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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쉽게 찾기 ㅣ 호주머니 속의 자연
송기엽, 윤주복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찾아보면 야생화 도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적어도 휴대가 가능한 사이즈 중에서는 이보다 나은 책을 알지 못한다. 절대로 들고 다닐 수 없는 크기의 책 중에도 좋은 것들이 있겠지만 전문가가 아닌 다음에는 거리가 먼 이야기일 것이고, 휴대를 하며 현장에서 바로 혹은 사진으로 찍은 후 집에 와서 이 예쁜 아이들의 이름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싶은 용도라면 이만한 책이 없다.
사진은 식물의 특성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찍혔고(이런 사진은 유명한 누구처럼 예쁘게만 찍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꽃과 잎이 함께 나와야 하고, 꽃과 식물의 크기도 어느 정도는 감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설명은 꼭 적혀있어야 할 식물의 특징들(줄기의 모양과 길이와 색깔, 잎의 모양, 꽃피는 시기, 꽃의 모양과 색깔 등)을 빠뜨림 없이 담고 있으며, 계절별->꽃색깔별->분류별로(그리고 부록에서는 학명과 우리말 이름으로) 최대한 찾기 쉽게 편집되어있으면서도, 600여쪽에 1000여종의 야생화를 차곡차곡 끌어모아놓은 책은 별로 무겁지 않고 크기는 적당한 것이 제본도 튼튼하다.
한 마디로 뭘 아는 사람들이 제대로 만들었다는 말인데, 어떻게 보면 고지식하리만치 원칙에 충실한 이런 태도야말로 도감을 만드는 데에--그리고 전집, 교본, 사전, 자료집 등을 만드는 데에도--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자세인 것이다. 이런 종류의 책을 필요로 할 법한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이 책을 추천하는 데는, 그리고 유행과 상관없는 종류의 책이 출간된 지 1년 반이 지나도록 스테디셀러로 등록되어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너무나도 당연한 말일 테지만, 이 책을 100% 믿고 100% 의지해서는 안 된다. 우선 이 책에 한국에 자생하는 모든 야생화가 실려있는 것은 아니다. 나만 해도 올 1년 동안 이 책이 빠뜨리고 있는 경우를 2~3번은 경험했다. 식물학적 분류도 이 책과 다른 책이 상이하게 밝히고 있는 경우가 없지 않다.(어느 쪽이 정확한지야 물론 전공자가 아닌 나로선 알 도리가 없다.) 그리고 이 책은 어디까지나 도감이다. 꽃에 얽힌 전설, 꽃말, 기르는 법 등은 단호히 생략되어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 분야에 대해서는 [한국의 야생화](이유미 지음)라는 좋은 책이 또 이미 나와있다. 이 두 권만으로도 우리 야생화에 대한 애정이 가슴 속에 꽃밭을 이루는 데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