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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삽질 중 - 열일하는 미생들을 위한 독한 언니의 직장 생활 꿀팁
야마구치 마유 지음, 홍성민 옮김 / 리더스북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6년차. 이제 곧 7년차를 앞두고 있는 나. 한 직장에서 이렇게 오래 다닌 것도 처음이다.
하고 싶었던 일이었기에 기회가 오자마자 바로 이직을 하고
온갖 고난과 역경을 거쳐 이제서야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물론 여전히 일은 많고 책상 위에는 번역해야 하는 서류들이 끝도 없이 쌓여있지만 그래도 평화롭다.
가끔씩 부장이 히스테리를 부리지 않고, 급하게 이메일이 오지 않으면 말이다.
꽤 오래전부터 출근길에 만나는 회사 친구들을 보면 한결같이 같은 말들을 한다.
"아~ 퇴근하고 싶다."
점심 먹고 잠깐 산책하는 중에도 "아~ 이대로 퇴근하고 싶다"
매너리즘에 빠진 내게 필요한 건 뭘까. 이대로 계속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하고 싶었던 일이 어느새 월급을 받기 위한 일로 바뀐건 왜일까.
여러가지 물음이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울린다.
<오늘도 삽질 중>은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인 야마구치 마유는 도쿄대 법학부에 재학하는 중에 사법시험과 국가공무원 제1종 시험에 합격했다. 수석으로 졸업 후 재무성에서 근무를 하고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엄청난 엘리트다.
출발부터 나와 다른 저자의 이야기가 내게 도움이 될까? 첫장부터 영 마뜩찮다.
하지만 읽을수록 저자와 내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직장생활에서 경험한 실수와 고민이 내가 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 경험 속에 읽었던 책들을 소개하고 그 책들에서 얻은 교훈을 소개한 글의 구성도 마음에 들었다.
“생각보다 회사 밖은 춥다”
이보다 더 현실적일 순 없다. 매일이 지루하고 힘겹다고 느껴지지만 섣불리 박차고 나갈 수 없는 내 마음 속 망설임을 단 한 문장으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그녀가 치열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마주하게된 '여성'으로서의 삶 또한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우리나라와 일본 사회가 여러 모로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바로 이런 점이 아닐까.
일과 사랑을 완벽하게 다 해내고 싶지만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그녀의 이야기에 위로를 받는다.
내일도 나는 "삽질"을 하러 간다. 더 이상 내게 삽질은 시간 낭비가 아니다.
내게 이로운 삽질을 하러 간다. 내가 살고 회사가 사는 제대로 된 삽질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