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 - 낮도깨비 신명마당 (호화 양장본)
국립현대미술관 엮음 / 컬처북스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오윤 도록 내지 판화집은 두 가지다. 3권으로 나온 전집의 제2권과 이것. 전집 제2권은 알차고 성실하나 무엇보다도 책이 너무 작다(일반 도서 크기 정도). 반면에 20주기 회고전과 함께 나온 이 책은 충분한 크기와 두께, 내용, 인쇄 상태, 제본 등 모든 면에서 소장하고 싶을 만하게 만들어놓았지만, 꽤 비싸다. 그 중간에 이 20주기 회고전 도록의 보급판이 있지만 시중에서는 완전히 품절 상태라 구경하기가 어렵다.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해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여유든 열성이든 욕심이든 좀 더 있다면 이 20주기 회고전 호화양장본을 추천하고 싶다. 일평생 소장하고 있으면서 뿌듯해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물건이다.(이만큼 물질성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책이 흔치 않다.) 그러나 너무 비싸서 어렵다면 전집 제2권도 괜찮은 대안이 될 것이다. 결코 허접하지 않으며 오히려 '공부'하기엔 더 나은 듯도 하다. 작품들을 미디어별(판화, 회화, 조소 등)로 분류해놓았기 때문이기도 하고(20주기 회고전 도록은 제멋대로 순), 수록작 수도 더 많은 것 같다.

 

80년대 민중미술의 스타이자 전설, 차츰 신화의 한 페이지로 헌액되어가는 듯한 인물, 판화가 오윤. 민중해방 대동세상을 염원하며 파나갔던 그의 목판화들은 이제 부르주아 콜렉터들의 수집대상으로 각광받고 있다. 정치적 선명성이야 차이가 있다 해도 크게 보아 박수근은 안 그랬겠으며 이중섭은 달랐겠는가. 원본성에 목숨 거는 미술의 숙명이다.(심지어 판화임에도, 민중미술가 오윤임에도 에디션은 버젓이 있으니.) 그나마 무난한 타협점이 7~8만원짜리 호화양장본 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갖고 싶은 마음에 수도 없이 다양한 이유들이 있을 터, 이처럼 세속적인 재단을 용서하시라. 허나 어쩌랴, 세상은 지금 이렇게 생겨있고 책 만드는 이들의 머리 속도 그 밖에 있지 않은걸. 나는 기꺼이 이 정도 타협에 동참하는 쪽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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