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80%를 줄이는 방법
이다 요시히로 지음, 최현영 옮김 / 푸른숲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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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일은 조금만 하고도 돈은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을 상상한다. 특히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전향하면서 그런 상상은 더 자주 하게 된다. 시간이 돈이고 일을 많이 할수록 돈이 따라오니깐. 그래서 처음엔 제목을 잘못 이해했다. 일을 20%를 줄이고 80%만 하면 되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제대로 보니 80%를 덜어내는 것이다. 과연 이런 일이 가능할까?


마케팅과 매니지먼트 전문가인 저자는 하지 않아도 되는 노력을 줄이고 최소한의 일로 최대한의 성과를 뽑아내는 비법을 소개한다. 즉, 꼭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잘 구별하여 일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이야기한다. 


솔직히 지금 내가 하는 일과는 맞지 않는 이야기이다. 글자 하나하나가 돈이 되는 상황에 일을 80% 줄이면 수입도 그만큼 줄어든다. 따라서 저자의 이야기는 여러 사람과 함께 회사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회사를 다니던 시절을 떠올리니 저자의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늘 일에 치였고 주로 하는 업무 외에도 부수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끊이지 않았다. 


시간에 쫓기고 일에 쫓기던 시절을 떠올리며 읽으니 이 책에 소개된 비법을 그때 알았더라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일을 줄이기 위해 가방 정리부터 시작한다. 책상이든 가방이든 정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필요한 것들을 바로 찾을 수가 없다. 자주 쓰는 물건을 하나씩 정리하며 불필요한 물건들은 과감하게 버리고 언제든 바로 꺼낼 수 있게 정리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이다.


다음으로 저자는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하지 않을 일의 목록을 만들라고 말한다. 모든 일을 자신이 해야 한다는 착각에서 빨리 빠져나와 하지 않을 습관이 몸에 익을 때까지 시간을 두고 시도해 보라 권한다. 보통 우리는 해야 할 일을 정리한다. 나 역시 매일 아침 오늘 일해야 하는 분량과 처리해야 하는 일을 작은 메모장에 정리하고 일을 하고 나면 하나씩 지워나간다. 하지만 저자는 반대로 하지 않을 일을 정리함으로써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까. 당장 일하는 중간에 SNS 접속하지 않기, 인터넷 서점을 클릭하지 않기 등과 같이 하지 않을 일의 목록을 작성하고 실천해 보려 한다.


이 외에도 멀티태스킹을 하지 말고 여러 단계로 백업을 하고 디지털 달력이나 알림 기능과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일의 80%를 줄이는 팁을 전해준다. 저자는 성실한 완벽주의자라는 착각에서 벗어나 한정된 시간 안에서 남들보다 높은 성과를 내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삶을 소개한다. 매일 늘어나는 일에 치여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비법이라 생각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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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사전 - 대체로 즐겁고 가끔은 지적이며 때로는 유머러스한 사물들의 이야기
홍성윤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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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물에는 이름과 쓰임이 있다. 하지만 주변에는 이름 없이 '그거'라고 불리면 부여된 쓸모를 다하는 사물이 수두룩하다. 지금까지처럼 '이름 좀 모르면 어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왕 쓰는 거 제대로 이름을 알고 나면 삶이 아주 조금은 더 편해지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1번부터 살펴보기 시작했다.



책에 실린 76가지 항목 중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바로 카레를 담는 램프 모양의 그릇이었다. 평소 카레를 즐겨 먹지만 보통 집에서는 한 국자 가득 퍼서 밥 위에 올려 먹는다. 가끔 색다른 기분을 내고 싶을 때 광고에서 보던 카레 그릇이 있었으면 하지만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 똑같은 카레도 저 그릇에 담아놓으면 더 맛있을 것 같은데 도통 이름을 알 수 없었던 궁금증이 이제서야 풀렸다. 저자는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역사를 덧붙여 인도, 영국, 일본, 그리고 한국의 카레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카레 그릇의 이름과 전 세계로 퍼진 카레의 여정까지 함께 보며 새로운 지식을 하나 더 얻어 갈 수 있다. 



