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사진을 잘 만드는 비결 내셔널 지오그래픽 포토그래피 필드 가이드 3
로버트 카푸토 지음, 김문호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작년 하반기에 출간된 이후 아직까지 대한민국 사진 교재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하고 있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포토그래피 필드가이드'의 제3권이다. 입문/총론에 해당하는 1권, 1권의 부록쯤 되는 2권(디지털 사진)에 이어 3권이 인물사진, 4권이 풍경사진, 5권이 여행사진을 다루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추천하고 싶은 것은 3권과 4권이다. 1권은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대다수의 사진교재보다 훌륭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다른 내용은 아니고, 2권은 말 그대로 부록쯤밖에 되지 않으며, 5권은 1·3·4권을 봤다면 굳이 또 볼 필요가 없다. 반면 3권과 4권은 얇은 분량 속에 정말로 듣고 싶었던 이야기와 보고 싶었던 사진들이 알차게 그득하다. 다른 책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던 내용들이다. 두 권이 내용적으로 별로 중복되지도 않아서 함께 권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장점이 참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물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사진은, 이를테면 그림이나 바둑이나 서예처럼, 자신이 스스로 실습을 반복함으로써만 실력이 느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앵글을 이렇게 잡으시고,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는 이렇게 놓으시고..." 식의 너무나 친절한 교재나 강좌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그 순간의 재미뿐이다. 혼자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을 때는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한다.

사진 장비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각각의 기능을 어떻게 조작할 것인지, 특정한 상황에서 어떤 기법을 구사할 것인지, 그리고 후보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만으로 요즘 사진 교재들이 내용을 다 채우고 있다는 점은 사실 걱정스러운 일이다. 이에 앞서 모든 창작 분야에 공통되는 기초란 것이 사진에도 있기 때문이다. 문학에서는 이를 다독, 다작, 다상량으로 표현해왔다.

그것이 사진에서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볼 필요가 있다. 요즘 나오는 다른 교재들과는 목차부터 다르다. 장비소개나 촬영기법으로 눈을 홀리지 않는다. 대신 인물사진의 본질은 무엇인지부터 말해준다. 그리고는 바로 구성이다. 어떻게 구도를 잡고 화면을 구성하면 좋을지를 가르친다. 분야별로 하나씩 설명해들어가는 이후의 내용들에서도 언제나 앞서 강조되는 것은 마음가짐, 기본원칙, 연습하는 방법 등이지 "이럴 때는 조리개 몇에 셔터속도 몇..."이 아니다. 자뭇 고전적이어서 미덥기 그지없다. 또한 이런 특성 때문에 거창한 DSLR이 아닌 컴팩트 카메라 사용자에게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도움이 된다.

예제 사진들은 더없이 훌륭하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다양한 사진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엄선되어있기 때문이다. 수록작들만 보고 있어도 "나도 사진을 더 잘 찍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만들어준다. (모 사이트에 넘쳐나듯) 할머니나 아이들이나 걸인 찍은 것을 흑백으로 변환해서 콘트라스트 잔뜩 높여놓은 것이 왜 겉멋에 불과한지 저절로 깨닫게 해준다.

그러면서도 종이를 낭비하지 않는다. 요즘 나오는 사진책들은 지면낭비가 너무 심하다. 과도하게 큰 예제사진, 본문의 절반쯤 되는 여백, 잡지처럼 난삽한 편집, 휴대가 불가능한 두께와 판형으로 가격만 올려놓았다. 훨씬 더 좋은 내용과 사진으로 가득 채우고도 얼마든지 얇고 작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 책의 외형 자체가 자신감의 반영이다.

시리즈의 모든 책에 들어있는 '프로들의 이야기'도 여전히 도움이 된다. 분량이 많지 않아 [풍경사진]편과 마찬가지로 3명만 담고 있지만, 세계적인 프로들이 어떻게 사진에 입문하게 되었고 어떤 생각을 하며 활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초보자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점이 무엇인지를 귀담아 듣는 일은 귀중한 공부다. 이 부분만을 모아 따로 한 권의 책으로 내도 각광을 받을 것 같다.

이 책을 완독할 즈음이면 분명히 얻는 것이 있으리라 본다. 사람 하나 앞에 두고 셔터를 누르는 게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깨달음일 수도 있고, 내가 지금까지 찍어온 사진들이 왜 그저그랬는지 드디어 이유를 알아냈을 수도, 맨날 장비탓만 하고 뽐뿌에 시달려온 것이 얼마나 허망한 노릇이었는지 절감했을 수도 있다. 시작은 어느 지점이건 좋다. 그 방향만은 분명 카메라 회사들 배만 불려주고 사진은 몇년이 지나도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는 요즘의 풍토로부터 벗어나는 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진짜 사진 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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