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사전 - 대체로 즐겁고 가끔은 지적이며 때로는 유머러스한 사물들의 이야기
홍성윤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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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물에는 이름과 쓰임이 있다. 하지만 주변에는 이름 없이 '그거'라고 불리면 부여된 쓸모를 다하는 사물이 수두룩하다. 지금까지처럼 '이름 좀 모르면 어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왕 쓰는 거 제대로 이름을 알고 나면 삶이 아주 조금은 더 편해지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1번부터 살펴보기 시작했다.



책에 실린 76가지 항목 중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바로 카레를 담는 램프 모양의 그릇이었다. 평소 카레를 즐겨 먹지만 보통 집에서는 한 국자 가득 퍼서 밥 위에 올려 먹는다. 가끔 색다른 기분을 내고 싶을 때 광고에서 보던 카레 그릇이 있었으면 하지만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 똑같은 카레도 저 그릇에 담아놓으면 더 맛있을 것 같은데 도통 이름을 알 수 없었던 궁금증이 이제서야 풀렸다. 저자는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역사를 덧붙여 인도, 영국, 일본, 그리고 한국의 카레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카레 그릇의 이름과 전 세계로 퍼진 카레의 여정까지 함께 보며 새로운 지식을 하나 더 얻어 갈 수 있다. 



소비생활의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지만 가끔씩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살 때면 계산대 컨베이어 벨트에서 앞사람의 물건과 내 물건을 구분하기 위해 삼각형 막대를 사용한다. 사실 한 번도 이 막대의 이름이 무엇인지 궁금해한 적이 없었다. 그냥 있으니깐 사용했을 뿐이지 특별한 이름이 있을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막대는 분명 이름이 있었고 이 책을 통해 세계 최초 셀프서비스 식료 잡화점의 이름도 알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내가 다니던 회사들은 지문 인식 시스템이어서 직장 생활 동안 한 번도 사원증을 목에 걸어본 적이 없었다. 이 책에 따르면 드라마에서나 봤던 사원증을 거는 '그거'의 정확한 우리말은 없다고 한다. 그거의 이름은 1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군대에서 무기를 고정하기 위해 사용했던 것으로 누군가에게는 피곤한 삶의 상징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로망이 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그거의 이름을 몰라도 사는 데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새롭게 알게 된 '그거'의 이름과 관련한 이야기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며 읽는 재미를 안겨 주었다. 아주 사소한 이야기지만 역사적 지식까지 함께 배우며 지식과 교양을 동시에 쌓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모든 사물의 이름과 쓸모가 궁금하다면 그거 사전을 펼쳐보자.


그거의 이름

6번: 소스 보트 / 그레이비 보트

53번: 체크아웃 디바이더 / 그로서리 디바이더 / 컨베니어 벨트 디바이더 / 상품분리바, 계산대 상품분리바

74번: 랜야드 / 사원증 목걸이, 명찰줄 / (군사용어) 피탈방지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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