소비생활의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지만 가끔씩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살 때면 계산대 컨베이어 벨트에서 앞사람의 물건과 내 물건을 구분하기 위해 삼각형 막대를 사용한다. 사실 한 번도 이 막대의 이름이 무엇인지 궁금해한 적이 없었다. 그냥 있으니깐 사용했을 뿐이지 특별한 이름이 있을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막대는 분명 이름이 있었고 이 책을 통해 세계 최초 셀프서비스 식료 잡화점의 이름도 알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내가 다니던 회사들은 지문 인식 시스템이어서 직장 생활 동안 한 번도 사원증을 목에 걸어본 적이 없었다. 이 책에 따르면 드라마에서나 봤던 사원증을 거는 '그거'의 정확한 우리말은 없다고 한다. 그거의 이름은 1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군대에서 무기를 고정하기 위해 사용했던 것으로 누군가에게는 피곤한 삶의 상징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로망이 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그거의 이름을 몰라도 사는 데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새롭게 알게 된 '그거'의 이름과 관련한 이야기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며 읽는 재미를 안겨 주었다. 아주 사소한 이야기지만 역사적 지식까지 함께 배우며 지식과 교양을 동시에 쌓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모든 사물의 이름과 쓸모가 궁금하다면 그거 사전을 펼쳐보자.


그거의 이름

6번: 소스 보트 / 그레이비 보트

53번: 체크아웃 디바이더 / 그로서리 디바이더 / 컨베니어 벨트 디바이더 / 상품분리바, 계산대 상품분리바

74번: 랜야드 / 사원증 목걸이, 명찰줄 / (군사용어) 피탈방지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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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예술의 미래를 묻다 -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예술과 가능성 서울대학교미술관×시공아트 현대 미술 ing 시리즈 2
장병탁 외 지음 / 시공아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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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은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어제보다 편한 오늘을 살아가고 미래를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예술의 영역에 들어서면 생각이 달라진다. 인간만의 영역이라 여겼던 창작을 인공지능이 대체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책은 인공지능 분야와 예술 분야의 전문가들의 관점을 통해 생성형 인공지능의 장단점을 보여준다.


저자들은 총 8장에 걸쳐 예술과 기술, 창작과 인공지능, 인공지능 시대의 예술 등 생성형 인공지능과 예술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즉 생성형 AI가 창작의 주체로 등장하면서 예술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를 들려준다. 현재 예술가들은 인공지능을 통해 실재하지 않는 것들을 실재하는 것처럼 만들고 간단한 명령어만으로도 모든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서로 다른 분야의 경계를 허물고 예술의 가능성을 무한대로 확장시킨다. 다만 예술이 추구하는 창의성에는 도달할 수 없다. 인공지능은 기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여 작품을 생성한다. 데이터의 종류와 양에 따라 생성된 결과물 또한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예술 작품을 온전하게 예술로 인정하는 건 논란의 여지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니라 생성형 AI가 만들어 낸 결과물을 예술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간의 일자리가 점점 사라지는 현실에서 예술의 영역마저 인공지능이 차지하게 된다면 너무 슬프지 않을까. 더 이상 인간의 쓸모를 찾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마저 생겨난다. 생성형 AI 시대에 기술 발전에 따른 쟁점을 살펴보고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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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
하라다 마하 지음, 송현정 옮김 / 빈페이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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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감동적이다. 섬세한 감성의 작가 하라다 마하는 실제로도 방랑가로 유명한 데 그녀의 경험이 자연스레 녹아든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는 마음이 따뜻한 주인공 오카에리를 등장시켜 잔잔한 위로의 말을 건넨다.


한물간 퇴역 아이돌 출신 연예인 오카 에리카는 ‘오카에리(おかえり: 다녀왔습니다)’라는 별명으로 TV 여행 프로그램에서 활동하고 있다. 방송에서 광고주의 이름을 잘못 말하는 바람에 유일하게 출연 중이던 TV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되고, 성공해서 돌아가겠다고 한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소속사 식구들을 위해 일을 찾고자 고군분투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에서 잃어버린 가방과 함께 여행을 대신해 달라는 의뢰가 찾아온다. 에리카는 특유의 밝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의뢰를 수락하게 되고 누군가를 위한 대리 여행이 시작되는 데...


