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민카 식당에 눈이 내리면
조수필 지음 / 마음연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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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순간을 살아갈 뿐이다.

p. 144

이국적인 도시 프라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잔잔한 치유와 위로의 이야기이다.

겨울 프라하의 풍경이 그려지면서 각자의 이유로 한국을 떠난 

4명의 청춘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내 버킷 리스트에 담긴 도시 중 하나인 프라하. 
그곳에 한식당이 문을 열었다. 
해국이 오픈한 한식당 '마민카'에서 만나게 된 수빈, 지호, 단비, 그리고 해국이 

보여주는 일상의 이야기는 사람을 위로하는 건 결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겨울을 닮은 표지부터 이 작은 책은 마음에 평온함을 안겨 준다. 

자극적인 사건이나 사고 없이 평범하게 흘러가는 일상을 바라보며 

정신없던 연초의 마음이 한결 차분해지는 걸 느낀다. 

프라하라는 낯선 땅에서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이들은 서로가 가진 슬픔을 

하나씩 꺼내 보이고 서로에게 다정한 손을 내민다.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내 청춘의 시절 또한 떠올릴 수 있었다.  

오랜만에 잔잔한 단편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기분이 든다. 

흑백으로 시작하여 점점 다채로운 색을 보여주는 듯한 소설이 참 좋다.


“밤의 성질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거잖아. 어둡고 차가운 거. 캄캄하고 시린 거. 억지로 빛을 들이대서 밝힌다는 게... 그게 다 인간들이 좋자고, 편하자고 그러는 건데 밤의 정령도 그걸 원할까 해서.”
p. 41
.

낯선 이와 단둘이 길을 걷다 보면 새삼스레 알게 된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한다는 게, 적정하게 보폭을 맞추면서 서로의 말소리에 집중한다는 게, 얼마나 까다롭고도 유의미한 일인지를 깨닫는다. 
P.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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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컬렉터 - 집과 예술, 소통하는 아트 컬렉션
김지은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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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드디어 인생의 목표였던 뉴욕에 도착했다. 롱아일랜드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에서 일주일간의 학회가 끝나자 기차를 타고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터미널을 나와 눈앞에 펼쳐진 노란 택시들의 행렬과 TV에서만 보던 도시의 풍경을 직접 마주했을 때 느꼈던 설렘과 흥분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이 책을 펼쳤을 때 그때와 비슷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MBC 아나운서이자 이 책의 저자인 김지은 아나운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고립감과 우울감에서 벗어나고 세계 각지에 있는 친구들의 안부를 물으며 각자의 컬렉션을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예술로 연결하기'라는 프로젝트는 일상 속 예술의 가치와 영향력을 보여준다. 즉, 우리가 사랑하는 작품들이 던지는 질문과 우리가 받은 위안을 공유하며 힘든 시기를 견딜 수 있도록 도와준다.



​총 21명의 컬렉터가 각자의 컬렉터를 공유하며 보낸 수많은 이미지는 김지은 아나운서의 깊이 있는 설명이 더해져 현대미술이 세상에 끼친 영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었던지라 이 책이 무척이나 반가우면서도 고마웠다.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사진부터 훑어봤다. 다양한 컬렉터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행복해지고 마음에 기쁨이 충만했다. 낯선 작가들의 작품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컬렉터들의 집과 그 안에 담긴 작품을 보는 시간은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시선을 한층 더 넓혀주었다.



​현대미술은 난해하고 어렵다는 편견이 있지만 저자는 '지금 친구네 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보이는 벽에 걸린 그림이나 커피 테이블 위의 조각이 곧 현대미술'이라고 말한다. 현재를 담고 있는 예술이 곧 현대미술이며 컬렉팅을 통해 하나의 세계를 자신의 안으로 들여옴으로써 각자의 세계를 성장시키고 확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다. 2년 전 아트페어에서 처음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을 샀을 때 알 수 없는 뿌듯함을 느끼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자극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의 경험은 현대미술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사실 컬렉팅이라고 하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했기에 이전까지 그림을 산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좋아하는 작품을 소유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덕분에 조각 투자로 소유권을 가진 작품도 여럿이고 컬렉팅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금전적 가치를 넘어 경험을 확장한다는 의미에서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컬렉터들의 삶은 큰 자극이 되었다. 현대미술에 대한 시각을 한층 더 확장시켜주고 컬렉팅의 재미를 알 수 있게 해 준 멋진 책이다. 

