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컬렉터 - 집과 예술, 소통하는 아트 컬렉션
김지은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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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드디어 인생의 목표였던 뉴욕에 도착했다. 롱아일랜드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에서 일주일간의 학회가 끝나자 기차를 타고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터미널을 나와 눈앞에 펼쳐진 노란 택시들의 행렬과 TV에서만 보던 도시의 풍경을 직접 마주했을 때 느꼈던 설렘과 흥분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이 책을 펼쳤을 때 그때와 비슷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MBC 아나운서이자 이 책의 저자인 김지은 아나운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고립감과 우울감에서 벗어나고 세계 각지에 있는 친구들의 안부를 물으며 각자의 컬렉션을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예술로 연결하기'라는 프로젝트는 일상 속 예술의 가치와 영향력을 보여준다. 즉, 우리가 사랑하는 작품들이 던지는 질문과 우리가 받은 위안을 공유하며 힘든 시기를 견딜 수 있도록 도와준다.



​총 21명의 컬렉터가 각자의 컬렉터를 공유하며 보낸 수많은 이미지는 김지은 아나운서의 깊이 있는 설명이 더해져 현대미술이 세상에 끼친 영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었던지라 이 책이 무척이나 반가우면서도 고마웠다.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사진부터 훑어봤다. 다양한 컬렉터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행복해지고 마음에 기쁨이 충만했다. 낯선 작가들의 작품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컬렉터들의 집과 그 안에 담긴 작품을 보는 시간은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시선을 한층 더 넓혀주었다.



​현대미술은 난해하고 어렵다는 편견이 있지만 저자는 '지금 친구네 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보이는 벽에 걸린 그림이나 커피 테이블 위의 조각이 곧 현대미술'이라고 말한다. 현재를 담고 있는 예술이 곧 현대미술이며 컬렉팅을 통해 하나의 세계를 자신의 안으로 들여옴으로써 각자의 세계를 성장시키고 확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다. 2년 전 아트페어에서 처음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을 샀을 때 알 수 없는 뿌듯함을 느끼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자극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의 경험은 현대미술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사실 컬렉팅이라고 하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했기에 이전까지 그림을 산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좋아하는 작품을 소유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덕분에 조각 투자로 소유권을 가진 작품도 여럿이고 컬렉팅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금전적 가치를 넘어 경험을 확장한다는 의미에서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컬렉터들의 삶은 큰 자극이 되었다. 현대미술에 대한 시각을 한층 더 확장시켜주고 컬렉팅의 재미를 알 수 있게 해 준 멋진 책이다. 

아트 디렉터로서 25년을 살다 보니 나와 인연을 맺은 작품을 평생 곁에 두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투자라는 개념은 머릿속에 아예 없고요. 그러다 보니 작품이 스스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낼 때까지 참을성 있게 지켜보다가 이때다 싶을 때 설치를 하는 편입니다.
P.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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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부터 돈이 되든 안 되든, 남들이 걸작이라 부르든 말든 오직 내가 좋아하는 작품만을 모아왔어. 딱 한 가지, ‘첫눈에 반함’이라는 원칙만 지켜왔고 후회는 없어. 관심이 생기면 공부했고 스스로 터득했어. 마침 미술시장이 호황이었고 결국은 아주 좋은 투자가 되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컬렉팅의 제1조건은 나의 직관이야.
P. 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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