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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전해 준 것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2월
평점 :
“어떻게 그렇게 아는 게 많아요?”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는 나무에게 물었다.
나무는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이테가 있거든.”
“나이테?”
“그래. 우리 나무는 내내 같은 곳에서 살아. 언제나 보고 있어.
그걸 잊지 않고 기억해 두는 게 우리 역할이란다”.
“굉장한데요. 난 금세 잊어 버리는데.”
“하지만 그 대신 너희한테는 날개가 있지.
생명체는 모두 주어진 역할이 있어.
그걸 완수하는 게 인생인 거다.”
P. 82
힐링 소설의 대가 오가와 이토가 마음 따뜻한 어른 동화를 선보였다. 할머니와 소녀의 돌봄 속에서 태어난 작은 왕관앵무새가 주인공이며 '새에게는 날개가, 나무에게는 나이테가 있듯이 생명체에게는 주어진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완수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주제 아래 세상에 희망을 전하는 다정한 날개가 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얇고 작은 힐링 소설은 잔잔하면서도 따스한 감동을 안겨 준다. 주인공인 왕관앵무새 '리본'은 처음으로 말이 통하는 회색앵무 '야에' 씨를 만나 새의 삶을 배우게 된다.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 새라는 사실을 처음 자각하면서 세상을 마주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은 우리 각자가 세상을 대하는 모습과도 닮았다. 만남과 이별을 경험하면서 이어지는 여정을 통해 '리본'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배우게 된다. 누군가의 희망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새의 사명이다. 저자는 왕관앵무새에 빗대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역할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삶이 괴롭고 고단할지라도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분명 있다는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본다. 해가 바뀌어도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오늘을 숨 가쁘게 보낸다. 그런 이들에게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는 위로와 함께 잠시나마 따스한 온정을 느낄 수 있는 이 책을 주고 싶다.
“다정한 날개의 주인이 되렴.”
그게 야에 씨가 내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다정한 날개요?”
나는 되물었다.
“그래, 다정한 날개.
새는 평화를 가져오는 사자니까.”
“사자가 뭐예요?”
“심부름꾼이란 뜻이야.
네 날개를 행복을 위해 쓰는 거야.
그게 새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사명이란다.”
P.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