6년 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도 좋았지만 개정판으로 다시 만난 오카에리는 여전히 위로와 치유의 감성을 전해준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매년 2~3차례 여행을 다녀오곤 했었는데 팬데믹과 엄마의 투병 생활이 시작되면서 여행을 전혀 갈 수 없게 되었다. 그 때문인지 이전에 읽었을 때보다 오카에리의 여행에 더욱 집중하며 공감할 수 있었다.


4월에 산속에 내리는 함박눈, 파란 하늘 아래 활짝 핀 분홍색 벚꽃 등 작가의 섬세한 묘사는 실제 화면으로 에리카의 여행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작가는 세상에 상처받고 사람에게 다친 마음이 함께 울고 웃으며 서서히 치유되는 과정을 따스하게 펼쳐낸다. 끈기와 근성으로 버틴 주인공 에리카와 그녀를 위해 함께 애써주는 사람들의 모습마저도 훈훈하다. 아날로그적 감성이 물씬 풍겨나는 기분 좋은 감동 소설이다.

오늘도 소소하게 소소 여행 어떠셨나요? 여행은 정말 참 신기한 것 같아요. 여행에서는 다양한 걸 발견하기도 하고 누군가와 새롭게 만나기도 하지요. 떠나보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라요. 그러니까 여러분도 일단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마음을 세탁하고 잠시 쉬어가는 거예요.

P. 104 

여행을 의뢰한 분들의 사연은 각양각색입니다. 그렇지만 심각하게 고민하는 여행을 원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환한 웃음을, 반짝반짝 빛나는 추억을.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모두 바로 이걸 원합니다.

P.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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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화감각 - 이상하고 가끔 아름다운 세계에 관하여
미시나 데루오키 지음, 이건우 옮김 / 푸른숲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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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잡화일까 책일까. 누군가에게는 오브제가 될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공감할 수 있는 멋진 책일 것이다. 잡화로 가득한 책상에 앉아 갖고 싶다는 욕망이 오로지 내 안에서 생겨난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으며 도쿄 잡화 주인의 이야기에 집중해 본다.


도쿄 니시오기부코에 잡화점 FALL을 개점하고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잡화의 쓸모에 대해 고민하며 '잡화란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잡화라는 키워드를 통해 현대 소비의 흐름을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느 가을 날 다이칸야마의 골목을 걸으며 만났던 잡화점들이었다. 한창 여행을 다니던 시기에 목적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걷는 것을 좋아하던 시절에 무수한 잡화점을 거쳤다. 단 한 번도 이곳들을 그냥 지나친 적이 없었다. 신기해서 예뻐서 독특해서 이국적이라는 수많은 핑계를 안고 보이는 족족 잡화점에 들어갔다. 


그렇게 형성된 나의 소소한 소비 성향은 경험이 더해져 '나'라는 사람에 대한 틀을 만들었다. 내 지인들은 어떤 물건을 보거나 책을 보면 '나'를 떠올린다고 한다. 나를 둘러싼 잡화는 나를 대신하게 되었다.


작가와 비슷한 연배라 그럴까. 사는 곳은 달라지만 이야기의 많은 부분에 공감대가 형성할 수 있었다. 알게 모르게 반가웠고 소비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지만 가끔은 아름다운 잡화 세계는 추억과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언젠가 다시 여행을 다니는 날이 온다면 도쿄의 잡화점 FALL에 가장 먼저 가보고 싶다. 

이 세상에 잡화점 주인이 잡화를 소개하는 책은 썩어 문드러질 만큼 많지만 메타잡화론을 말하고자 하는 사람을 잘 모르는 이유는 모두 자신이 믿는 잡화를 파는 데 필사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나를 포함한 모두가 잡화 따위를 완전히 믿지 못하고, 잡화 전체에 관해 이야기하는 의미를 이끌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p. 92

레고는 알려준다. 우리가 어렸을 때 별생각 없이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풍경이 긴 세월에 걸쳐 비바람을 견디는 방이 되고, 푸른 초원이 되고, 오두막이 되고, 2층집이 되고, 끝내 마을이 되고 그 사람 자신이 되어간다는 사실을. 그리고 아이들은 언젠가 만나고 또 언젠가는 헤어진다는 사실도.

p.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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