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철군화 - 한울사회문학시리즈 1
잭 런던 지음, 차미례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1989년 7월
평점 :
절판
미국영화 중에 [레즈]라는 것이 있었다. 지금은 사회주의자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드문 나라가 미국이지만, 20세기 초까지는 유럽이나 남미 못지 않게 좌익 운동이 왕성한 나라였다는 '원스 어폰 어 타임'식 도입부로 시작되는 영화였다. 주제며 소재 양면에서 영화 [레즈]를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 이 작품 <강철 군화>다. 89년에 국내에 발간된 이후 한동안 열혈 좌익청년들의 심장을 뒤흔들었던, 그러나 이제는 어느덧 잊혀진 작품이 되었다. '그런 시절'이 미국에 있었고, 그리고 한국에도 있었다.
그리고 해산(해체라기보다는)과 소비의 90년대가 지나 21세기. 노사모가 나오고, 붉은 악마('Be the 레즈!')가 나오고, 안티조선이, 반미가 나오는 새로운 시대가 한국에는 다시 도래했다. 미국은 어떨까? 아직 반전운동 정도의 소박한 움직임조차 소수파에 그치고 있을 뿐인, 자본주의의 온갖 못보일 꼴은 다 보이고 있는 나라, 미국. 그 나라에서 불과 100년도 안되는 과거에 이런 소설, 이런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그들 자신은 기억하고 있을까?
이 소설은 1908년에 나왔으면서도 실제로는 약 10년 후를 예견하고 있는 내용이다.(그 비극적 예견은 이후 처절하리만치 들어맞는다.) 긴박한 극적 재미에 더해 이러한 통찰력까지 겸비한 덕에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전세계적으로 수백만부가 팔려나간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한 가지 더. 이 소설은 서기 27세기, 전세계의 사회주의화가 실현된 이후 뒤늦게 발굴된 '먼옛날 투쟁과 탄압과 패배의 기록' 형식으로 되어있다. 잭 런던은 정말로 수세기가 필요하다고 보았던 것일까? 그리고 그의 비극적 통찰력은 이 경우에도 들어맞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