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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가 위로가 되는 이상한 시대입니다 - 뉴스룸 뒤편에서 전하는 JTBC 작가의 보도 일기
임경빈 지음 / 부키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언론인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한창 혈기왕성한 나이에 무조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시작했던 도전. 비록 그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 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내게 뉴스는 생활이었다.
특히 내 목표는 최고의 앵커들을 배출한 MBC였다. 그렇게 애정을 같고 좋아했던 MBC였지만 언제부턴가 리모콘 버튼 조차 누르지 않은 채널이 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는 소위 종편이라 부르는 JTBC가 차지했다.
종편 개국 초창기, 채널 목록에서 종편 채널을 모조리 지웠었다. 내 행동이 깨어있는 시민인 양 뿌듯해했다. 보수 언론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송국이기에 볼 가치 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9년 동안 공영방송이 제 가치를 못하면서 뉴스에 대한 관심도 멀어지고, 결국 TV에서 뉴스를 보지 않게 되었다. 점점 세상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 내 나라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관심도 없었다. 나 하나 살기도 벅찬 시절이었다. 이런 내가 다시 뉴스를 찾아 보게 된 사건이 있었다. 아직도 그날의 뉴스를 기억한다.
2014년 4월 16일. 여느 날처럼 출근 준비에 한창이었고, 날씨를 확인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뉴스 채널을 켜 놓고 있었다. 화면 밑으로 여객선이 침몰했다는 짤막한 자막을 보았다. 그동안의 선박 사고처럼 생각했지만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는 말에 인명 구조 상황이 궁금하여 출근 후 사무실 컴퓨터를 켰다.
다행히 전원 구조라는 기사나 났다. 우리나라 인명 구조 기술이 대단하구나 하는 감탄을 하며 업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기사는 완전한 오보였고, 나를 포함한 대한민국은 희망이 사라지는 참혹한 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회사에서 일을 하는 중에도 계속 뉴스를 주시했었다. 이 엄청난 사고에 대한 사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뉴스 뿐이었다. 정부의 대처, 구조 상황, 생존자들에 대한 소식.
그리고 그날 저녁부터 내방 TV 뉴스는 JTBC <뉴스룸>에 고정되어 있다.
공영 방송 뉴스에 대한 불신이 컸었기에 '손석희'라는 내가 존경하고 가장 믿을 수 있는 언론인을 선택했던 것이다. 내 선택이 옳았음은 <뉴스룸>의 컨텐츠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16년 10월 24일, JTBC <뉴스룸>은 태블릿 PC 보도를 통해 대한민국이 새로운 세상으로 바뀔 수 있는 불씨를 당겼다.
이 책의 저자는 JTBC <뉴스룸>의 메인 작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매일 저녁 8시에 <뉴스룸>이 방송되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하게 알려준다. 언론인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암울했던 역사의 순간들. 저자는 그 현장에 있었던 생생한 경험과 기억을 이야기해 준다. 본질을 왜곡하지 않는 보도를 위해 최대한 공정심을 유지하려는 언론인의 고민과 선택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하청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는 방송작가의 열악한 현실도 이야기한다. 이러한 슬픈 현실 속에서도 그들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오늘도 뛰어다닌다.
유독 추웠던 지난 겨울, 그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건 JTBC <뉴스룸> 덕분이었다.
드라마나 예능이 아닌 뉴스에서 위로를 받는 지금.
뉴스에서 기분 좋은 기사만 볼 수 있는 세상은 언제쯤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