아트 디렉터로서 25년을 살다 보니 나와 인연을 맺은 작품을 평생 곁에 두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투자라는 개념은 머릿속에 아예 없고요. 그러다 보니 작품이 스스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낼 때까지 참을성 있게 지켜보다가 이때다 싶을 때 설치를 하는 편입니다.
P. 331

.

나는 처음부터 돈이 되든 안 되든, 남들이 걸작이라 부르든 말든 오직 내가 좋아하는 작품만을 모아왔어. 딱 한 가지, ‘첫눈에 반함’이라는 원칙만 지켜왔고 후회는 없어. 관심이 생기면 공부했고 스스로 터득했어. 마침 미술시장이 호황이었고 결국은 아주 좋은 투자가 되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컬렉팅의 제1조건은 나의 직관이야.
P. 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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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었어도 외로움에 익숙해지진 않아 - 휘둘리지도 상처받지도 않으며 깊고 단단한 관계를 만드는 법
마리사 프랑코 지음, 이종민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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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사귄다는 건
또 하나의 인생을 갖는 것이다
p.6


삶의 위기가 찾아오거나 흔들리는 순간, 가족에게도 차마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마음껏 털어놓은 적이 있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은 가장 가까이 있다 여겼기 때문인지 내 속에 숨겨 두었던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런 친구들이 있기에 지금까지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이러한 우정을 강조한다. 사실 어른이 되어 친구를 사귄다는 건 어린 시절의 경험과는 다르다. 훨씬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생각만큼 쉽지 않다. 지금까지의 관계 맺기를 돌아보고 어른의 우정 쌓기를 통해 삶을 의미 있게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 보았다. 이 책에서는 힘겨운 삶을 지탱해 주는 건 로맨스가 아니라 우정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각자의 인생에 든든한 벗을 찾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또한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는 법부터 깊은 우정을 주고받는 법까지 친구 사귐의 기술을 이야기한다. 


우정은 가장 진실하고 친절하며 풍요로운 자아를 발견하는 수단이다. 우정은 타인과 연결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가르쳐 주는, 관계에 관한 현장 수업이다. 우정은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또 다른 우정을 맞을 준비를 갖추게 해준다.
p. 60


지금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은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이다. 회사 생활을 하며 만났거나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며 만나게 된 친구들이라 그런지 유독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서로의 상황을 알고 있고 같은 취향으로 인해 비슷한 점이 많이 있기 때문인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바로 어제 만난 친구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 온전히 내 편이 되어 줄 이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용기가 생긴다.


심리학 박사인 저자는 삶을 확장하고 영혼의 성장을 위해 우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이 책의 3장에서는 휘둘리지도 상처받지도 않으면서 더 깊은 관계를 맺게 도와주는 6가지 우정 공식을 소개한다. 내가 가장 주의 깊게 읽은 부분도 '주도성을 발휘하여 낯선 사람을 친구로 만드는 법'이다. 


여기 간단하지만 때로는 놀라운 진리가 있다. 어른이 돼 친구를 사귀려면 주도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먼저 마음을 열고 노력해야 한다. 이는 몇 번이고 거듭해서 다가가는 과정이다.
p. 107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구체적이면서도 실천 가능한 것들이다. 예를 들면 먼저 다가가서 인사를 건네고 회사에서 동료에게 커피 한잔하자고 제안하고 관심 있는 강습에 등록하는 등 끊임없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환경에 스스로를 노출시킨다. 이러한 작은 행동은 주도적으로 관계를 맺으려는 노력의 시작이 된다. 이 밖에도 관계를 단단하게 다지고 진짜 친구를 가리는 방법을 배우고 갈등을 해결하고 깊은 우정을 주고받는 방법까지 터득할 수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속마음을 털어좋을 수 있는 친구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 자신한다. 나 역시 내 친구들에게 그런 존재였으면 좋겠다. 그저 옆에 있기만 해도 힘이 되어 주는 그런 관계를 오래도록 지속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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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전해 준 것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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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렇게 아는 게 많아요?”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는 나무에게 물었다.
나무는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이테가 있거든.”
“나이테?”
“그래. 우리 나무는 내내 같은 곳에서 살아. 언제나 보고 있어.
그걸 잊지 않고 기억해 두는 게 우리 역할이란다”.
“굉장한데요. 난 금세 잊어 버리는데.”
“하지만 그 대신 너희한테는 날개가 있지.
생명체는 모두 주어진 역할이 있어.
그걸 완수하는 게 인생인 거다.” 
P. 82



