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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새 백가지
이우신 지음 / 현암사 / 1994년 6월
평점 :
절판
책이 나온 것이 1994년이니 벌써 12년이나 된 고전이다. 나온 지 오래 되었대서만이 아니라, 어느덧 현암사라는 출판사보다도 더 유명해진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초기작이자 대표작의 하나다. 이제는 '정말 알아야 할' 목록이 하도 늘어나서 대체 몰라도 되는 게 뭔지 의아해질 지경이지만, 출간 당시에는 잊고 살아왔던 우리 꽃, 우리 새, 우리 민속같은 것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준 기념비적인 시리즈였다.
하지만 이제 와서 찬찬히 책장을 넘겨보면 단점이 더 많아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친근감이 담뿍 묻어나는 제목과는 달리 본문은 두꺼운 도감에서 항목 100개만 뽑아놓은 것 이상의 차별성을 보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새 100가지의 생물학적 특징이 나열되어있을 뿐이다.(이 시리즈가 다 이런 것은 아니다.) 요즘에는 각각의 새나 꽃에 얽힌 설화, 현황, 기타 주변 이야기까지 아기자기하게 엮어내 흥미와 교양을 더해주는 책들이 여럿 나와있는 것을 생각하면 이 책의 서술은 꽤나 밋밋하고 건조한 감마저 있다. 그렇다고 도감 구실을 해줄 만큼 가짓수가 넉넉한 것도 아니고.
편집체계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이런 책의 특성상 풍부한 양의 컬러사진은 필수일 텐데, 있기는 있되 컬러사진과 흑백본문이 장 별로 따로 모여있어서 찾아보거나 참조하기에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책 만드는 기술이 지금보다 많이 떨어지던 당시 사정에서 연유한 듯한데, 여하간 요즘 책들의 영리한 편집과는 거리가 꽤 있다.
얼마 전부터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시리즈의 개정판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이것도 개정판이 나와줄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12년 세월 동안 이 분야에서 좋은 책이 여럿 출간된 것을 생각하면 그다지 기다려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더구나 새 책들의 상당수에서 저자 이우신 박사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는 터라...) 그래도 한때 많은 이에게 우리 곁에 있는 새들의 가치를 일깨워주었던 공적이야 바랠 까닭이 있으리오마는. 이 책보다는, 조류도감이라면 LG상록재단에서 나온 [한국의 새]를, 새 이야기라면 원병오 박사의 [날아라 새들아]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