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
하라다 마하 지음, 송현정 옮김 / 빈페이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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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감동적이다. 섬세한 감성의 작가 하라다 마하는 실제로도 방랑가로 유명한 데 그녀의 경험이 자연스레 녹아든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는 마음이 따뜻한 주인공 오카에리를 등장시켜 잔잔한 위로의 말을 건넨다.


한물간 퇴역 아이돌 출신 연예인 오카 에리카는 ‘오카에리(おかえり: 다녀왔습니다)’라는 별명으로 TV 여행 프로그램에서 활동하고 있다. 방송에서 광고주의 이름을 잘못 말하는 바람에 유일하게 출연 중이던 TV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되고, 성공해서 돌아가겠다고 한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소속사 식구들을 위해 일을 찾고자 고군분투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에서 잃어버린 가방과 함께 여행을 대신해 달라는 의뢰가 찾아온다. 에리카는 특유의 밝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의뢰를 수락하게 되고 누군가를 위한 대리 여행이 시작되는 데...


6년 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도 좋았지만 개정판으로 다시 만난 오카에리는 여전히 위로와 치유의 감성을 전해준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매년 2~3차례 여행을 다녀오곤 했었는데 팬데믹과 엄마의 투병 생활이 시작되면서 여행을 전혀 갈 수 없게 되었다. 그 때문인지 이전에 읽었을 때보다 오카에리의 여행에 더욱 집중하며 공감할 수 있었다.


4월에 산속에 내리는 함박눈, 파란 하늘 아래 활짝 핀 분홍색 벚꽃 등 작가의 섬세한 묘사는 실제 화면으로 에리카의 여행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작가는 세상에 상처받고 사람에게 다친 마음이 함께 울고 웃으며 서서히 치유되는 과정을 따스하게 펼쳐낸다. 끈기와 근성으로 버틴 주인공 에리카와 그녀를 위해 함께 애써주는 사람들의 모습마저도 훈훈하다. 아날로그적 감성이 물씬 풍겨나는 기분 좋은 감동 소설이다.

오늘도 소소하게 소소 여행 어떠셨나요? 여행은 정말 참 신기한 것 같아요. 여행에서는 다양한 걸 발견하기도 하고 누군가와 새롭게 만나기도 하지요. 떠나보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라요. 그러니까 여러분도 일단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마음을 세탁하고 잠시 쉬어가는 거예요.

P. 104 

여행을 의뢰한 분들의 사연은 각양각색입니다. 그렇지만 심각하게 고민하는 여행을 원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환한 웃음을, 반짝반짝 빛나는 추억을.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모두 바로 이걸 원합니다.

P.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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