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수 - 보헤미안
김두수 노래 / 뮤직리서치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여전히 김두수라는 이름은 극소수 사람들만 들어본 적이 있는 '매니아들만의 내지는 단단히 저주 받은' 영역에 속해있다. 예언컨대 언젠가는 이 이름이 김민기나 김현식처럼 인구에 회자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을 의심치 않지마는, 다만 아직은 그때가 아닌가보다 하고 말 뿐이다. 80~90년대 한국 포크계에서 가장 탁월한 성취를 일구어낸 음악인(혹은 최소한 그 중 한 명)일 김두수는 제대로 유통도 못된 1집과 2003년의 라이브 음반을 포함해 지금까지 5장의 음반을 내놓았다. [자유로운 마을, 강변마을 사람들]이라는 이름이 붙은 본작은 그중 3집에 해당되는데, 그동안 통칭 [보헤미안]으로 불렸던 음반이자 그를 아는 많은 이들이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꼽곤 하는 작품의 첫 CD 재발매이다.(나로선 2~4집 중 어느 것 하나를 꼽기가 실로 난망하지만.)

말이 나온 김에 그의 디스코그라피를 간략히 정리하자면 이렇다;
[1집], 1986, 킹레코드, LP
[2집], 1988, 동아기획, LP
[3집](본작), 1991, 현대음향/보헤미안뮤직, LP/CD
[4집 - 자유혼], 2002, 리버맨, LP/CD
[청개구리 고운노래 모음집 - 2003년 9월 콘서트], 2003, 라운드, CD

이중 4집과 라이브 음반은 아직도 잘 찾아보면 시중에서 CD를 구할 수 있으며, 2005년 3월을 맞아 14년만에 본작이 CD화되었다.

그가 왜 끝내 언더 중의 언더로 남게 되었는지는 아직 모른다. 컴백음반에 해당하는 4집과 라이브는 그렇다 치더라도 86~91년 사이, 그러니까 동아기획 계열 언더그라운드의 전성기에 나온 그의 1~3집 세션진들을 보면 만만하지가 않다. 이영재, 이병우, 조원익, 배수연, 최태환, 박학기, 손진태, 함춘호 등. 다시 말해 음반사나 주변의 동료들로부터 충분히 주목을 받았다는 얘기다. 가사, 곡, 가창, 연주, 녹음, 심지어 용모까지 어느 하나 그 당시 꽤 주목을 받았던 다른 음악인들(시인과 촌장, 어떤날, 조덕배, 유재하 등)보다 뒤질 것이 없음에도 김두수라는 이름만큼은 끝까지 부각되지 못한 채 극소수 광팬들에게만 비전(秘傳)되어온 까닭이 대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한국 대중음악의 과거 명반들이 소량씩 CD화되는 근자의 바람을 타고 이 음반이라도 재발매된 것이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이번 역시 아는 사람들만 알아서 나눠갖고 말 모양이긴 하지만.

14년이 지났건 앞으로 그보다 14년이 더 지나건, 변함없이 그의 음악은 영에서 영으로 혼에서 혼으로 전달되어올 것이다. 단어 하나 음표 하나마다 구도자의 발걸음인양 혼신을 다해 나직이 그러나 신념 가득히 딛어나가는 그의 음악은 천 장이 팔리건 백 장이 팔리건 이미 고전에 속한다. 이미 40대 중반,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작고 예쁜 특별한 음악회에 한해 간간이 모습을 나타내며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나 또한 여전히 믿는다. 그의 다음번 음반도 역시나 명작일 것임을, 그리고 늦던 빠르던 언젠가는 그의 음악이 지금보다 10배 이상은 널리 알려질 것임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