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잡화일까 책일까. 누군가에게는 오브제가 될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공감할 수 있는 멋진 책일 것이다. 잡화로 가득한 책상에 앉아 갖고 싶다는 욕망이 오로지 내 안에서 생겨난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으며 도쿄 잡화 주인의 이야기에 집중해 본다.
도쿄 니시오기부코에 잡화점 FALL을 개점하고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잡화의 쓸모에 대해 고민하며 '잡화란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잡화라는 키워드를 통해 현대 소비의 흐름을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느 가을 날 다이칸야마의 골목을 걸으며 만났던 잡화점들이었다. 한창 여행을 다니던 시기에 목적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걷는 것을 좋아하던 시절에 무수한 잡화점을 거쳤다. 단 한 번도 이곳들을 그냥 지나친 적이 없었다. 신기해서 예뻐서 독특해서 이국적이라는 수많은 핑계를 안고 보이는 족족 잡화점에 들어갔다.
그렇게 형성된 나의 소소한 소비 성향은 경험이 더해져 '나'라는 사람에 대한 틀을 만들었다. 내 지인들은 어떤 물건을 보거나 책을 보면 '나'를 떠올린다고 한다. 나를 둘러싼 잡화는 나를 대신하게 되었다.
작가와 비슷한 연배라 그럴까. 사는 곳은 달라지만 이야기의 많은 부분에 공감대가 형성할 수 있었다. 알게 모르게 반가웠고 소비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지만 가끔은 아름다운 잡화 세계는 추억과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언젠가 다시 여행을 다니는 날이 온다면 도쿄의 잡화점 FALL에 가장 먼저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