 설명이 덧붙여지길 바란다.

이 책은 여러모로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작가 생텍쥐페리’의 생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는 점, ‘어머니’라는 존재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언젠가 사라져버리고 말 ‘편지’의 의미까지 되새겨 본 시간이었다. 내가 걸어 나가고자 하는 방향도 저 어디쯤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듯하다. 생텍쥐페리, 그로 인해 나는 여러 번 새로운 삶을 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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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 시인 김선우가 오로빌에서 보낸 행복 편지
김선우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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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아픈데 없나요? 정말 행복한가요?
-김선우, 『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를 읽고

욕심을 부리지 않고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욕심이 없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바쁘게 살아도 늘 부족한 것 같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괜스레 불안해진다. 가끔, 아주 가끔은 무엇을 위해 사는지도 모를 때가 있다. 아등바등 살아도 충족되지 않는, 마음 한 구석이 텅 비어있는 느낌. 행복해지기 위해 일을 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치열하게 오늘을 살아내는데도 정작 행복하지 않다면 혹시 행복의 참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나의 행복을 억지로 끼워 맞추기 하려 한 건 아닐까.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꿈꾸는 곳이 있다. 물질이 아닌 내면의 평화와 영혼의 성장(p.16)을 추구하는 곳, 바로 오로빌이다. 인도 남부 코르만젤 해안에 위치하고 있는 영적, 생태 공동체. 인도의 사상가 스리 오로빈도의 신념에 따라 1968년 첫 삽을 떠 현재 전 세계 40여 개국 2천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모든 인간이 더불어 행복해지기를 꿈꾸는 곳. 불가능할 것 같은 이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는 곳. 실험과 도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 행복의 참 의미를 알게 해주는 곳. 경쟁이 아닌 격려의 장. 시기를 버린 배려의 장. 행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이 존중받는 곳. 가능성을 끊임없이 실험해볼 수 있는 곳. 이 지구상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곳, 그럼에도 이 지구를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는 곳. 그런 곳에서 시인 김선우는 묻는다. 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 지금 정말 행복하냐고. 

프롤로그부터 밑줄을 긋기 시작해 책이 온통 밑줄로 가득해졌다. 이렇게나 많이 밑줄을 그은 책은 흔치 않다. 오로빌이라는 고혹적인 마을이, 작가의 매혹적인 필력이 밑줄을 남발하게 만든다. 지구상에 이런 마을이 존재하고 있다니. 신선한 충격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도 충만해 질 수 있는 곳. 일종의 유토피아, 일종의 무릉도원. 하지만 세상사 모든 일이 그렇듯 이 곳에도 반대급부가 존재한다. 김선우는 오로빌이 갖고 있는 긍정의 측면과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문제 요소들을 균형감 있게 다루고 있다. 오로빌로 오세요, 무조건 행복해질 수 있답니다, 가 아니다. 오로빌에서는 행복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책임과 희생도 따른답니다. 어쩔 수 없는 문제에 부딪히기도 하구요, 그러니 잘 선택해 보세요,라고 말이다.

모든 일이 똑같이 존중받고 대가 역시 똑같이 분배된다. 돈 없이도 살 수 있다고 하지만 돈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가령 자녀가 대학에 입학할 때나, 처음 이 곳에 정착하기 위해 집을 마련할 때). 여기도 사람 사는 세상이다. 각자의 삶이 다르다보니 경제적인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일. 사람이 만들어가는 유토피아이므로 아이러니 역시 존재한다.

전체적으로 숲이 만드는 스카이라인보다 더 높은 건물은 보이지 않는(p.36) 곳에 살면 어떨까.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을 것 같다. 눈을 제대로 뜰 수 있을 것 같다. 오로빌은 말 그대로 숨통이 되어 줄 것만 같은 도시다. 이런 곳에서는 어떤 일을 하며 살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 뭔가 새로운 일이 하고 싶으면 그 일을 시작하면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의 직업 선택 기준은 자아의 발견, 실현보다는 돈이 우선시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오로빌에서는 그동안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일에 마음껏 도전해볼 수 있다. 그 속에서 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은 물론 생의 기쁨과 활력까지 되찾게 된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을 하든 문제될 게 없는 곳.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이 아닌 공동체를 위한 일이기에,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일이기에, 나아가 이 지구를 위한 일이 될 수 있기에 더 가치가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마음이 한없이 두근거린다. 무언가를 하고 싶어진다.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만 갔다. 왜 사냐고 자문해보게 되고,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해보게 된다. 정말 행복하냐고, 행복이 무엇인지 아냐고, 행복해지기 위해선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된다. 이렇게도 많은 질문을 던지는 책, 이렇게도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책. 그럼에도 한없이 충만해지는 이 책, 참 좋다!
 
- 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어왔다. 괜찮아요,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괜찮아서 괜찮은 게 아니라 그냥 괜찮은 척 살아갈 뿐이다.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것뿐이다. 이제 그러지 않아도 돼요, 하고 당신이 어깨를 다독여준다.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세요,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예요.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을 들여다보세요. 실험하고 도전하세요. 하찮은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을 해도 가치가 있답니다. 당신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하니까요. 내가 행복해야 당신도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버리고 나면 가벼워진다. 내려놓고 나면 홀가분해진다. 이 당연한 이치를 왜 깨닫지 못한 채 살았을까. 나만을 위해 산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나와 남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법, 우리가 사는 이 지구별을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한 걸음의 실천. 모든 걸 버리고도 모든 걸 내려놓고도 충만해 질 수 있다. 충만(充滿)의 참 의미를 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살 수 있다. 오로빌, 거기서라면 가능하다.

 



오로빌이 세계의 한 녘에 있어주어 고마운 이유,  

내가 오로빌을 좋아하는 이유는, 대세가 정해진 듯 보이는 세계에서  

다른 질서를 창조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치열한 노력 때문이다.  

그들의 치열함 속에 녹아 있는 선의와 우정의 연대와 포용의 느낌이 참 좋기 때문이다.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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