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타는 기분이 좋아요 알맹이 그림책 23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김서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늘 기분이 좋은 특별한 아이, 로타!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로타는 기분이 좋아요』를 읽고 

세상이 이렇게 밝은 것은
즐거운 노래로 가득찬 것은
집집마다 어린 해가 자라고 있어서다
그 해가 노래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모를거야
아이들이 해인 것을....

- 동요, <아이들은> 중에서
 

<아이들은>이라는 동요의 가사 중 일부다. ‘세상이 이렇게 밝은 것은 집집마다 어린 해가 자라고 있어서다, 그 해가 노래이고, 그 해는 아이들이다’ 라는 내용의 동요다. 그래, 바로 이거다. 아이들이 있어서 세상은 밝아지고, 아이들이 있어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소중한 진리. 18개월에 접어든 아들 녀석 덕분에 요즘 나는 이 진리를 몸소 체험하며 감사해 하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솔직히 고백하면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야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이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귀하고 소중하지만 이렇게 애틋할 수 있다는 건 아들이 가르쳐준 교훈이다. 내 아이와 더불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나길, 그 아이들의 미래가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로타’같은 아이들이 많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로타는 기분이 좋아요』는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말괄량이 삐삐>의 작가 린드그렌의 미발표 그림책 중 한 권이다. 주인공의 이름은 ‘로타’. 늘 명랑하다. 토라지는 일이 있어도 금세 풀린다. 이웃에 사는 몸이 불편한 아주머니를 곧 잘 보살펴 드린다. 무엇보다 가족을 사랑하고 가족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망쳐버릴 뻔했던 부활절을 화려하게 부활시켜 준 바실리스 아저씨의 말에 따르면 ‘늘 기푼(기분)좋은 아이’다, 로타는.


나이만 씨네 집에는 어여쁜 세 아이가 자라고 있다. 요나스, 미아 마리아 그리고 로타. 다가오는 부활절을 맞아 모두들 한껏 들떠 있다. 왜냐하면 부활절 아침이 되면 부활절 토끼가 다녀가기 때문이다. 정원 여기저기에 사탕이며 초콜릿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잔뜩 숨겨놓고 사라지는 부활절 토끼. 사실 그 부활절 토끼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처럼 아이들의 부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올해는 문제가 생겼다. 동네의 유일한 사탕가게가 문을 닿아버려 아빠가 미처 사탕이랑 초콜릿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그제야 부활절 토끼가 아빠라는 사실을 알게 된 로타. 언니 오빠는 벌써부터 알고 있었지만 막내인 로타는 알지도 못했고 인정하기도 싫다. 산타클로스는 산타클로스여야 하고 부활절 토끼는 부활절 토끼여야 한다. 아빠는 아빠여야 하고.


실망한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안쓰럽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아빠와 엄마. 이 사랑스런 가족에게 과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까. 로타만이 간직하고 있는 비밀. 로타는 언니 오빠는 물론 온 가족을 위해 깜짝 이벤트를 준비한다. 우울하게 보낼 뻔했던 부활절 아침을 여느 해처럼 설레게 만들어 준 건 로타의 예쁜 마음 덕분이다. 로타만큼이나 밝고 기분 좋은 일이 로타의 가족은 물론 이웃에 사는 베르크 아줌마에게도 일어난다. 물론 로타가 꾸민 일이다.


우리에게도 손꼽아 기다리는 명절이 있다. 아쉬운 점은 아이들이 명절을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설레어 기다리고, 아이들이 무언가를 준비하며, 아이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명절. 그런 날이 있다면 아이들은 그 날이 들어 있는 달의 시작부터 설렐 것이다. 아마 그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면 가슴이 터져버릴 듯 행복해지겠지. 『로타는 기분이 좋아요』를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을 했다. 아이와 함께 나누고 즐기고 행복할 수 있는 우리만의 명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지금의 명절 분위기를 돌아보면 어른들이 먼저 지쳐버려 아이를 돌볼 틈이 없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릴 여유가 부족한 것이 우리의 명절이다. 뭐, 명절이 아니면 어때. 아이를 위해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날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로타와 같은 아이는 그 가족에게는 물론 이웃에게도 보석 같은 존재다. 이런 아이들이 집집마다 자라나길, 내 아이가 이런 아이로 자라나길 바래본다. 착하고 명랑하고 특별함을 아는 아이. 자신으로 인해 가족과 이웃은 물론 세상까지 밝힐 수 있는 아이. 등불 같은 존재 말이다. 린드그렌은 어쩜 이리도 사랑스런 아이들을 우리에게 선물해주는 것일까. 고맙고 또 고맙다.


- 아들이 노는 틈을 타 책을 소리 내어 읽어보았다. 상황에 따라 등장인물에 따라 목소리를 바꿔가며 읽었더니 빤히 쳐다본다. 가끔 와서 그림을 뚫어지게 보고 가거나, 아예 책을 덮어버리기도 한다. 그래도 읽는데 열중했더니 저는 저 할 일을 한다. 요즘은 그림책도 곧잘 본다. 아니 곧잘 듣고 앉아 있다. 아직 이 책은 아들이 진득하게 앉아 듣고 있기에는 긴 내용이지만 언젠가는 스스로 읽어내겠지. 이 책으로 인해 많은 것들을 상상하겠지. 『로타는 기분이 좋아요』는 아이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할 만한 책이다. 소리 내어 읽어보면 더 예쁘다. 특별할 것 같지 않은 문장이 입에 착착 감긴다. 로타의 마음처럼, 우리 아이들의 마음처럼 맑고 예쁜 문장들. 특별하지 않은 것 속에 특별함을 숨겨둔 린드그렌만의 탁월한 재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한번쯤은 아이가 아닌 자신을 위해 꼭 소리 내어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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