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비불패 1
문정후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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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림으로 보나 캐릭터로 보나 스토리로 보나 [용비불패]는 좋은 만화다. 특히 탄탄한 스토리 구조는 허풍만 잔뜩 떨다 뒤숭숭하게 끝나버리는 숱한 2류작들과의 결정적인 차이다.(스토리 작가가 따로 있었던 것이 커다란 도움이 되었던 듯하다.) 그에 상응하는 만화팬들의 반응도 열광적이어서 한국 무협만화의 부흥기를 열었다고 칭찬도 자자하다.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고 본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독창성이랄까 한국적 고유성의 부족이다. 주인공 용비의 성격과 개인사(과거와 현재가 뚜렷이 대비되는)는 일본만화들에서 이미 많이 봤던 것들이고, 배경이며 기타 설정들은 하나같이 중국을 무대로 한 무협장르의 전통에서 별로 벗어나있지 않다. 말하자면 '중국+일본'인 셈이다. [바람의 검심]이나 [베가본드]와 비교했을 때 이 작품에 아쉬움을 갖는 가장 큰 이유다.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한국 주인공이 활개를 치는 작가의 차기작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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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죠 1
테츠야 치바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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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한국만화계를 휩쓸었던 것이 [공포의 외인구단]이었던 데 비해 70년대 일본만화계를 휩쓸었던 것은 [내일의 조](본작의 원제)였다고 한다. 야구와 권투라는 조금 떨어져있는 분야를 각각 다루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두 주인공의 캐릭터 상 유사성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만큼 한일 두 나라의 후속 스포츠 만화들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던 문제작인 셈이다. 듣자니 전공투 학생들이 이 만화를 늘 끼고 다니며 조와 자신들을 동일시하곤 했다나? 극좌파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본작을 관통하고 있는 정서가 '극단적'이라는 반증에 다름아닐 것이다. 목탄화 방식으로 거칠고 어둡게 그려진 그림체, 모든 것을 걸고 끝내 부서져가는 주인공, 그리고 '옛날 얘기'임을 재확인시켜주는 주변환경들(지금의 부유한 일본과는 무척 다른)까지, 그야말로 한 시대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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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 ARMY 1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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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pre)-마스터 키튼, 프로토(proto)-마스터 키튼, 마스터 키튼의 예고편 내지 프리뷰 내지 준비운동편...이라고만 언급하고 마는 것은 본작에 대한 지나친 폄하일 것이다. 분명 페이지마다에 한창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는 키튼이 비쳐지긴 하지만, 어쨌든 지금 타석에 들어서있는 선수는 엄연히 다른 사람(용병 출신의 전투 인스트럭터)인 것이다. 머리 속에 [키튼]의 내용이 과도하게 생생히 남아있는 사람만 아니라면 이것은 그 자체로 충분히 즐겁고 흥미로운 작품이다. 에피소드 하나하나의 완성도도 만만치 않다. 단지 다음 타자가 그 유명한 키튼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는 것이지만, 일단 이번 선수가 출루를 해줘야 다음 타자의 홈런도 더욱 빛을 발할 것 아닌가. [키튼]을 아직 읽지 않으신 분, 혹은 재미있게 읽은 후 시간이 적당히 지난 분께 특히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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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리의 추억 - 전9권
강철수 지음 / 애니북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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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한국에도 다양한 대상의 만화가 있었다. 아동만화(꺼벙이나 둘리류), 청소년만화(이현세나 박봉성류), 그리고 성인만화(고우영이나 김삼류). 그중에서도 강철수의 발바리 연작은 딱 20대를 겨냥한 듯한 '청춘만화'의 독보적인 존재였다. 요즘에야 이런 풍의 만화, 소설, 영화들이 부지기수지만, 딱 영화 [싱글즈]를 떠올리게 하는 경쾌함과 코믹함, 야함의 적절한 배합은 당시로서는 흔한 물건이 아니었던 것이다. 단지 딱 영화 [싱글즈]처럼 보고 나서 별로 남는 게 없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그래도 되돌아보는 20대, 되돌아보는 발바리는 여전히 허둥지둥 세상에서 자기 혼자만 바쁘고 자기 혼자만 심각하고 자기 혼자만 불우하고, 그래서 또한번 웃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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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병기 그녀 1
타카하시 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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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는 황당한 설정으로 가득한 S/F물은 많다. 대표적으로 [신세기 에반게리온]같은 경우가 있겠는데, 그럼에도 많은 찬사를 받는 것은 그만큼 다른 무엇이 있어서 보충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만화에도 그런 무엇이 있을까? 그럴려다 말았다는 것이 내 소감이다.

학원물과 S/F를 치세라는 기묘한 주인공을 통해 결합해보려 한 작가의 의도는 알겠지만, 결과는 결합이 아니라 (조화롭지 못한) 뒤범벅이다. 지극히 심각한 상황전개의 중간마다 불쑥불쑥 끼어드는 중학생 수준 유머, 그리고는 이어지는 진한 러브씬, 다시 대살육... 장면장면이 다 따로 노는 것 같다. 잡소리도 지나치게 많아서 말풍선 안의 대사, 밖의 대사, 옆의 의성어가 뒤죽박죽되다보니 스토리 이해에 방해가 될 정도다.

그 와중에 주제며 스토리도 위태로움을 면할 수 없다. 청소년들이 방황한다...는 정도만이 파악될 뿐 뭘 말하려는 건지,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쁘다는 건지 정리가 안될 뿐 아니라 대체 치세가 어쩌다, 왜,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또한 오리무중이다. 그 반작용으로 치세와 레이([에바]의 주인공)의 유사성은 갈수록 선명해져만 가고. 이것저것 많이도 가져와 열심히 짜깁기한 것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기운 흔적이 너무 확연하다는 것이다. 여러 모로 되다 만 듯이 미숙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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