힐링 소설의 대가 오가와 이토가 마음 따뜻한 어른 동화를 선보였다. 할머니와 소녀의 돌봄 속에서 태어난 작은 왕관앵무새가 주인공이며 '새에게는 날개가, 나무에게는 나이테가 있듯이 생명체에게는 주어진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완수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주제 아래 세상에 희망을 전하는 다정한 날개가 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얇고 작은 힐링 소설은 잔잔하면서도 따스한 감동을 안겨 준다. 주인공인 왕관앵무새 '리본'은 처음으로 말이 통하는 회색앵무 '야에' 씨를 만나 새의 삶을 배우게 된다.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 새라는 사실을 처음 자각하면서 세상을 마주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은 우리 각자가 세상을 대하는 모습과도 닮았다. 만남과 이별을 경험하면서 이어지는 여정을 통해 '리본'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배우게 된다. 누군가의 희망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새의 사명이다. 저자는 왕관앵무새에 빗대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역할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삶이 괴롭고 고단할지라도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분명 있다는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본다. 해가 바뀌어도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오늘을 숨 가쁘게 보낸다. 그런 이들에게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는 위로와 함께 잠시나마 따스한 온정을 느낄 수 있는 이 책을 주고 싶다. 


“다정한 날개의 주인이 되렴.”
그게 야에 씨가 내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다정한 날개요?”
나는 되물었다.
“그래, 다정한 날개.
새는 평화를 가져오는 사자니까.”
“사자가 뭐예요?”
“심부름꾼이란 뜻이야.
네 날개를 행복을 위해 쓰는 거야.
그게 새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사명이란다.”
P.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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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
배리 로페즈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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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최고의 자연 작가라는 찬사를 받는 배리 로페즈의 마지막 에세이 모음집이다. 자연의 경이로운 풍광을 담고 있을 거라 생각하며 읽다 보면 고통스러운 그의 과거를 마주하게 된다. 너무나도 담담하게 써 내려간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읽으며 타인의 고통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배리 로페즈이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그의 글을 접하게 되었다. 리베카 솔닛의 서문으로 시작한 이 책은 세상을 관찰하는 작가의 지혜를 담고 있다. 그의 글은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읽을수록 더 좋은 것 같다. 수많은 자연을 오고 가며 글을 매개체로 사용하여 인간과 자연이 교감할 수 있는 실천을 진지하게 고민한다.


​특히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 상처를 고백한 부분은 큰 충격이었다. 그는 '성적 학대를 겪은 사람과 그런 사람을 사랑하는 누군가와 연대하기 위해'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을 끄집어 냈다고 말하며 그가 유일하게 기대 쉴 수 있었던 자연의 역할을 보여준다. 작가에게 자연의 품이 얼마나 소중하고 따스했을지 상상해 본다.


​회고록이면서 동시에 자연에 대한 사랑을 보고한 이 책을 읽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본다. 또한 기후위기에 대한 걱정이 커가는 지금, 자연을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고민해 본다. 작가가 남긴 서정적인 메시지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다시 한번 떠올리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이유를 알려준다. 자연과 타인을 향상 친밀감 속에서 본질적인 행복을 느끼고 떠올릴 수 있는 아름다운 책이다.

이 무덤덤하고 한갓진 장소에 있는 것이 행복하다. 이 장소와 대화하면서 나는 다시금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간다. 이 장소가 가진 본성은 내가 온전히 알아내기에 너무나 복잡해서, 나는 끊임없이 밀려드는 미스터리에 허우적댄다. 이 장소와의 친밀감, 통합과 수용이 주는 위로를 원한다면, 내가 가야 할 길은 오직 참여-참여함으로써 그것으로부터 배우는 것-뿐이다.
P. 137 


권력을 쥐는 것보다 사랑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멸종과 인종 청소와 해수면 상승의 시대에 순응하기보다 윌슨의 생명 사랑을 일상의 대화로 가져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절망 속에서 죽기보다 앞에 놓인 가능성을 위해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P.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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