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진을 잘 만드는 비결 내셔널 지오그래픽 포토그래피 필드 가이드 5
로버트 카푸토 지음,김문호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시리즈 앞의 책들과 달리 이번 권은 특징이 뚜렷하다. 예컨대 1권은 사진을 처음 배우는 이 누구에게나 권할 만한 모범적 입문서였고, 3권 인물사진편은 인물사진에 관심 있는 모든 이에게, 4권 풍경사진편 역시 풍경사진에 관심 있는 모든 이에게 권할 만한 책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조금 다른데,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불가피하게 앞의 책들과 내용이 좀 겹친다. 대략 절반쯤은 기존 이야기의 반복이라고 보면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여행사진이란 책의 본문에 표현되고 있듯 종합과제세트다. 인물, 풍경, 건축, 행사... 대략 스튜디오 촬영만 빼고 모든 장르가 다 얼기고 설긴다. 당연 인물편과 풍경편의 이야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딱히 이 책의 단점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3, 4권을 이미 읽은 이에게는 단점이겠지만 안 읽은 이에게는 오히려 한 권으로 핵심정리를 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둘째,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여행 가서 기왕이면 더 나은 사진을 찍기'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어디인가. TV/비디오 프로그램이 아닌 오리지날 잡지로서의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세계 각지의 풍물/문화나 자연/풍경을 소개하는 매체다. 당연히 여기에 사진과 원고를 내는 기고가들은 세계 각지를 제집처럼 쏘다니는 사람들이며, 그들의 목적은 사진촬영을 겸한 취재여행이다. 이런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기고가가 쓴 책이다보니 (본인은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했을지도 모르지만) 결국은 일반인의 여행을 염두에 둔 사진책이 아니라 사진촬영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을 위한 책이 되어버렸다. 한 마디로 난이도를 높게 잡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 또한 단점은 되지 않는다. 단지 특징일 뿐이다. 높은 수준을 염두에 둔 책(그렇다고 책의 내용 자체가 어렵다는 뜻은 아니다)을 잘 읽어두면 당연히 일반인에게도 도움이 되겠거니와, 요즘의 DSLR 열풍으로 미루어보건대 정말로 사진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을 하는 이들도 나날이 늘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달랑 하루짜리 국내여행이라 할지라도 사진여행은 어디까지나 사진여행이다. 놀러간 김에 컴팩트 카메라로 기념사진 찍어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 것인 바, 주말 등을 이용해 이러한 사진여행을 즐기는 분이라면 이 책은 필독서에 해당한다.

시리즈가 공유하는 장점들을 이번 권 역시 예외 없이 갖고 있다. 내용은 참으로 알차고 정석 중의 정석이며, 실려있는 예제 사진들은 여전히 세계적인 수준이다. 다른 사진가 3명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변함 없이 쏠쏠한 재미와 도움을 준다. 다만 위의 두 가지 사항은 고려하고 구입여부를 결정하시는 것이 좋으리라 본다. 더불어 책을 읽은 후 '여행 가서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어오는 일이 쉬운 게 아니구나' 하는 부담감을 가지게 됐더라도 저자를 탓하지는 마시기 바란다. 사진은 원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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