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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론을 버려라
홍순태 지음 / 대원사 / 2000년 7월
평점 :
우선 이 책이 2000년판이라는 사실부터 짚어두어야겠다. 다시 말해 디카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필름 수동카메라만을 기준으로 한 책이라는 얘기다. 필름이든 디지털이든 수동카메라 조작법은 많은 부분에서 닮아있긴 하지만 완전히 그런 것까지는 아니며, 조작법 외에도 교재가 다뤄야 할 내용은 많다. 더불어 수동카메라에 국한된 것이라는 점도 있다. 이론을 버리랬다고 해서 저렴한 자동카메라로 멋지게 찍는 법도 나오겠구나 기대한다면 오판이다. 오히려 수준이 좀 높고 딱딱한 편에 속하는 책이다.
저자는 지루한 이론부터 시작하면 사람들이 재미없어하니까 실기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 이런 의도는 별로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 같다. 과연 심도가 무슨 말인지 F 넘버가 뭘 지칭하는 수치인지도 모르면서 이 책의 실기 내용을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인 한편, 책 뒷편에 최대한 간략히 정리되어있는 기초이론은 분량이 너무 작고 딱딱해서 별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이 책은 기초를 어느 정도 공부한 후 활용편을 찾는 사람들에게 좋을 성 싶다. 대상별 촬영기법에 대한 설명도 도움이 많이 되지만, 그보다도 일평생을 사진에 바친 칠순 노장의 작품들을 보는 것 자체가 큰 공부다. 예제로 실린 사진들은 하나같이 멋들어진 작품이며, 촬영노트도 빠뜨리지 않고 첨부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