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oto Union - Sound Renovates A Structure
아소토 유니온 (Asoto Union)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음반을 두고 그루브 소울이다 훵키 재즈다, 여기저기서 끌어모은 단어를 열심히 이어붙이는 기사들을 가끔 보는데, 어렵게 얘기할 것 없다. 이게 바로 훵크(funk)다. 70년대의 사랑과 평화 이후 이런 스타일의 국내음악을 거의 들어보지 못해 낯설었던 탓인 듯한데, 더도 덜도 말고 이 음반에서 들려오는 음악이 바로 전형적인, 내지는 전통적인 훵크라고 이해하면 간단명료할 것이다.

이 분명한 특징이야말로 본작 최대의 장점이자 동시에 단점이 된다. 사랑과 평화로 말하자면야 사실 '훵크 풍의 가요'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테고(그래서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라이브에서는 한상원 밴드가 본작보다 더 열렬한 훵크를 구사해온 바 있지만 음반화되지는 못했다.(긱스는 잊자.) 요컨대 수십년만의, 어쩌면 한국 최초의 본토 냄새 물씬 풍기는 전통 훵크 앨범이라는 '의의'를 본작은 갖고 있는 것이다. 이에 걸맞게 곡도 하나같이 좋고 연주도 충실하며 가창도 제법 분위기를 살린다. 앨범 처음부터 끝까지 기분좋게 흥겹고 넘실거린다. 10대용 댄스 뮤직들이 너무 숨가빠서 따라가기 벅차고 좀 유치한 것도 같다는 20~30대들을 위한 맞춤선물 격이다.(전혀 시끄럽거나 난해하지 않다.)

그러나 동시에 위의 모든 찬사는 "자기만의 개성이 없다"는 비판의 이음동의어가 될 수도 있다.(한국적인 특징이 없다는 의미에서도 그렇고 아소토 유니온만의 특징이 없다는 의미에서도 그렇다.) 이런 류의 훵크는 70년대 미국 흑인음악의 주류였다. 60년대에 소울을 하던 사람도, 재즈를 하던 사람도, 블루스를 하던 사람도 너나할 것 없이 훵크 스타일을 받아들이느라 법석을 떨었던 그 당시에 이 비슷한 음반이 얼마나 많이 쏟아져나왔겠는가. 그것들과 이 음반의 차이라면 CD 케이스 뒷면에 간신히 보이는 몇 개쯤의 한글(앞면만 보아서는 결코 한국 것인지 알지 못한다), 음악을 듣다 보면 간간이 들리는 몇 단어쯤의 한국어, 그리고 '메이저 원조'와 '마이너 추종자' 사이의 실력차이 정도가 전부다.

좀 과한 비판이 아니냘 수도 있다. 따지고 보면 영미 대중음악을 추종하는 데 바쁘지 않은 한국 밴드가 과연 몇이나 있어왔는가. 더구나 많이 시도되어온 장르도 아니고 새 텃밭을 일구다시피 하는 판에 아이덴티티 타령이라니 지나친 주문일지도 모른다. 훵크가 무슨 고고한 실험적 장르도 아니고――단순히 듣고 즐기는 입장이라면, 혹은 팔고 사면 그만인 사이라면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이상을 모색한다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블랙뮤직 팬으로서 이들의 1집은 아무 망설임 없이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한 음악이 2집, 3집에서 반복된다면? 그 돈으로 차라리 '메이저 원조'의 것을 사겠다는 말, 락계에서는 많이 반복되어온 얘기다. 출발, 안정감 있었다. 앞으로 더 폼나는 모습을 보여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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