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연표
YMS세계역사연구회 엮음 / 역민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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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역사 연표책이 여러 가지 나와있지만, 여러해 전만 해도 이것밖에 없었다. B5 크기에 채 100쪽이 되지 않는 얇은 책이지만 그 실용성은 상당하다. 글씨가 무척 작아서 담겨진 분량은 페이지수의 2배 가량으로 추정해야 맞을 것이다. 역사 연구자들이야 이보다 몇 배는 두껍고 상세한 연표가 필수적이겠지만 참고지식 정도로 역사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는 이 정도가 오히려 딱 적절한 분량이 될지도 모르겠다. 가로로 긴 편집에 왼쪽 페이지는 서양사, 오른쪽 페이지는 동양사가 배치되어 있어서 대조해보기에 좋다. 최대의 단점이라면 1984년에 초판이 나온 '옛날 책'인지라 담긴 내용도 1982년까지만이라는 것이다. 20세기말의 세계사적 격변과 우리에게 특히 중요할 최근 20여년의 한국사가 고스란히 빠져있는 셈이다. 2002년 5월 개정판 발간예정이라고 되어있는데 2003년 1월 현재까지 발간이 안되고 있다. 하루빨리 개정판이 간행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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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문학으로서의 삶 책세상총서 10
알렉산더 네하마스 / 책세상 / 199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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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반인들에게는 그저 광기의 철학자로, 생철학이라는 주장을 부르짖은 인물로 알려져있는 정도인 니체 사상의 핵심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있는 개론적 연구서로 유명한 책이다. '개론적 연구서'라는 모호한 표현은 이 책 자체의 특징에서 기인한다. 출발점이라 할 기존 철학들에 대한 태도에서부터 인간관/도덕관까지를 개괄하는 소개서의 형태를 띄고 있으면서도 결코 겉핥기 식은 아니다. 자신과 다른 해석들도 열심히 소개 및 논박하고 있다. 원전으로부터의 인용도 꽤 풍부하다. 난이도도 일반인에게는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이런 문제가 있다. 니체의 사상 자체가 철저히 기존의 형이상학적 전통에 대한 안티테제로 출발하여 (내가 보기에는) 안티테제로 끝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유럽철학 전반에 대한 선이해가 없이는 도대체 둘중 누가 옳은지를 판별할 도리가 없다. 그저 니체의 얘기만 듣고 있다 보면 이전의 철학자들은 모조리 소탕해야 할 대상일 뿐으로 생각하기 딱 좋다. 과연 그런지 알아보기 위해 기존의 유럽철학 전반을 개괄한다는 것은 그러나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닌 것이다.

좌우간 니체가 어떤 주장을 했는지, 왜 했는지, 그 의의가 무엇인지를 이 그리스 출신 연구가는 상당히 정연하게 교통정리해주고 있다. 읽다 보면 20세기 후반의 포스트주의자들이 내놓았던 주장 대다수가 그 기본정신에 있어서는 니체를 따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니체의 현대적인 적용이라고 해야 할지, 과연 철학적 바탕에 있어서 니체로부터 빚지지 않은 게 뭐가 있는지 의아해질 정도다. 결국 포스트주의자에게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반포스트주의자에게조차 니체는 필수적인 통과의례 대상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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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 -상
시로 마사무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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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판, 즉 원작 <공각기동대>를 두고 결코 별볼일 없는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애니판과 비교해보자면, 특히 당신이 애니판의 그 신산한 분위기와 두통을 수반하는 진중함을 미덕으로 여긴다면, 만화판은 아마도 기대만 못할 것이다.(상대치로 봐서 그렇다는 얘기다. 절대치로는 뭐 괜찮다.) 가장 큰 차이는 만화판이 여느 일본만화같은 통속성을 군데군데 삽입해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군데군데'가 결정적으로 분위기를 바꾼다, 혹은 잡친다. 여주인공의 섹시함 강조하기, 실없는 개그 치기, 마구 심각해지다가 지나치다 싶으면 슬그머니 관두기 등. 애니판의 팬이라면 도저히 한번 집어들지 않을 수 없겠지만, 큰 기대는 안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아니면 다른 쪽으로 기대를 하시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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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군화 - 한울사회문학시리즈 1
잭 런던 지음, 차미례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198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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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 중에 [레즈]라는 것이 있었다. 지금은 사회주의자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드문 나라가 미국이지만, 20세기 초까지는 유럽이나 남미 못지 않게 좌익 운동이 왕성한 나라였다는 '원스 어폰 어 타임'식 도입부로 시작되는 영화였다. 주제며 소재 양면에서 영화 [레즈]를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 이 작품 <강철 군화>다. 89년에 국내에 발간된 이후 한동안 열혈 좌익청년들의 심장을 뒤흔들었던, 그러나 이제는 어느덧 잊혀진 작품이 되었다. '그런 시절'이 미국에 있었고, 그리고 한국에도 있었다.

그리고 해산(해체라기보다는)과 소비의 90년대가 지나 21세기. 노사모가 나오고, 붉은 악마('Be the 레즈!')가 나오고, 안티조선이, 반미가 나오는 새로운 시대가 한국에는 다시 도래했다. 미국은 어떨까? 아직 반전운동 정도의 소박한 움직임조차 소수파에 그치고 있을 뿐인, 자본주의의 온갖 못보일 꼴은 다 보이고 있는 나라, 미국. 그 나라에서 불과 100년도 안되는 과거에 이런 소설, 이런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그들 자신은 기억하고 있을까?

이 소설은 1908년에 나왔으면서도 실제로는 약 10년 후를 예견하고 있는 내용이다.(그 비극적 예견은 이후 처절하리만치 들어맞는다.) 긴박한 극적 재미에 더해 이러한 통찰력까지 겸비한 덕에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전세계적으로 수백만부가 팔려나간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한 가지 더. 이 소설은 서기 27세기, 전세계의 사회주의화가 실현된 이후 뒤늦게 발굴된 '먼옛날 투쟁과 탄압과 패배의 기록' 형식으로 되어있다. 잭 런던은 정말로 수세기가 필요하다고 보았던 것일까? 그리고 그의 비극적 통찰력은 이 경우에도 들어맞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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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
밀란 쿤데라 지음, 김병욱 옮김 / 민음사 / 199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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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홀수 교향곡들은 대개 거창하고 웅대한 반면 짝수 교향곡들은 상대적으로 소박하고 우아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의도적이었던 아니었든, 큰 산을 한번 넘은 후엔 평평한 들을 거닐듯이 작품을 이어갔다는 얘기다. <느림>은 쿤데라의 짝수 교향곡에 해당하는 작품이 아닐까 한다. 그 앞뒤에 대작이 포진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작가가 한번쯤 가볍고 부담없이 써내려간 중편으로 보면 될 것 같다.(실제로 분량이 얼마 되지 않는다. 180쪽이라고 하지만 책크기도 작고 글씨체도 상당히 크다.)

이런 점에서 치밀한 구성과 완벽한 짜임새를 자랑하는 다른 작품들에서와 똑같은 것을 기대했던 독자는 약간 실망을 할지도 모르겠다. 소설인지 수필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산조처럼 널널하게 풀어놓고서 군데군데 툭툭 던지는 경구같은 한 마디가 오래 남는다. 중년을 넘어 노년에 접어든 대작가의 수필같은 소설이란 종종 이런 식이다. 뭔소린가 싶어 주섬거리다 보면 어느덧 말은 가고 뜻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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