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욕망의 리스트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김도연 옮김 / 레드박스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Delacourt의 소설 [내 욕망의 리스트]를 읽으며 내가 욕망하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했다.

 

한낮 테라스가 넓은 카페에서 만델링 한 잔을 앞에 놓고

이 작은 소설을 읽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가장 욕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작은 여유를 현실화하는 것이

정신없이 시간에 쫓기는 삶에서 얼마나 비현실적인 욕망인지

가끔 느끼기 때문이다.

 

소설의 주인공 조는 로또에 당첨되어 예상치 못한 어마어한 돈을 받는다.

돈 앞에서 자멸하고 싶지 않은

가족과 자신의 앞에 놓인 지금의 작은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가장 강한 욕망 앞에 주저하다

결국 돈과 남편 모두를 잃었다.

 

욕망의 리스트를 매일매일 바꿔가며

이랬으면 좋겠다고 했던 그녀의 생각은

현실이 아닌 두려운 미래 가운데서 방향을 잃었다.

오히려 뒤늦게 비밀을 알아버린 남편의 욕망은

그녀보다 오히려 인간적이었다.

욕망을 현실화하는 것

그것이 인간이라면 두려움과 공포를 이겨내고

한번쯤 해야 하는 일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작가는 인간적인 남편 조슬랭을 오히려 부도덕의 감옥으로 이끌었다.

그가 아내를 배신하고 엄청난 부를 얻어

욕망했던 그 모든 것들을 얻었을 때

마음의 풍족함을 얻은 것이 아니라

가장 소중한 자신과 그가 속해 있던 가족을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뒤늦게 후회해도

되돌릴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그 무엇을 말이다.

 

헛된 욕망을 꿈꾸게 되면

당연히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 세상 사람들의 머릿속에 박혀 있던

윤리의 돌덩이,

그것이 그 어떤 욕망보다 중요하다고

그렇게 남편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윤리의 돌덩이,

하지만 이것은 욕망을 실현하고 싶어하는 인간적 욕구를 짓누르고

더 나은 곳으로 가길 원하는 인간적 삶을 주저앉힌다.

 

만약 세상이 말해주었던 그 많은시련들과 어둠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욕망했던 것들을 하나씩 실현하고자 했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한다.

남편의 욕망은 거세될 지 모르는 아내의 욕망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되었다.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행했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물론 소설의 감흥은 조금 떨어지겠지만

오히려 지금의 결론보다 더 나은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결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남편은 자신의 욕망 때문에 자멸한 것이 아니라

욕망을 참아내던 아내의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얻어진 결과가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싶다.

 

욕망은 채우면 채울수록 비어가는

밑 빠진 독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차라리 채우지 않는다면 나을 것이라고.

그럼에도

인간은 비어있는 것을 채워가며 삶을 살아간다.

욕망하지 않는다면 나아감은 없을 것이며,

그로 인해 숨쉴 이유가 없게 될 것이다.

욕망,

그것은 필연적으로 현실화되어야만 하는 그 무엇은 아니지만

인간을 살아숨쉬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욕망하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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