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에서 살아남기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이수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아르토 파실린나의 새 책이 나왔다.
[저승에서 살아남기]
 

처음 시작은 그답지 않은 전개로부터의 놀람이었다.
지나가던 여자를 힐끔보다가 어의없게 죽어버린 한 남자의 시선.
항상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날카로운 시선을 놓지 않았던 파실린나답지 않다는 서투른 판단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현세나 저승이나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죽음 뒤에 오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도대체 어떤 곳인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도달해서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저승이라는 곳.
신앙인들의 믿음처럼 정말 천당과 지옥이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내가 갈 곳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옥같은데...
그 끔찍한 곳에서 다시 죽을 수 없는 몸 혹은 정신으로 어떻게 버텨나갈 것인가 하는
엄청난 두려움 때문에
죽음이란 결코 내 사유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우겼었다.

 
그런데
[저승에서 살아남기]에 펼쳐진 저승은 그냥 현실세계였다.
다만 사람들을 괴롭히는 숱한 직접적인 짐들을 벗어놓을 수 있는 곳,
하지만 자신이 쌓은 업보 때문에 괴롭기도 행복하기도 한 곳,
그곳이었다.
그리고 파실린나의 저승 속에는 여전히 지속되는 이 세계의 부조리함이 담겨 있었다.
신앙 고백을 하는 교황님으로부터,
절망 때문에 자살을 선택했지만 저승에서조차 절망스러웠던 한 남자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죽음속 삶과 이야기는 여전히 저승은 현세의 연장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파실린나의 시선은 여전히 나를 잡아끌었다.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은 동전의 앞뒷면 같은 것이고,
어찌보면 같은 것인데,
이 세상에서 살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저승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와 같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결국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 물음의 벽에 부딪치게 되는 것,
그것이 [저승에서 살아남기]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내게 남게 된 지독한 물음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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