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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야 / 아름다운 강산 - 신중현 작품집
신중현 & The Men 노래 / 포니캐년(Pony Canyon)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어차피 매니아/수집가들을 위해 발매된 CD니만큼 많이 필렸을 리야 없지만, 그 얼마 안되는 구매자의 99% 이상은 이 음반을 듣고 뒤로 넘어갔을 것이라 장담한다.(여기저기서 얘기들을 들어보면 정말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한 마디로 이 정도로까지 대단할 줄은 예상치 못한 까닭이리라. 한동안 발매되어온 일련의 '신중현 관련 전성기 음반 재발매 시리즈'의 정점을 차지하고 있는 본작은 신중현 사단이 남긴 그 어떤 작품집과도 비교를 거부할 법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나 또한 여러 가지 경로로 꽤나 다양하게 들어봤다고 생각하지만, 본작에 대적할 만한 것은 없었다.
수록곡은 단 3곡이다. [장현 & 더 멘] LP(앞면은 장현, 뒷면은 더 멘이 담긴 스플릿 음반)의 뒷면에 수록되었던 '아름다운 강산'(10분), 윤용균의 음반 뒷면에 수록되었던 '거짓말이야' 라이브 버전(22분), 지연의 앨범 뒷면에 수록되었던 '안개 속의 여인'(12분). 요컨대 신중현 사단 소속 솔로 가수들의 LP 뒷면에 더부살이 형식으로만 자신의 녹음을 담곤 했던, 그 결과 신중현 밴드활동의 정점에 위치해있으면서도 정작 음반은 도통 구경할 수조차 없었던 전설의 그룹 '더 멘'의 실체가 바로 본작인 것이다. 하기야, 70년대 초반 당시에 10분이 넘는 트랙들로만 채워진 락 앨범을 낸다는 것은 신중현에게조차도 힘든 일이었을 게다.
전성기 신중현 밴드의 실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하려면 이 음반을 듣지 않고서는 안된다. 일세를 풍미했던 사이키-고고 사운드의 정수다. 이 정도라면 당대의 미국, 영국 밴드들과 견주어도 전혀 뒤처지지 않을 수준이다. 그간 들어왔던 신중현 밴드의 실력은, 가장 출중하다고 평가받아온 [엽전들 1집]이나 [세 나그네], [뮤직파워 1집]을 모두 포함해도, B급이었을 뿐이다. 이 물건이야말로 진짜다. 한편 신중현 사단 재발매 음반들의 음질이 좀 가혹하다는 지적들이 많은데, 그중 가장 괜찮다는 평을 받는 것 또한 다행히 이 음반이다. 70년대 초반의 녹음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감상에 별다른 지장은 받지 않을 것이다. 락을 좋아한다는 당신, 진지하게 충고하나니 이 음반만큼은 무슨 수를 쓰든지간에 할 수 있을 때 장만해두시라.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