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한 사진을 위한 DSLR 활용 테크닉
표현준, CODMEDIA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나 또한 거금 100만원을 넘게 들여 DSLR을 하나 장만한 후 남들과 대동소이한 과정을 밟아오고 있다. 
- 처음 배달되어온 물건을 받아든 순간, 세상 모든 것을 찍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과 환희.
- 250쪽에 이르는 매뉴얼을 앞에 놓고 카메라에 달린 수많은 버튼과 매뉴를 만지작거리는 사이, 서서히 밀려드는 당혹감, 뭔가 발을 잘못 들여놓았다는 직감.
- 조금씩 연습사진을 찍어가며, 모니터로 확인해가며, 나의 직감은 역시 예리하다는 확신, 난감함, 열패감.
- 다시 수 개월이 지나, 본격적으로 사진을 공부하고야 말겠다는 분연한 의지, 사이트와 책을 뒤적이느라 허공에 날아가는 수면시간, 렌즈와 필터와 삼각대를 힐끗거리느라 덩달아 바쁜 계산기.

그리고 찾아낸 책이 이것이다. 쓸 만한 교본을 물색하느라 뒤적거린 사진교본이 10권 가까이는 되는 것 같은데, 어떤 것은 리터칭이 태반이고 어떤 것은 수필집에 가까왔으며 또 어떤 것은 실전 활용팁 중심이었다. 그 중 착실한 것 몇 권만을 열거해보자면 가장 말랑하고 소형 하이앤드 수준인 것이 [디카 & DSLR 촬영 테크닉](문성욱), 반대로 가장 원론에 충실한 수동카메라 교과서와 같은 것이 [재미있는 사진 길라잡이] 1, 2권(천명철)과 그 유명한 바바라 런던의 [사진학 강의](7판), 그리고 딱 그 중간에 있는 게 이 책인 듯하다.

제목대로 이 책은 DSLR 입문자용이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풀어쓸 수 있는 말인데, 한편으로 콤팩트나 하이앤드 유저는 고려대상에 넣고 있지 않은 본격 DSLR 교재라는 뜻이 되겠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다 해도 어디까지나 입문자용이라는 뜻이 되겠다. 우선 DSLR이란 무엇인가로부터 시작해서 카메라 들고 자세 잡는 법부터 가르친다. 이어서 초점, 화각, 앵글, 노출, 심도, 화이트 밸런스 등으로 기초를 다져나가는 데까지는 다른 교과서형 교재들과 순서상의 차이는 없다. 다만 전혀 딱딱하지 않고 서술이며 편집, 디자인이 무척 잘 되어있어서(사진전문가와 출판전문가가 본문을 함께 썼다) 보기에 즐겁다는 장점이 부각될 따름이다.

특징적인 것은 그 다음부터이다. 디자인의 원리를 도입해서 구도를 익히도록 하는 4부는 다른 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무척이나 돋보이는 대목이다. 간단하게나마 스튜디오 촬영에 대해 다루고 있는 6부도 책의 무게를 한층 묵직하게 해주는 부분이며, 후보정에 대해 핵심만 딱 짚어낸 7부 역시 깊이가 느껴진다. 추천 출사지를 정리해놓은 8부나 여러 가지 관련 소프트웨어를 정리한 부록은 이 책만의 특징은 아니지만 매우 유용할 뿐더러 내용도 좋다.

충실한 입문서는 이것 말고도 더 있다. 바바라 런던이야 기본교재와 같은 책이고, 천명철의 두 권도 그 못지 않게 잘 쓰여졌다고 생각한다.(어떻게 보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두 가지 다 많이 팔리기도 했고 검증도 충분히 됐다. 하지만 이 책들은 일단 필름카메라를 기본전제로 하고 있으며, 그런 탓에 필름이며 현상이며 인화, 기타 필카에서만 문제가 되는 항목들에 상당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반면 디카의 특징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소홀하다는 느낌이고, 디카의 기술발전속도 역시 충분히 따라가주고 있지 못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다소 고루하고 딱딱한 서술체계도 지적사항이다.

이런 부분들이 고스란히 이 책의 장점이 된다. 최신식 감각으로 무장한 서술, 편집, 디자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책장 넘기는 즐거움을 배가시키며, 오로지 디지털에만 집중한 2005년도 신판이라는 점은 강력한 무기가 되어주고 있다. 제아무리 SLR이라도 어차피 입문서는 입문서다. 초장부터 기를 팍 꺾어놓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일단 입문서 한 권은 이와 같이 쉬운 어투의 것으로 일별해놓고, 더 필요한 과정들은 앞으로 각자 밟아나가면 될 것이다. DSLR의 세계로 막 들어서서 난감해하고만 있는 많은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을 반가운 텍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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